“60년간 팔도 누빈 엿장수인생 대졸아들이 가위 물려달라니…”  



(::‘쌍가위 1인자’로 유명한 청주 윤팔도씨::)

“60년이 넘도록 팔도를 누볐으나 여전히 엿장수일 뿐인디 대학 을 졸업한 아들이 뒤를 잇겠다고 나서니 고민에 빠졌시우.”

거리의 예인(藝人), 쌍가위의 1인자로 알려진 ‘국가대표 엿장수 ’윤팔도(78·본명 윤석준·충북 청주시 운천동)옹이 60여년간의 길거리 공연을 끝내고 가업을 막내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해 관 심을 끌고 있다.

팔순을 앞둔 윤옹은 인천의 I공대를 졸업한 막내아들 일권(31)씨 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자 어렵게 승낙을 했 다. 청원군의 C사 시설반에 근무하던 일권씨는 3개월전 사표를 던진 후 ‘엿불림’과 ‘쌍가위 장단’을 전수받기 위해 전국 각 지방의 전통엿 제조법을 익히는 중이다.

윤옹은 “어느 아비가 자식에게 엿장수를 물려주려 하겠시우. 헌 디 젊은 지가 해보겠다는 게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아 승낙을 했시 우.”

충남 논산이 고향인 윤옹이 엿장수의 길로 들어선 것은 14세 때 부모를 여의고 남사당패를 따라다니며 호구지책으로 엿 행상에 손을 대면서부터.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주군 계룡면(당시 지명)의 한 엿방 ‘도보꾼’으로 들어간 그는 앳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20여명의 어른 엿장수들을 제치고 판매실적 1위를 독차지하며 타고난 기량 (?)을 보였다.

비결은 그만의 독특한 ‘엿불림(엿을 팔기위해 가위를 치며 부르 는 일종의 판소리)’덕분이었다.

“일락은 서산에 해 떨어지고, 이내 목판에는 엿 떨어졌구나. 부 산 동래 사탕엿, 울릉도에 호박엿, 전라도 봉산의 생강엿, 강원 도 금강산 생청엿….”

남사당이 사라지자 서커스 곡마단, 유랑극단을 전전하며 도보꾼 엿장수 때 자신이 개발해 익힌 쌍가위 장단은 짭짤했다. 80년대 에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유흥업소 밤무대에 올라 최전성기의 인기몰이를 했다.

“한창 뛸 때는 하루에 8개 업소를 나갔는데 한 군데서 매월 500 만원 정도 받았시우. 근디 나중에 알고보니 매니저가 다 떼먹고 내겐 쥐꼬리만큼 준거야. 그래서 다시 난 엿장수로 돌아온거지. ”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청주 인심이 최고란 걸 알게 돼 이곳에 정 착했다는 윤옹은 특유의 쌍가위 장단을 울리며 지난 91년부터 청 주시내 곳곳을 누비는 거리의 예인이 됐다.

오랜 기간 길거리 공연과 무대에서 익힌 ‘끼’ 때문에 60만 청 주시민은 윤옹의 고객이 됐다.

윤옹은 유랑극단과 밤무대에서 동고동락했던 구봉서, 서영춘, 송 해씨 등에 대한 추억담도 흥겹게 풀어놓았다. 팔순을 앞둔 할아 버지의 건강한 흥이 한없이 부럽고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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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건지;; 안타깝다고 해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