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어느 오락실이었나?
당시는 킹오파 97, 98과 천초강림, 스트라이크 1945 등등의 역작들이 게임센터를 수놓던 멋진 시절이였다.
그래, 그땐 오락실마다 킹오파 2개는 기본 사양이였지.
그냥 할짓없이 유랑을 즐기다가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 어느 게임센터에 들어갔던 나는 내친김에 뜨거운 승부로 청춘을 불사르는 청년들의 싸움을 즐거이 감상하고 있었고, 그런 내눈에 문뜩 범상치 않는 그들이 들어왔으니.
지금부터 편의상 그들을 '고춘식'과 '쌀라탕'이라고 부르겠다.
절세의 걸작게임 스트라이커 1945 2 앞에선 두 남자.
춘식 : 준비는 되었는가? 쌀라탕.
쌀라탕 : 아, 물론이지.
지그시 눈을 감고
쌀라탕 : 가련한 이 내목숨!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며
쌀라탕 : 이미 빛나는 저 우주에 던졌다!

당시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먹었음.
'뭐야? 이인간들은'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플레이가 시작됐다.
한마디로 처절했다.

춘식 : 폭탄이다, 쌀라탕. 저것은 너에게 양보하겠다.
쌀라탕 : 바보자식, 너의 폭탄성능은 나의 폭탄성능보다 우수하다는것은 알고 있어!
너를 위해서가 아니야, 우릴 위해서다! 저것은 너의 것이다!
춘식 : 쌀라탕 너란 녀석은... 알겠다, 그 마음 확실히 받았다!
쌀라탕 : 훗! 나를 위해서일 뿐이다. 감사할 필욘 없어!

한편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내면에 개발악을 하고 있었다.

보스와의 결전
춘식 : 위험해! 저것은 피할 수 없어! 폭탄을 쓰는거다!
쌀라탕 : 바보자식!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샘이냐?! 나는 피해내 보이겠어!
돌진하는 쌀라탕
그러나 자기 판단으로 폭탄을 써버린 춘식
'쿠아아아앙~!'
쌀라탕 : 춘식...
춘식 :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위험했어.
쌀라탕 : 이 바보자식, 슈팅에 있어 폭탄은 생명이다! 그것을 모르고 있진 않을텐데?!
춘식 : 나는.. 폭탄을 아끼기 위해 몸을 던지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젊은이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너마저 그렇게 만들 순 없어!
쌀라탕 :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서 산다고 무슨 의미가 있지?! 이미 백원을 넣고도 아직 두려움이 남아 있는거냐?! 니놈은!

면전에서 웃으면 실래인지라 참고는 있었지만, 당시 나의 기분을 시공전사 스필반의 명대사를 빌어서 설명하자면 '나의 폭소, 폭발 직전이였다!'
게임오버된 춘식

춘식 : 나도 여기까지 인가... 뒤는 맞기겠다.
쌀라탕의 피끓는 외침
쌀라탕 : 바보자식! 이어! 이으란 말이야! 이으라고!
춘식 : 무리야... 나에겐 이제 백원이 없어
쌀라탕 : 백원이라면 내가 주겠다, 내 주머니에서 백원을 꺼내! 어서!!!
춘식 : 뭣이?! 날 위해 백원을?!
쌀라탕 : 너없이 나혼자 싸워 이겨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춘식 : 젠장.. 너란 놈은..! 제길..!
쌀라탕의 주머니에서 백원을 꺼내 이어버리는 춘식
춘식 : 돌아왔다, 쌀라탕!
쌀라탕 : 왔는가.. 나에게 구걸받은 그 목숨, 소중히 하는게 좋아!
춘식 : 짜식 그럼 함께 가볼까?
쌀라탕 : 좋았어! 우리는 흐르는 은하의 별들! 언젠간 떨어질 별들이지만,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빛나 보이겠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직도 그 인간들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기억은 잊지 못할것 같다.
그들의 수 많은 명대사들을 다 기억하지 못함이 유감스러울 따름

9월 02일 금요일 고스 사연 中
아, 제가 직접 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