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일 저녁에 그림그리러 미술학원에 갑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늦어서 빨리 가야겟다고 맘 먹었어요.

그래서 대충 껴입고 급하게 집을 나섰지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담배 한대를 물고 유유히 걷는 중, 건널목 불이 저 멀리서 파란빛으로 영롱하게!!

냅다 뛰었습니다. 한손에 담배를 든 채.

버스 정류장은 멀어서 조금 더 걸어야 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걷고 있었는데

저 멀리 514-1 이라고 빨간색 불빛이 영롱하게!!

냅다 뛰었습니다. 한손에 담배를 든 채.

아쉽게도 버스는 놓쳤습니다. 하필 내리는 손님도, 타는 손님도 없었던 거지요.

순간 붕어빵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니, 출출하다는 메시지가 영롱하게!!

지갑을 두고온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늦었다는 생각에 또 달렸습니다.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가 지갑을 열어 버스카드만 낼롬 꺼내서 나왔습니다.

붕어빵 따위!!  하면서요.

다시금 담배를 물고 터덜터덜.

이왕 늦은거 안뛰어야지 맘 먹었으나, 또 다시 버스 발견.

냅다 뛰었습니다. 한손에 담배를 든 채.

이번엔 버스에 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버스카드를 딱 들이밀었는데, 반응이 없는 겁니다.

아뿔사, 농협 현금 카드네.

'저기 잠시만요'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이제 진짜 안뛸테다'

또다시 건널목에서 저는 시험 당해야 했습니다.

뛰느냐 걷느냐.

뛰었습니다.

오늘 학원가기 참 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