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브소프트가 대체 뭐하는 회사야?”

수많은 게임업체가 나고 지기를 반복하며 흥망성쇄를 거듭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생소한 개발사가 등장한걸까. 게이머들의 수근거림은 계속된다. ‘그런데 왜 손노리가 만든 게임을 이곳에서 서비스한다는거지?’, ‘예전엔 손노리였는데 이름을 뺏겨서 그렇다던데…’.

하지만 이곳은 손노리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이기도 한 이원술 대표만 빠졌을 뿐, 원년멤버들이 그대로 근무하는 ‘제 2의 손노리’다. 계속되는 게이머들의 엇갈림 속에서 게임메카는 지난 12월 1일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엔트리브소프트(구 손노리)의 김준영 대표이사를 만나보기로 했다.

1994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국산 롤플레잉 게임계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킨 손노리는 다크사이드 스토리, 포가튼 사가에 이어 강철제국, 악튜러스, 화이트데이까지 수많은 역작을 통해 국내게임개발사의 최고봉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업체.


▶ 엔트리브 소프트의 김준영 대표
다크사이드 스토리 개발참여를 인연으로 2000년부터 손노리의 개발이사로 한솥밥을 먹게 된 김준영 대표는 “비록 사명은 바뀌었지만 나를 비롯한 회사직원 모두 ‘손노리맨’으로서의 자부심과 애착은 여전하다”라며 두 개로 법인이 나뉜 엔트리브소프트와 손노리가 하나임을 강조했다.

얼마전 인터뷰를 위해 만나본 이원술 대표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손노리의 공존을 강조하는 김준영 대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굳이 두 개의 법인으로 나눠질 필요가 있었을까요?”


“글쎄… 회사가 너무 커졌다는게 이유가 될까요?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어려움도 있고 사실 (이원술 대표와) 지향해나가는 목표가 틀린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너무 비대해져버린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엔 자금조달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산재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대표의 이야기다. 두 회사는 이전에 손노리가 개발한 모든 작품을 공동으로 소유하기로 합의하고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나눠 두 갈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손노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기에 사명결정에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손노리 웨스트 - 손노리 이스트’, ‘손노리 블루 - 손노리 레드’식의 사명도 고려해보긴 했었으나 국내사정과 회사운영 측면에서 봤을 때 변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했을 때 직원들의 표정이란…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말이죠(웃음).”
이야기하는 ‘Advance’를 축약한 의미심장(?)한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경영철학이 묻어나오는 뜻이 아니겠냐며 웃는 김준영 대표.

"11월 28일자로 손노리와 엔트리브가 플레너스 게열사로 편입됐는데 지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플레너스-넷마블이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트릭스터나 카툰레이서의 경우 엔트리브와 손노리의 책임 하에 개발과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것이 김대표의 설명이었지만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가진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분관계는 현재 마무리되어 12월 중으로 김준영 대표의 경영체제로 정리가 완료될 예정이다. 과거의 짐(?)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손노리 역시 마찬가지.




▶ 팡야의 스크린샷


현재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작품은 MMORPG인 ‘트릭스터’와 3D온라인골프게임인 ‘팡야’가 있다. 이 중 2년전부터 개발이 진행돼 오고 있었던 ‘팡야’에 기자의 눈길이 멈췄다. 현재까지 유통사가 결정되지 않은 탓에 게임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는 엔트리브의 입장에 따라 기자는 잠깐 시연장면만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잘 만들어진 비디오게임의 수준에 필적하는 퀄리티가 손노리의 축약된 게임개발노하우를 증명했다.

SCE가 개발한 ‘모두의 골프’ 시리즈와 느낌이 비슷한 대중적인 분위기의 작품인 ‘팡야’는 현재 개발이 완료단계에 도달한 상태. 김대표는 ‘퍼블리셔만 찾으면 곧바로 게임서비스를 시작할 수도 있는 완성도’라는 자신감으로 팡야에 거는 기대치를 넌지시 내비쳤다.

이어서 김대표는 “모두의 골프와 컨셉자체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지만 현재 특허출원까지 마친 팡야만의 퍼팅시스템과 골프의 문외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은 온라인이라는 장점과 맞물려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됩니까?”

“2004년부터 2개의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김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류의 흐름처럼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는 작품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전에 손노리가 개발했던 프랜차이즈(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악튜러스, 화이트데이 등)를 이용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죠(웃음).”




▶ 화이트데이 온라인이나 어스토 온라인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갓 지어진 빌딩에 50여명이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 게임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과거 열의에 넘치던 손노리의 풍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웃음과 휴머니즘’이 있는 게임을 개발해나가면서 유저들에게 아직 생소한 ‘엔트리브’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김준영 대표. 그 말에는 분명 손노리라는 이름을 바탕으로 한 자부심이 뿌리로 남아있다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