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www.aog.wo.t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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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말씀드립니다. 전 게임기획자입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말씀드립니다.

우연히 알게되서 몇가지 글을 읽었구요..
때론 공감을 하는 부분도 있고, 때론 공감을 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제 입장에서 한말씀 드리는게 맞을것 같아서 한글자 적어봅니다.

저는 경력 6년차 게임기획자입니다.
물론 상용화된 MMORPG게임도 기획했고, 보드게임이나 텍스트게임이나 기타 여러가지 게임 플랫폼 및 장르에 경력이 있습니다.

음..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신 부분이 MMORPG쪽이니까
그쪽에 대한 말씀을 좀 드리자면요...

저 같은 경우는 기존의 게임들과 차별화된 내용의 게임을
제작하고자 많은 새로운 요소들을 삽입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디아블로처럼 바뀌더군요..
제가 그 회사 근무중일때는 제 고집으로 끝끝내 지켜갔는데
제가 퇴사하고 나니까 디아블로처럼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사용자의 항의 때문이었습니다.
사용자분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자신이 경험했던'바가 아니면
그것은 잘못되었다. 또는 수준 미달이다.. 식으로 폄하하기가
일쑤입니다. 아, 물론 전체 사용자를 싸잡아서 이런말을 하면
안되겠구요. 적어도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이시라면 어느정도
생각이 깨어 있으신 분일텐데..
실제로 게임을 하는 유저중에 그렇게 '깨어있는' 유저분은
채 10%도 안된다는 소리입니다.

그럼 회사는 일단 돈을 벌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돈을 뜯어서(?) 그걸로 직원 월급주고 서버 유지비를
대고.. 해야합니다.
그렇다보면 절대다수의 의견을 더 중요시할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 위의 경우.. .제가 기획했던 방식이 디아블로식으로
바뀐 이후로 그런 부분에 대한 항의는 많이 줄었습니다.
즉, 그들이 그동안 '경험해왔던' 게임들과 비슷해졌으므로
아무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위에서 얘기한 '깨어있는' 몇몇 유저분들만..
이 게임이 자기가 가진 독창성을 잃었다고 슬퍼하셨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물론 위의 게임은.. 자본금도 열악하고 수익모델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소규모 회사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약 3천여개의 게임회사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정식으로 법인등록을 하고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가
약 1000여개..
그중에서 어떠한 형태라로 수익모델을 갖춘 게임회사가 약 300개..
그리고 최소한의 유지비 이상.. 즉, 약간이라도 흑자를 보는 회사가
약 50개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법인'에 등록된 게임회사중에 95%는 적자를 보고
있단 소리입니다.

이건 이상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현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많은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게임을 지지고 볶기만 하는 회사를

이크.. 글을 그만 써야 되겠군요.. 나중에 마저 올리도록 하죠.
지금 집이 아니라 딴곳이라..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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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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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아직까지는 현직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
여러분들의 글을 보고 나니 씁쓸하면서도 우울합니다.
저는 현직 기획자로 올해 4년차 일을 하고 있고, 패키지 게임 5개 만들고 모 온라인 게임을 오픈베타까지 만들어본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글.. 다 맞습니다. 똑같은 온라인 게임들.. 껍데기만 바꾸어쓰고 비슷비슷한 노가다 시스템 몇개 붙여서 혁신적이다! 라고 광고하는 역겨운 마케팅...

하지만 현업 종사자인 저는 먹고 살기 위해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만든 게임을 누구에게 소개시켜 주거나 알려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가 창피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개발자가 개판이다.. 썩었다.. 라고 말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게임을 아끼는 것만큼, 개발자 여러분들은 정말 자기가 만든 게임을 '자식'이라 칭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게임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대부분 그것은 방만한 경영진들의 대책없는 따라가기 행각에서 비롯됩니다.
전에 소프트맥스의 창세기 전이 떴을때...
모 게임회사도 알피지 게임을 만들고 있었답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본 사장이 이랬답니다.
"요새는 주인공 죽는게 기본인데.. 우리도 한두명 죽여야 되지 않겠어?"
멀쩡한 주인공이 예정에 없이 죽어나갔습니다.
또 이랬답니다.
"요새는 반드시 연애를 하던데.. 우리도 연애 시켜야 되지 않겠어?"
전혀 연계도 없는 캐릭터 둘이 연애를 하고 신파극이 되었습니다.

그 게임... 결국은 망하더군요.

제가 만들던 게임도 그랬습니다.
"이 시스템이 좋습니다. 획기적인 맛을 줄 것입니다."
사장 왈
"이거 다른 게임에 없는 거잖아. 이런 위험한(?) 것을 넣어서 망하면 네가 책임질래?"

"물약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고 결국은 노가다로 가게됩니다."
사장왈
"바보 아니야? 요새 물약 안먹는 게임이 어디있다고? 너 기획자 맞아?"

"스킬 시스템이 다른 게임과 유사합니다. 이거 디XX로 아닙니까?"
사장 왈
"야, 미친놈아! 너대로 하면 다 망해! 찍소리말고 하란 거나 잘해!"

하란대로 했더니, 기획이 엉망이라고 오픈까지 간 게임을 다시 닫고 새로 만든답디다.

또 다시 오픈한 지금.... 저번 게임과는 그래픽 스킨만이 달라진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뀐게 없습니다.
.....

그리고는 이제 또 다시 기획이 문제다.. 라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참 많이 속상합니다.

저와 같이 게임을 개발하시던 능력있던 기획자분은 이삿짐센타에서 일을하시고, 이제 저 역시 개발의 길을 포기할까 합니다..

더 이상 게임을 개발한다고 해도.. 제 스스로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게임만을 만들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반대하시는 여러분들....
역시 게임을 사랑하시고 아끼신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이 멀쩡한 개발자에게 돌아온다면, 그들에게는 너무나 억울하고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게임은 자식입니다.
그들도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저 역시 세상이 원망스럽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게임만을 찾은 여러분들의 죄는 정말 없는 것인가요?

왜 모든 게임이 물약을 먹어야 하고
핵 앤 슬래쉬 일변도가 되어야 하고
서로 리니지 못따라가 안달을 해야 합니까...

저 역시 그런 게임 안만들고 싶어서
자기 자식같은 게임, 뭐와 똑같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 것은 항상 그건 장사가 안된다.. 였습니다.

휴....

어차피 더러운 바닥이니 떠나면 그만이다.. 생각하기에는 너무 한이 남고.. 억울하네요..

여러분이 제 심정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이해를 해 주신다면...
암울한 온라인 게임에 자그마한 촛불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한을 남기고 떠나는 저같은 개발자가 없게끔...
모든 사람이 껍데기만 바꾼 똑같은 XX블로를 하지 않게끔...

따끔한 말 한마디와 더불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여유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 못난 게임 기획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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