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국민들이 2002 월드컵에 열광했음에도, K리그는 여전히 안습상태인 것을 냄비근성의

한 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봤으면 한다.


대중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 대회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이지 축구에 열광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축구 경기 중의 하나인 월드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대회로서의 월드컵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 덕택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월드컵이 끝나고도 축구에 지속된 관심과 애정을 가질거라, 혹은 가져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축구가 아니라 국제 대회이니까.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냄비근성은 커녕 아직까지도 그 월드컵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2002 월드컵을 경험한 국민들은 지금까지도 각종 국제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

올림픽은 물론이고, 축구에 비해 비교적 비인기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 야구조차도 일본과 미국을 꺽을

때 국민들은 열광했다. 비록 월드컵 때처럼 응원복을 맞춰 입고 거리에서 응원을 하진 않았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 경기에 귀 기울이고, 또 열광하지 않았나?


2006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중들은 이미 지난 월드컵이 4년이나 지났음에도 또 열광하고 있다.

월드컵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것을 냄비근성이라 볼 수 있을까?


월드컵만 이렇나? 다른 수많은 예들도 마찬가지다.


미군 장갑차 사건을 비롯한 한미 관계나,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줬던 사건들 역시 대중의 냄비근성으로

잊혀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그 사건 하나 하나에만 맞춰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생각일 뿐이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대중들 마음 속에 '반미' 혹은 '반일'과 같은 감정을 알게 모르게

형성하고 있다. 사건 하나하나가 잊혀진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그런 사건들의 의미가 마치 냄비 식듯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봐라. 과연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냄비근성에 의해 잊혀졌는지, 잊혀지는지.

극단적인 예로 벌써 50년도 넘은 일제 강점기의 만행들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그 일들을 전혀 경험

하지도 않은 젊은 대중들에게도 '일본에 대한 악감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냄비근성이 왠말이냐.



때때로 국민적 냄비근성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씁쓸한 사건들도 보곤 하지만, 그 예들로 거론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이렇게 사건 하나하나만 보고, 생각하는 좁은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어쭙잖은 소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