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en Angel님의 답글에 대한 답변이 길어져서 이번에도 본문으로 남깁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보시라고 본문을 쓰지만 앞으로는 답글을 좀더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__)


당연히 고시엔에 저 많은 학교들이 모두 가는 것은 아니지요. ^^;
지역예선을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치뤄 그 우승팀만이 고시엔 결선에 진출하는데 학교수가 많은 도쿄와 홋카이도는 2개 구역으로 나누어 총 49개 학교만이 여름 고시엔의 검은 흙을 밟을 수 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히로의 센카와가 북도쿄, 히데오의 메이와가 남도쿄...


연투 문제는 제 짧은 지식으로 글을 풀기보다는 해당 링크의 글을 읽어 보시는 편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http://cafe.naver.com/koreaserie/292 )

여기에 덧붙이자면 일본에는 프로야구 말고도 사회인 야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고등학교 때 선수생활을 한 사람들은 프로에도 많이 진출하지만 상당수는 일을 하면서 사회인 야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나오는 야구선수들의 대부분은 사회인 야구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만큼 프로야구와 사회인 야구의 수준차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되고, 사회인 야구에서 프로로 전향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선수들의 장래가 우리 나라만큼 불투명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이 여름 청춘을 불살라 보겠다는 혈기가 고시엔에서의 연투를 가능하게 한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최근까지 회자되는 고시엔 최강의 연투는, 98년 요코하마 고교를 전대미문의 트리플 크라운에 올려놓은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여름 고시엔 8강 對 PL학원전입니다. 이 경기에서 마쓰자카는 연장 포함 17회 완투에 투구수는 250개... 그야말로 무쇠팔을 자랑했습니다)


한신 타이거즈의 시민구단 얘기는 좀 더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프로구단이라면 예외 없이 기업이나 지역 유지의 스폰서를 받습니다. 주민세만으로 어마어마한 구단 운영자금이 충당될 리 만무하지요. 시민구단의 모양새를 굳이 명문화하자면, 시민들이 해당 구단의 일정 지분을 갖고 구단의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롤모델의 대표격으로 FC 바르셀로나를 꼽을 수 있습니다.(축구팀이 유명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신 타이거즈는 원래 한신전철의 자회사격입니다. 앞에서 말한 시민구단의 모양새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시민구단이라고 한 이유는 기업 홍보에 매달리지 않는 구단 운영, 흔히들 '피가 진하다'라고 대변되는 팬들의 높은 충성도와 성공적인 연고지 정착, 그리고 한신만이 가질 수 있는 고시엔 구장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이를 대변해 주는 일화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작년에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츠 버팔로스가 오릭스 버팔로스로 합병되면서 긴테츠가 쓰던 오사카돔이 비게 되었습니다. 이에 오사카돔 측에서는 한신 타이거즈에 자신들의 구장을 홈구장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습니다. 오사카 시내에 자리잡은 최신 시설의 오사카돔과, 시 외곽에 자리잡아 접근성도 떨어지고 지은 지 80년이 넘은(1924년 완공) 노후한 고시엔 구장... 누가 봐도 오사카돔 쪽이 끌리는 이 상황에서 한신은 일언지하에 이 제의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고시엔이 갖는 전통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앞서 말한 FC 바르셀로나(축구)는 각처에서 들어오는 기업스폰서를 받으면서도, 구석에 조그맣게 그려진 유니폼 메이커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스폰서의 로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슴에 큼지막하게 스폰서로고를 넣는 것은 구단이 시민의 것이 아닌 기업의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신의 구단 운영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한신 외에 히로시마 카프도 시민구단으로 볼 수 있고, 국내에서는 인기도와 성공적인 연고지 정착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농구의 원주 TG Xers가 시민구단에 가장 근접한 프로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실 구단 운영을 제대로 했다면 제가 살고 있는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훌륭한 사례가 되었을 텐데, 롯데는 전통적으로 구단이랑 프런트가 삽질을 하니... -_-;;


라이벌 얘기로 넘어가서, 예전에는 일본 야구가 교진(巨人의 일어발음) vs 한신으로 대변되었지만 십수 년 전부터 많은 라이벌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통의 '교진 vs 한신'전은 리그 순위를 불문하고 매 경기 만원사례이고, 그 외에도 '교진 vs 주니치'의 언론사 라이벌전, '교진 vs 야쿠르트'의 도쿄 더비(야쿠르트 팬들은 한신 못지않은 안티 교진으로 유명합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최신작 '크로스 게임'을 보면 이 부분이 살짝 나오는데, 아다치 미츠루 본인도 안티 교진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봅니다), '한신 vs 주니치'의 관서 더비, 퍼시픽리그 양대산맥인 '세이부 vs 소프트뱅크' 라이벌전 등 많은 더비전과 라이벌전이 생겼습니다. 근 십여 년 동안 교진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이 '교진 vs 한신' 이외의 다른 매치업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승엽 선수가 한신으로 갔으면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팀을 택한 거야 선수 마음이니 알 길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야구계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상주의'를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미 상당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의 신문사를 배경으로 전국구 구단으로 위세를 떨치고 각종 지상파 중계와 우수선수를 독식하며 제국으로 군림해 왔지만, 앞서도 말한 최근 십여 년간의 성적부진과 반대급부로 증가하는 안티 요미우리 세력 등이 맞물려 그 기세가 많이 꺾인 것이 사실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고 지금도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는 거대구단은 일본 야구의 큰 축을 이루고 있지만, 서서히 인기가 떨어져 가는 구단에 '전통'하나만 보고 덜컥 들어갈 정도로 이승엽 선수가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요미우리라는 최대신문사를 등에 업은 언론플레이의 활용과, 오사카 못지않게 한인사회가 형성되어 있고 가족들이 살기에도 좀더 편한 도쿄 연고를 지향했을 거라는 좁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지금의 이승엽 선수 포스라면 교진이 아니라 어느 팀에 가도 동급이나 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