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옛날사람님인 척 제목 훼이크
와우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얘기 중에 하나가
'WOW가 훌륭한 이유 = 점프'
라는 농담이 있죠.
이게 크게 보면 세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1) 이동의 자유로움
- 옛날 게임 보면 살짝 뛰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낮은 울타리 하나 때문에 빙빙 돌아가야 되는 경우가 많았죠.
2) 전략(컨트롤)의 확대
- 도망치다가 점프하면서 동시에 뒤를 보고 빽샷 한번 날려주고 다시 착지해서 계속 도망가고, 얼회를 점프로 피하고(?)
3) 뭐 없으면 일단 점프
- 먼 길 멍하니 달리기 지루해서 계속 점프,점프
- 던젼 앞에서 공대원 기다리는 동안 계속 점프 점프
- 인던 입장할 때 점프
- 적 도발하거나 앞에 있는 사람한테 자기 어필할 때 점프 점프
- 보스가 똥폼 잡고 긴 대사 줄줄 읊는 이벤트 씬 동안 점프 점프
지금 말하려는 건 3의 항목입니다.
마영전처럼 점프가 없는 편이 스타일리쉬하게 매력 있는 경우도 있고,
점프가 있어도 반응이나 후딜이 느려서 WOW 점프마냥 습관적으로 연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죠.
WOW의 점프의 경우 1)이나 2)같은 실용적인 용도 외에,
그냥 괜히 뭔가 심심하다 싶을 때 손 놓고 우두커니 구경하면서 지루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괜히 쓸 데 없이' 할 수 있는 동작이라는 점이 매력입니다.
현실에서도 초조하거나 기다리느라 지루할 때 괜히 손가락 장난 하거나 다리를 떨거나 하는 것처럼요.
이건 록맨도 그렇지만,
슈팅게임들 보면 '누르고 있으면 기 모아서 한번에 큰 데미지!'라는 이유가 없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공격 버튼을 연사하고 있게 됩니다.
건슈팅 게임의 일반시민처럼 '공격하면 내가 손해를 보는' 대상 때문에 공격을 멈추고 있어야하는 구간도 없어요.
그냥 무조건 막 두드려서 계속 공격하는 게 좋죠.
예전엔 '이럴 바엔 그냥 공격 자동으로 해두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최근에 한 카톡의 슈팅 게임을 하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이것도 WOW의 점프와 닮은 구석이 있더라구요.
최근에는 좀 덜하긴 합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드라마에서 '게임하는 장면'이라고 하면 괜히 스틱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버튼은 쓸데없이 계속 연타하는 식으로 묘사를 했죠.
기본적으로 게임을 스트레스를 풀거나 즐겁기 위해서 하는데, 이 단순 반복적인 행위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를 좀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격 버튼 누르면 공격이 되는거지 뭐'라고 단순히 생각한건지, '게임인데 기본적으로 뭐 좀 막 계속 눌러주고 해야 재밌지 않겠냐'라고 생각한건지는 몰라도
슈팅게임에서 버튼을 계속 눌러줘가면서 플레이하게 만든 점은 참 잘한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생길 수도 있는 '지루함'이라는 공백을 자체적으로 채울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요.
그러고보니 스마트폰 게임으로 넘어가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화면 딤 처리 후 로딩 인디케이터가 등장하는 게 그런 경우인데요.
타이니팜의 경우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화면 전체를 어둡게 하고 가운데 로딩 중 하나만 띡 뜨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양한테 밥을 주고 하트를 때려 박으면 그 양은 별도로 로딩 게이지가 올라가면서 서버와 데이터 교신 중임을 알리고,
돼지를 잡고 괜히 빙빙 돌리거나 화면 줌인줌아웃해가며 자기 농장 상황을 구경하는 등 딴짓이 가능하죠.
반면 킹덤로얄의 경우 명령 하나를 내릴 때마다, 행동 하나를 하거나 정보 하나를 확인할 때마다 화면이 딤 상태가 되면서 가운데서 동그라미가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물론 그 상태인 동안은 화면 어디를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고 그냥 멍하니 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게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컨트롤 (좌우상하 or 점프 등)이 재미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계속 컨트롤 하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