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이력서를 쓰면서 느낀 단상입니다.

규모가 조금 있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인재풀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던데, 이거 정말 형편없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지원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각 업체들이 무비판적으로 앞다퉈

대기업들의 기존 시스템을 베끼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입니다.

시스템 안에 있는 문항들만 봐도 그래요.


-부모님의 직업, 학벌, 온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요구

-입사 혹은 졸업년도 월일 수 꼬박꼬박 적기

-이름 한자와 영문 병행 빌기 --

-군제대 기간 월일수 적기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 개발과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해 과도한 집착 현상을 보입니다.

더군다나 신입-공채가 아닌 상시제 구인 때도 인재풀을 활용한다는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필요한 인력을 급히 뽑을 땐 별 도움이 안 될 게 분명하잖아요.


인재풀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큽니다.

어느 업체는 외부에서 개인인증을 하도록 했던데, 아무리 인증을 해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질 않아요.

또 어느 업체는 1280 해상도에선 도저히 다음 단계 버튼이 보이지 않도록 창을 어중간한 길이로 빼놓았죠.

(내 모니터는 1280 이상 지원하지 않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고 또 어느 업체는 워드 양식을 별도로 제공하면서도 업로드 시 에러가 나도록 조치해둔? 덕에 결국 인재풀 시스템을 활용하게 해놓았죠.


이 모든 사한들이 고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환경에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공들여 만들고 테스트 해본 게 아니라는 것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저는 다섯 곳의 지원을 포기해야 했는데,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단지 시스템의 장벽에 가로막혔다는 게 좀 억울해요.

현 인재풀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고, 개선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한번쯤 관계자분들이 의구심을 갖고, 시스템 개발에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