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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송된 내용자체에 편향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됩..
작성일: 2005/09/29 PM 06:06
수정일: 2005/09/29 PM 06:35
작성자: 박슬기(hwacha02)

추적 60분을 시청한 고3 학생입니다. 게임관련 직종을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꽤 흥미있게 봤습니다만, 방송에서 '게임의 유해성'을 검증하는 부분이 대부분인데 비해 그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또, 이 현상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도 많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은 혈류의 저하현상 실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일단 이 실험의 검증 자체에 문제점은 첫째, 게임이 혈류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한 검증이 없었습니다. 둘째, 대조 실험군을 설정해 놓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특히 이런 게임중 돌연사 현상이 장시간의 앉은 자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과 유사하다는건 주지의 사실로, 앉아 있되 게임을 하지 않는 대조 실험군을 설정해놨어야만 게임이 혈류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검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혈류 저하 실험 자체는 신빙성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 중독에 의해 대인기피, 자살을 하신분의 사례도 나와있었습니다만 이를 게임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을런지도 의문입니다. 다각적인 해석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건 특히 이 때문인데요, 대인기피 현상 또는 그 외의 정신질환은 보통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를 단지 현재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이 불러온 현상으로 매도하는 것은 과연 옳은지요. 아니 그 이전에 게임이 이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게임 외의 다른 원인을 찾아볼 수 없음'을 증명했어야 할텐데 이 부분도 전혀 언급이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비디오게임이 도파민의 분비를 가져온다 라는 네이쳐지의 보고를 인용한 부분도 아주 우스웠습니다. 아무리봐도 이게 전체적인 보도의 흐름과 연결된다기 보다는 단절된 느낌이 강했으며, 아주 작정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도파민의 분출에 대해 '마약성 물질이 분비된다.'라고 단순하게 표현하여 마무리지은건 무슨 의도인지. '그렇게 나쁜 물질이 뇌내에서 분비됩니다!' 입니까? 도파민의 뇌내 분비 현상은 생각보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특히 운동 후의 도파민 분비현상도 문제가 있어야하는건 아닐런지요?

또 3년내 돌연사 11명이라는 수치가 과연 얼마나 심각한 수치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오히려 3년내에 길을 걷다가 돌연사 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을텐데요? 또한 이것이 게임과 돌연사간의 관계의 메커니즘 적인 규명은 힘드나 이 죽음들이 그 연관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수치적자료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게이머 수는 천만에 육박합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저 수 까지 생각해 본다면 엄청난 천문학적인 수가 됩니다. 그렇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사례를 조사함은 물론, 폐해증상이 나타난 게이머와 전체 게이머의 수가 비교되는 퍼센테이지도 제공되었어야 하는건 아닌가요? 이 부분은 전혀 방송중에 언급되지 않더군요. 이래서는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호도한다는 비난을 면치는 못할겁니다.

뭐 저 또한 게임이 여느 매체에 비해 상당한 몰입성(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부류의 비판으로 부터 게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위에 지적한대로 정확한 검증없이 그들이 '게임'을 하고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폐해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치 대마초 논쟁에서도 나오는 게이트웨이 이론 논쟁의 재림을 보는듯 했습니다(왜 신해철씨가 비유하기를 '마약중독자의 100%가 우유를 마셨다 해서 우유가 마약과 연관이 있다 해야하느냐.'라는 것 말입니다.).

또한 게임이 이런 일련의 폐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규정된다고 했을때, 그 폐해를 보도하는 것만으로 완벽한 보도를 한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소년 문화에 대한 논쟁에서 빠짐없이 논의되는 부분이지만 청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문화적 토양을 사회에서 제공했는지요? 심야 게임 제한이 어쨌다 하는데, 마치 청소년 보호법의 심야제한을 보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 다니다보면 막상 놀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한밤중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 시각에는 왠만한 곳은 다 문을 닫고, 그나마 남은 각종 업소의 심야제한도 심하니 사실 집안에서 게임하는 것 외에는 할일이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문화적인 충분한 토양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는 특히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논할때 있어 가장 첫번째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었음에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래서는 어떠한 사회적인 대안도 제시할 수 없는 단순한 선정성 보도였다는 비난을 면하긴 힘들겠죠?

추적 60 분은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이런 검증이 부족한, 신중하지 못한 보도를 한것은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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