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저희집이 586이라 게임은 꿈도 못꿨고(박찬호 체인지업! 하고 광고할 시절),
팩 꽂아서 하는 게임기를 주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어떤 게임기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AVGN에서 고전 게임이 소개할 때 봤었는데..

여튼 가끔 실행 안 되면 바람도 불어보고, 탁탁 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말이죠(지금은 컴퓨터 본체를 칩니다).

게임을 끝을 보거나 혹은 도무지 빡쳐서 못하겠다 싶으면
팩들고 집 근처 게임집에 갔습니다.

집 근처에 게임집이 4~5군데가 있어서 원하는 게임이 없으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게 꽤 좋았습니다.
저기는 뭐가 있을까, 두근거리기도 하고 찾던 게임이 떡하니 있으면 세상을 얻은듯 좋아했죠.

그러다 플스1이 나왔던가.. 꽤 비쌌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는군요. 어머니와 협상해서 성적 얼마 올리면 플스1을 사주겠다, 라는 확언을 받았는데 정작 성적이 그리 올라도 신경질만 내시고 안 사주신...
역시 그런 내기는 명절날 '돈 맡겨놔'와 같이 믿을 게 못됩니다.

결국 옆집에 게임 좋아하던 형이 산 플스1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어야 했지만 그것만으로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플스1방도 생겨서 동네 꼬맹이부터 고딩까지 많이 왔는데 당시 최고 인기 게임은 우리는 챔피언; 웃으면서 보던 주인 아저씨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음..그렇게 게임과 함께 자라왔지만, 언젠가부터 게임이나 만화는 어린 애들이나 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그때 제가 지금 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2, 3년정도 게임에서 눈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흥하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더군요.

어느순간부터 점점 게임집에 사람이 드물어지더니 결국 하나하나 문닫거나, 규모가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게임해볼까..할 땐 남아있는 게임집은 단 2개. 플스1방과 팩빌리던 집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지 그 집마저 문닫고, 플스1방은 아이돌 사진같은 걸 팔면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더니, 제가 고등학생 때 결국 문을 닫더군요.

그 간판은 여전히 붙어있습니다.

....

지금은 무슨 게임을 해도 예전만한 재미가 없네요.

역시 마우스 클릭질 몇 번과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하는 것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