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넘쳐나는 쥐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고양이를 내비둬야 하는데
그냥 내비두자니 병아리들을 먹지도 않고 다 죽여버리고.
그렇다고 병아리 살리려고 고양이들 죽이면 쥐들이 쑥쑥 늘어나고.

닭을 거의 다 잡아먹어서 닭좀 키워야겠다 싶어 병아리들을 20만원치 사놨는데
고양이들이 다 죽여놨더라구요.
병아리 시체가 잔인하게 난자당한것 외엔 각 부위가 죄 남아있었으니
잡아먹은건 아니고. 그냥 장난삼아 죽인건데.
이걸 보고 열이 확 뻗쳐서 멸치에 쥐약 섞은걸로 근처 고양이를 다 죽였더니
이번엔 쥐가 창궐해서 소들 물마시는 물컵에 하루 두마리씩 자살쇼를 했지요.

그런데 쥐는 죽이기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쥐약을 뿌려두면 한두마리만 먹고 나머지놈들은 안먹어요.
쥐는 머리가 좋아서 먹이가 있으면 대표로 한놈이 가서 먹어보고,
이상 없으면 다들 먹되 이상이 있으면 쳐다보도 않지요.
쥐덫도 한두마리씩 잡는거지 쥐를 줄이는데 효과가 별로 없어요.

또 고양이보다 쥐가 더 짜증나는 녀석들이죠.
적어도 고양이는 푸대를 다 찢어놓거나 전선 혹은 끈을 끊어놓지는 않지요.
뭣보다 더러워서 내집 창고에 누웠다가 재수없으면 유행성출혈열에 걸릴 수도 있어요.
동네에 사시는 친척아주머니께서 그렇게 병원에 입원하셨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고양이들이 들어와서 살림을 차리더라도 죽이지 말자고 부모님께 건의했고,
우리 집에서 그 누구보다도 고양이를 싫어하시지만
열심히 쌓아둔 왕겨푸대의 절반이 찢어진걸 보신 아버지께서도
고양이를 죽이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또 병아리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차라리 고양이들이랑 말이라도 통했으면
이보게, 고양이친구들. 저기 있는 병아리들을 죽이지 않고 쥐만 잡아먹는다면
내 이곳에 자네들이 겨우내 뜨듯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고
일정량의 먹을것을 공급해주겠네.
하고 계약을 맺을텐데요.
그러면 고양이들은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음식 문제를 해결할테고,
저는 그 망할 쥐들때문에 골머리를 썩힐 일이 줄어들겠죠?
하지만 고양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뭐...

어쨌든 고양이들을 공격하지 않은지 한 두달쯤 되니까
집에 고양이가 한마리 와서 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당장 쥐가 눈에 띄는일이 확 줄었고,
거기다가 엊그제는 사람들에게 '난 쥐만 먹고 삽니다' 라고 주장이라도 하는듯이
가족들이 자주 다니는 길에다가 쥐를 한마리 잡아다 놨더라구요.
집창고에서 짚을 꺼내다보니 머리만 남은 쥐 시체가 몇구씩 보였구요.

그래서 큼지막한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 안에 병아리를 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아리 머리에 벼슬이 생길정도로 커지면 고양이들도 함부로 덤벼들진 못하니까요.
고양이가 쥐를 처리하는데 이정도로 큰 효과를 보여주니
차라리 사람이 고생좀 하자 한거죠.

이런 뻘글을 쓴건 하루종일 비닐하우스 만드느라 힘들어서 그런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