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얄궂다.
십진수와 정방형의 타협으로 계란 한 판은 서른 개.
찬 나이로 타협을 해볼랬더니, 우리 나이는 에누리가 안된다네.

그래서 짤 없는, 서른이 됐다.
작년 초엔 두려움 속에, 다가오는 나날들을 기대했는데,
그 때의 패기와, 희망과, 운명에 맞선 의지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福을 거부하고 불같은 의지를 동경했건만,
썪은 추억의 늪지 속을 헤매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를 깨닫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니

2007년 한 해는 폐관수련의 시간이었나.
2008년 한 해는 울력을 해야 하나? 운수를 해야 하나? 설법을 해야 하나?
2009년 한 해는 화두를 깨쳐 해탈을 할 수 있을까? 선정에 들 수 있을까?

그토록 부인했던 福마저 절실하고,
뿌린 씨앗 하나하나, 댓가를 치르나 싶어 후회하고, 빌어봐도 소용없어
계란 한 판 지워진 이 고약한 몸뚱이 하나. 역겨워하는 회색빛 1월 1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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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즐기던 그라, 자유게시판의 링크를 따라 흘러들어와서,
한 바탕 '오오아소비'를 벌였습니다. 건의게시판에서 '외교요소'도입 얘기도 한 적 있고,
일본 그라자료 번역해서 올리고, 해외 평점들도 몇 올리고... 다 열정이 있었으니까 했던 것 같기도한데,

그런데, 돌이켜보니 한 해를 '그냥' 보냈습니다.
한 해 유예였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20대의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딱 서른이 되고 나니, 정줄을 놨었구나, '절대 이대로는 못산다'는 오기가 생기네요.

사실 저는 '외무고시생'입니다. 늦은 나이에 군 전역하고,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잡은데다,
얼마전 자퇴서 한 장으로 그토록 염원하던 꿈을 버렸는데... 아무 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오기가
이렇게나 힘들더군요. 버리고 밑바닥으로 가라앉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1차 시험 딱 한달 정도 남겨 놓고나니... 이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참, 어리석죠. -_-;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훌륭한 분들이랑 '글로 대화하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뭐 가끔가다 눈팅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