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녀석의 문자가 왔습니다.
'(검)도장 가는 길인데 누가 통기타를 버리네'
...
가만히 있을 DP군이 아니잖습니까!
당장 도장이 어디냐!며 뛰어 나갔습니다.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냥 막 뛰어 나갔습니다;;
한참을 헤맸습니다.
여기가 내가 사는 3차원 세계인지 디지몬 친구들이 사는 디지털 세계인지도 헷갈리더군요.
전화도 계속 하고.. 문자도 계속 보내다가..
결국엔 찾았습니다...!
제 눈 앞에 뭔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통기타 하나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바로 주워 들었죠!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기타 바디 뒤가.. 완전히 274중 추돌 사고난 티코 마냥 찌그러 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OTL...
게다가 너트는 다 부서져 있고.. 헤드머신은 녹이 슬어서 잘 돌아가지도 않고.. 프렛은 전부 끄트머리가
나가 있고.. 여튼 심하게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여고생들 야자 마치고 우르르 나오는데 그 옆에서
녹슨 줄 다 빼고 안에 손 넣어서 찌그러진거 편다고.. 얼마나 난감하던지.. 이상하게 쳐다보고...
결국 집에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 부서진 기타를 달랑 손에 들고 갈려고 하니..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커다란 봉투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수퍼란 수퍼는 다 돌아 다니면서 커다란 봉투 하나
있으면 주라고 했더니.. 없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포기하려다가 과일 장사하는 할머니가 계시길래...
커다란 봉투 하나 있으시냐고 하니.. 없다고 하시다가.. 제가 계속 왔다 갔다 하니.. 뭘 넣으려고 하냐고
하시길래.. 기타 넣으려구요; 하니까.. 그냥 맨손에 들고 다니면 멋있다고 손에 들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 그러더니.. 가게 안을 이리저리 뒤져 보시곤 커다란 봉투 하나를 주셨습니다; 몇번을 감사하다고
인사 한 후.. 버려진 곳에 놔뒀던 기타를 찾아가.. 봉투에 넣고는.. 버스를 탔습니다;
... 야자 마치고 오는 학생들이 어찌나 많던지....
여튼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 고물상 차리냐고 하시더군요;;; 그 까진 좋은데...
어머니 曰, '저번에 일하러 가니깐 어떤 아줌마가 집에 쌍둥이 아들들이 쓰던 기타가 하나씩 있는데 조금
만지다가 이젠 쓰질 않으니 원.. 버리기도 뭐 하고 해서 가져 갈려면 가져 가라고 했는데.. 그냥 귀찮아서
안 들고 왔다'
...
여튼.. 득템 아닌 득템을 했습니다;
이거 고치려면 고치는 돈이 더 들게 생겼네요; (아니.. 줄 살 돈도 아깝겠다;)
헤드머신의 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식초에 담겨 놓으면 녹이 떨어지려나..
너트는 친구 아버님께 부탁해서 하나 만들어 주시라고 하면 될 것 같고..
문제는 뒤에 찌그러진 부분인데.. 온 힘을 다 해도 펴지질 않는군요;;
아아.. 난감한 득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