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익들과 넷이서 간단하게 술한잔 하고..
집으로 가려고 터미널쪽으로 걸어가던 도중에..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밑에서 우는 소리도 들리고.. 때리는 소리도 들리고.. 욕하는 소리도 들려서..
뭔가.. 하고 슬쩍 봤는데..

어두컴컴한데서 누굴 때리고 있더군요..
그냥 지나가자.. 말리자.. 하다가.. 넷이서 내려가봤습니다..

교복입은 고등학생 세명이서 한명을 발로 차고.. 손으로 뺨을 때리고 하더군요..
야 너네 뭐하냐..? 하니.. 뭐 상관하지 말라고 어쩌고 하더군요..

저희쪽이 숫자도 많고.. 술도 한잔해서.. 또 저희중 한명 아버지가.. 경찰이기도 하셔서..(...)
까불지 말라고 하며 가니.. 뭐 궁시렁대고.. 맞은애한테 침을 탁탁 뱉으며 재수없다고 하면서 가더군요..
쫒아가서 죽어라 패주려다..

킹은 말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때라..(...)

여튼 가보니.. 남자애 하나가 울고있는데..
정신지체 장애인이었습니다.. 저희들도 몇번 본적이 있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종종 봤거든요..

왜 때렸냐고 물어보니..
음.. 뭐 재수없게 쳐다봐서.. 때린거라고 하더군요.. 돈도 뺏기고.. 오백원....
안면근육이 제어가 힘들어서.. 그런걸텐데..
좀 횡설수설 하기도 했습니다.. 나이는 21살이고.. 집은 어디쯤인데 전화번호도 모르고..

잠은 무슨 교회가서 잔다고 하고.. 흠..

그냥가자.. 경찰서에 대려가자.. 하니.. 뭐 경찰서엔.. 무서워서 안간다고 울어재껴서..
실랑이 끝에....

저희집에 데리고 왔습니다..-_-..
공익들과 함께..(실랑이 하느라고 버스가 모두 끊겨버린...)

데려와서 아버지께 자초지종 이야기하니 잘 데려왔다고 하더군요.. 씻기려고 보니..
여기저기 피멍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에휴.. 병원부터 갔어야 했는데..

목욕시키고 종일 굶었다고 해서.. 밥을 차려줬습니다.. 찬밥뿐이어서 좀 미안했습니다..

애들이랑
"에이 XX 열받는 세상이다.."하며.. 통닭시켜서 녀석도 먹이고.. 같이 먹었습니다..
물론 술도 또 마셨죠..
녀석은 계속 저희들이랑 저희 부모님께.. 폐끼쳐서 미안하다고 쩝..
여튼 같이 뒤엉켜서 잤습니다..

오늘 아침에 같이 출근해서.. 사회복지과에 이야기하니.. 시청쪽에서 와본다고 해서..
방금 시청 복지과쪽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동사무소는 관내 장애인 현황만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집을 찾아주거나.. 아니면.. 복지시설쪽에 가겠죠..
제 전화번호도 적어줬는데.. 잘 갖고 있으려나.. 걱정입니다..
갈때 계속 고맙다고 꾸벅꾸벅 거리더군요.. 혹시몰라서 돈도 천원씩 걷어서 줬는데.. 음..

어제 밤에 제방에서 통닭먹으면서 물어봤는데..

"너 임마.. 뭐가 하고 싶냐..?"
"일해서.. 돈벌고 싶어요.."

그 대답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습니다.. 잘되야 할텐데요..

여튼.. 동장님께서 어찌 들으시고 공익들 이쁜짓했다고 오늘 저녁에 갈비 사주신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