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노하우 빼갈라" 외국업체 경계령  
국내업체들, 방문 제한하고 직원 입단속
명목은 "제휴" "견학"… 실제론 '기밀 캐기'

[조선일보 김기홍 기자]

국내 인터넷업계에 미국과 일본·중국 등 해외업체 경계령이 내려졌다.


해외업체들이 국내 인터넷 업체의 성공 비결을 통째로 넘겨받기 위해 접근한다는 ‘불순한 의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실제로 호의적으로 기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가 피해를 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N사와 W사 등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지난해 말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미국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로부터 한국 진출을 위해 제휴하자는 제의를 받은 뒤, 서버 운영 기법이나 개발자 연봉 등 기업 비밀을 상당수 넘겼다가 낭패를 당했다. 비벤디가 제휴 제의를 없던 일로 돌리고, 한국에 독자적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


또 중국의 대형 포털업체들이 국내 중·소형 CP(콘텐츠 제공자)에 잇따라 접근해 중국 내 사업 협력을 제안한 뒤, 이들 CP들로부터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만 빼내가는 일도 발생했었다.


국내 관련 업체들은 최근 외국업체들의 방문에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인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해외 중소업체의 방문은 아예 사절하고 있다. 전주호(全胄鎬) 부사장은 “국내 인터넷업체의 경쟁력이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해있다”면서 “일본·중국을 대상으로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업체에 마냥 좋은 일을 시켜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NHN은 최근 일본이나 중국·미국 업체의 회사 방문 요청을 선별해서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제 일본 온라인 티켓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현황에 대해 듣고 싶다”며 NHN을 방문한 뒤, 4시간 동안 머물며 수익 모델이나 사용자 이용 행태 등 미니 홈페이지 사업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NHN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업체 방문자들에게 한국 인터넷 산업의 발전상을 알려준다는 차원에서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실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 노하우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 발언 수위 조절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업체 CJ인터넷도 일본·중국업체의 방문 요청 허가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자체적인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들은 게임 서버나 소스코드(프로그램 세부 내역)를 공개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커뮤니티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커뮤니티 서비스 개발 과정이나 운영 노하우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해외업체의 방문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한국 인터넷 시장 상황이나 기반 시설 구축 현황 등 일반적인 내용만 말하도록 입조심을 시키고 있다.



(김기홍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arma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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