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언젠가 울티마 포럼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주인이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아서 성이 무너지자
그 성터를 약탈하다가 우연히 대박을 터뜨린 유저들의 이야기...


그러나...
나는 허름한 히어로경의 방안에서 그런 소박한 성공 이야기들을 비웃고 있었습니다.



무너진 성터에서 약탈한 물건들...
또는
성이 무너진 자리에 잽싸게 집을 지어 챙긴 이득...

그런 걸 모두 합쳐봤자,  히어로경의 단칸방 안 저 낡은 상자 안에 있는 4가지 물건에 비하면 1 / 10도  안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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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반적으로 성이 무너지는 것은 진짜 드문 일이었고
일단 무너지면 그 소식은 한동안 그 서버의 최고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성 하나가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그 주인이 장기간 접속을 안하면 무너지는 시스템...
그리고 주인없이 무너진 구조물은 부동산업자들의 표적이 되지요.
합법적인 약탈의 대상이 되는 것이니까요.)


전 길드가 없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 몇 명(부동산업자?)을 쪽지로 불러 협동 작전을 계획했고,
그중에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히어로경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깜박깜박 거리던 성은 결국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약탈은 시작되었고...
다른 유저들의 드래그는 나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이 값나가는 물건들을 드래그로 챙기면서
무너진 성터에 발 빠르게 집을 짓기 시작했건만,

그러는 동안에 제가 건진 것은 쓸모없는 상자 몇 개. 나무 몇 개. 파란 샌달...
절망적이었습니다.


비록 게임 상에서나마 인생역전을 노렸건만..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어버렸죠.

제가 부른 친구들도 소득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들 점잖고 연세 있으신 분들이라 다른 업자들(젊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선 밀릴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그렇게 일확천금을 향한 기회는 날아가 버렸고... 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시약 장사나 하러 가려고 했었지요.


그때였습니다. 히어로경이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히어로경 : 쵸티경. 또 시약 장사 하러 가는거야?”
  “쵸티 : 응, 히어로경. 히어로경도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이는걸.”
  “히어로경 : 응, ‘철상자’하고 ‘그물’ 몇 개 주웠어. 집에다 장식이나 할려고..“
  
  “쵸티 : 그물? 우와 그거 개당 16만gp는 하겠는데.. 그런데 그 철상자엔 뭐가 들었어?”


그 때 히어로경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저에게 상자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구한 물건들의 가치를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나를 친구라고 믿었기에...


암튼 상자 안을 확인한 저는 실제로 의자에 벌떡 일어나버렸습니다.

아... 그때는 저는 정말로 울티마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현실 친구들도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제일 중요한 시기에 공부도 안하고...
운동부족으로 말라가는 내 몸...

게임 때문에 화를 내고 스트레스 받던 폐인이었지요.



그런 때였습니다.
그런 때에 울티마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내 앞에 내민 것은...
서버 4대 레어...!!!!!

[쓰러진 의자] [쓰레기 이벤트 염색약] [펼쳐진 책] [‘’하나는 생각 안남‘’]


  ‘이럴 수가!!’
  ‘뭐야, 어떻게.. 그 상자 안에 이게 다 들어 있는 거지?’
  ‘1개도 아니고... 4개 모두...!!’
  ‘왜 다 들어가 있어?’


정말로 게임을 하다말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었습니다.
(그러다 컵라면까지 엎질렀어요. ㅠ ㅠ)



처음엔 히어로경의 대박에 놀라며 그를 축하해줬지만,
그 마음은 점점 질투심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히어로경은 돈을 벌려고 고생해본 적도 없었고
    매일같이 길드원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여행을 다니고 전쟁을 하며
    그저 놀기 바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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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돈을 벌려고 성공하려고 나무도 패고, 땅도 파고, 고생하며 시약장사도 했는데...
    그래서 길드도 가입하지 않고 얼마나 지루하게 게임을 했는데..
    얼마나 지겨웠는데......

  ‘어떻게 그걸 내가 아니라 히어로경이 주울 수 있는 거지?’





저는 태연함을 가장했습니다.

  “쵸티 : 좋겠네. 히어로경은... 그거 디게 비싼 거다. 성도 살 수 있겠다.”

  “히어로경 : 비싼건가?...호.. 운이 좋은걸. 일단 은행에 가져다 놔야지. 허허..
              쵸티경.. 전화가 왔어. 이만 나가 봐야겠다. 나중에 보자.“


히어로경은 정말로 그 물건들의 값어치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좀 나눠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진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한 반응의 히어로경을 바라볼 뿐...


그 때 히어로경이 너무 미웠습니다.
질투심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하지요.


전화가 왔다며 접속종료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저는 분명 ‘혼자 독차지 하려고 나가는 거다’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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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그 날 그렇게 히어로경이 접속을 종료한 이후로 저는 쭉 멍해져 있었습니다.

    고작 게임 하나 때문에 이렇게 풀이 죽어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 때가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리는 것도 부끄러워서 머뭇거리다 올리는 것입니다.
    반성의 의미로...ㅠ ㅠ



암튼 그 날 이후로 저의 울티마 온라인에서의 라이프는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접속을 하면 은행 앞에서 가만히 캐릭터를 세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거래해왔던 단골손님들이 며칠째 장사를 하지 않고 있는 저를 찾아와 물었지요.

  “단골손님들 : 쵸티님. 시약 안파시나요? 나무 안 팔아요?”

그러면 전 은행의 제 보관함에 있는 시약이나 나무 재고들을 그냥 공짜로 줘버렸습니다.

  “쵸티 : 이제 장사 그만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거래해 주신 거 감사드려요.”


그런 저를 보며 단골손님들은 아쉽다는 눈치였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 안정적으로 사기 걱정없이 거래 해왔던 손님들이라 아쉬웠지요.
그러나 의욕이 나질 않았습니다.
힘들게 장사하고 나무하는 것이 그냥 무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히어로경이 주운 4대 레어템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습니다.




한편 언제부터인가 울티마 안에서 히어로경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길드를 찾아가 길드 동료들한테 물어봤더니 벌써 며칠째 접속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서둘러 히어로경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의 허름한 단칸방 집...
4대 보물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집 앞에서 히어로경이 접속하길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결국 저는 주인 없는 히어로경의 집으로 들어가 예의 철상자를 찾아 클릭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뜻 밖에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철상자를 클릭하자 나타나는 메시지...

  [공동소유가 아닌 이상 상자는 열 수 없음]

며칠 전만해도 분명 내가 상자를 열어 볼 수 있었고, 드래그 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었는데...
히어로경은 아무도 그 상자를 열거나 볼 수 없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전 심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 충격으로 전 한동안 접속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다시 울티마 온라인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전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었지요.


히어로경의 길드 동료들에게 물어본 바,
히어로경은 게임을 접는다며 그동안 자신이 모은 보물들을 길드를 위해서 쓰라고 모두 기부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바로 어제...


4대 레어 중 2가지를 건네받은 길드장이 그걸 팔아 그 돈으로 길드타워를 샀다나 모라나 막 자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히어로경은 전화통화조차 해본 적 없는 날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마지막으로 히어로경이나 만나보고 나도  게임접자..’


저는 순간이동 마법으로 히어로경의 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비어있는 히어로경의 집 안으로 들어가 그냥 무심코 철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전에는 주인 이외엔 열 수 없도록 설정되어 있던 철상자가 그냥 쉽게 열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길드장에게 준 2개 이외에 나머지 다른 2개의 4대 레어템과 꽤 큰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쓰레기이벤트 염색약] [펼쳐진 책]. 그리고 100만gp짜리 수표 2장...


     ‘뭐지?’
     ‘왜 상자를 안 잠궈 둔 거지? 히어로경이 실수했나?’


그때 제 심장은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




마지막 편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그냥 마우스만 드레그하면... 저 템과 돈만 있으면 난 성을 지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무리 게임상의 인연이었지만 히어로경을 배신하긴 싫었습니다.



       ‘그래, 그냥 냅두자...’


히어로경이랑은 초보시절 같이 나무도 하고,
일본 서버에 같이 처들어가서 일본애들한테 욕도 하고
사기도 치고 옷도 코디해주고...

그런 친구였는데 내가 돈에 눈이 멀어 이렇게 되다니..



한숨을 내쉬며 전 다시 상자를 닫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자를 닫기 전 유심히 상자안을 들여다 보니 그 안엔 조금만 상자가 하나 더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호기심에 못이겨 그 작은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길드장한테 기증했다던 [쓰러진 의자]와 [다른 한가지(기억안남)] 의 레어템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아까전에 길드장이 그걸 팔아서 길드타워를 지엇다는 이야기는
그 길드동료가 내가 자꾸 귀찮게 히어로경에 대한 소식을 꼬치꼬치 물으니깐
그냥 장난을 친 것이었나 봅니다.


저는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친구와의 신뢰보다도, 저는 아이템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보물은 나의 것이다.’
     ‘애초에 히어로 경은 내가 무너져 가는 성을 데려가 주었기 때문에
     저걸 먹을 수 있었던 거야.‘

     ‘그래, 데려가 준 사람이 나니깐 나에게도 절반은 소유할 권리가 있어..‘





저는 결국 [쓰레기 이벤트 염색약]과 [쓰러진 의자]를 훔치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2개의 레어 보물과 수표 2장은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다.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혹시라도 히어로경과 마주칠까 무서워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날 이후 전 몇 일간 울티마에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는 게임 상의 규칙을 어긴 건 아냐‘... 라며 뻔뻔하게 자신을 위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상자를 잠궈놓지 않은 히어로경이 잘못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저는 위안을 삼았다.


        ‘나를 믿었든 아니든 상자를 잠그지 않은 히어로경의 잘못이다.’



그리고 며칠인지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저는 다시 울티마에 접속하였습니다.

접속하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가서 내가 히어로경으로부터 훔친 보물들이 잘 있는지 확인부터 했습니다.

보물들은 제 은행 창고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히어로경이 은행 근처에 나타나서 "쵸티경을 찾습니다. 혹시 보신 분?" 하면서 도배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마 도둑이 나란걸 눈치 채고 나를 찾고 있구나..’

저는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히어로경을 바라보았습니다..



히어로경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저를 찾아 다녔습니다.
"큰일났네"를 외치면서..



한동안 그를 지켜보던 저는 그 날 그냥 그렇게 로그아웃해 버렸습니다.



다음날 접속하니깐 히어로경은 여전히 저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히어로경이 제가 훔친 보물을 돌려받으려고 저를 찾아다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히어로경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 내가 미쳤지. 겨우 아이템 때문에 친구를 배신했다니.’


저는 투명마법을 풀고 히어로경한테 다가갔습니다.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히어로경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제가 나타나자 그냥 [^^] 이런 이모티곤을 치면서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는 히어로경이 절 비웃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템 때문에 친구를 배신한 쓰레기였으니까요.


   쵸티 : "미안하다. 히어로경 날 용서 히지마. 훔쳐간 거 다 돌려 줄께..."


하지만 히어로경은 또 이렇게 ^^ 웃을 뿐이었습니다.


   쵸티 : "미안해.. 하지만 비웃지는 말아줘.. 부탁이야. 히어로경..진짜 미안..."


하지만 히어로경의 입에서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히어로 : "천만다행이다. 쵸티경...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타나줘서... "

   쵸티 : "무슨 말이야?"

   히어로 : "일단 이 아이템들부터 다른 캐릭으로 옮겨줄래?"


히어로경은 아이템 교환창을 열었습니다.
그리곤 거기에 나머지 제가 훔치지 않은 다른 2개 레어와 수표 2장을 올려놓았습니다.

       ‘날 처참히 밟아버린다는 뜻인가?’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렇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되다니...
저는 씁쓸하게 웃으며 일단은 히어로경이 옮겨 달라는 템들을 받았습니다.

이제 히어로경이 다른 캐릭으로 접속하면
그가 방금 맡긴 2개의 레어와 수표,
그리고 제가 훔쳐갔었던 다른 2개의 레어를 모두 돌려주고 게임을 끝내자...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쵸티 : "다른캐릭으로 온다면서? "

   히어로 : "쵸티경. 나 늙은 나이지만 일본으로 케익 만드는 법 배우러 유학가..“
            “거시서도 울티마 할 수는 있겠지만 이젠 그만 접을래.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려고 한다..."


전 히어로경에게서 나온 의외의 말에 놀랐습니다.

   쵸티 : " .....언제 다시 오는데?"


   히어로 : "한 1년? ..그리구 그거 4개 보물과 수표 내 전재산이다. 너 가져.
            “그리고 이제 돈 번다고 고생 그만해. 친구야 .."

   쵸티 : "싫어. 안 가져. 차라리 너희 길드원 줘.."


   히어로 : "처음부터 내가 만약 게임을 접는다면 너한테 줄려고 했었어..
            근데 갑자기 유학 연락이 온 거라 너한테 말할 시간이 없었어..
            유학 준비 하느라고 접속도 못했고..
            게다가 난 너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래서 내 집에 4개 보물을 넣어뒀지..
            하지만 이집에 출입가능한 친구로 되어 있는 사람이
            너 말고도 우리 길드원 전부가 친구로 되어 있어.
            너 한테 주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 안되잖아.
            그래서 할 수 없이 일단은 공동소유만 내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상자에 잠금 설정을 해두었던 거야.."


   쵸티 : "난 너희집 공동소유자가 아니었자너?"

   히어로 : "응. 맞아. 그래서 우리집에 들어올 수 있는 친구 목록을
            너만 빼고 다 삭제해버렸어.
            너만 그 보물을 집을 수 있게..
            만약 오늘까지도 널 못 만났다면 내 집은 무너져버리고
            순발력이 딸린 너는 또 헛수고만 했겠지..
            그래서 너만이 그것을 집을 수 있게 설정해 놓은 거야..."


히어로경의 말에 저는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실제로 만나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33살에 남자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히어로 : "쵸티경. 이제 진짜 나가봐야 된다. 마누라가 난리도 아니다..
            쵸티경, 1년 후에 한국에오면 다시 겜 같이 하자.
            부탁이니 1년후 우리가 예전에 같이 술 먹던 게임속 술집 거기서 만나자 "

   쵸티 : "그래..."

   히어로 : "미안하다. 진짜 시간이 없네. 너무 즐거웠다.
            그럼 언젠가 또 만나자. 쵸티경..."


그렇게 히어로경은 떠나갔습니다.
그게 히어로경과 저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그렇게 죄책감과 부끄러움, 그리고 고마움 속에서 우리는 짧은 작별을 끝으로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전 그날 실제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히어로경에게서 받은 4대 레어와 수표, 그리고 제가 그동안 모은 모든 재산들을 나의 친구들과 히어로경의 길드원한테 모두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얼마 후 영원히 울티마를 떠났습니다.
울티마 온라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온라인 겜도 두 번 다시 하지 않았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오늘 저는 다시 울티마 계정을 끊고 오랜 친구 히어로경을 만나기 위해 접속을 했습니다.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고,
제 진짜 신분을 숨긴 것도 털어놓고 싶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를 배신한 잘못에 대해 용서 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히어로경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기다려도...





어딘가에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잘 지내고 있지?
나도 건강해.

이제 서로 다신 만날 수 없겠지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리고 미안해. 내 친구 히어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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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guskA.jpg ← 저희 집 고양이... 종은 큰사슴 종...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