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처음 전용선을 깔고 뭔가 해봐야겠는데...
나우누리뿐이 못하던 시절...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소개하며 현대판 장기라고 추천하던 김모군의 말에 몇 번 플레이해봤지만 도저히 정이 가지 않던 그 때...


어느 날 우연히 방문했던 게임관련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울티마 온라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당장 구입!!!
설치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첫 접속...
아... 그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울티마 온라인의 세계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서로 살아있는 듯 제각기 움직이고
자기들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고...
말을 타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이는가 하면...
한가로이 기타를 치고 있거나...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거나...

그야말로 또 다른 세상 그 자체였습니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잘 갖춰진 가상의 세계...


서로 불꽃을 쏘며 싸우고 있는 마법사들...
가구를 만들고 있는 목수들...
무기 고치는 대장장이...
무기 고쳐달라는 전사....
예쁘게 차려입은 캐릭터들의 자기자랑...
그걸 비웃는 엽기 캐릭터들...

정말... 정말 딥빵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그 때...
처음엔 은행 앞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했었습니다.

구걸이라고 해서 비굴하다거나 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구걸하는 저에게 돈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너무나 놀라웠구요.

아... 그 때 그렇게 구걸한 돈을 훔쳐 달아나던 [스틸라이프]군은 지금은 뭘 하고 지내고 있나요?



암튼 시간은 흐르고... 차차 게임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처음엔 그저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세계가 마냥 경이로웠지만 차츰차츰 게임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크고 작은 목표들이 생겼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간절히 원하던 것은 비싼 레어 신발 아이템, [리얼블랙샌달]이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습니다.

아... 그 때 그게 얼마나 가지고 싶었던지.....


구걸로 연명하던 저는 그 신발을 사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나무를 베어다 파는 것이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나무꾼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단순한 생각으로 큰 도끼가 성능이 좋고 있어보여서 ‘큰 도끼’로 나무를 베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도끼’가 더 빠르고 훨씬 효율적이라더군요.


당시에는 나무가 ‘금값’이었습니다.
왜냐면 나무를 하던 지역은 살인자들이 자주 출몰하던 지역이었거든요.

진짜 나무를 하면서 수도 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한번은 저를 죽인 살인자에게 욕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놈이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너무 충격적인 욕을 해대더군요,

그 이후론 그냥 PK를 당하면 ‘ㅠ ㅠ’ 표시만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마음씨 좋은 살인자분은 죽였던 절 다시 살려주고
살며시 돈도 쥐어주던 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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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나무를 해서 돈을 벌어 [리얼블랙샌달]를 구입하는 날만을 꿈꾸던 어느 날...
전 언제나처럼 살인범이 자주 출몰하는 우범지역에서 조심조심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열심히 나무를 하고 있는데, 문득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군요.
npc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 순간 전 ‘또 나무와 옷을 약탈하러온 살인범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오히려 저쪽에서도 저를 발견하더니 움찔하는 것입니다.


한참을 서로 마주 보고 서있었습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그분이었지요.

  ??? : “안 죽이면 나무 20개 줄게요”

그제서야 전 그 사람도 살인범이 아니라 저와 같은 나무꾼인 걸 알았지요.
안심한 저는 그에게 다가가 저 역시도 나무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저는 울티마 온라인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히어로].
그분은 자신을 부를 때에는 [히어로]에다 ‘경’자를 붙여 [히어로경]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쵸티경]이 되었지요. 제 캐릭터 이름인 쵸티에 경자를 붙여서...


의기투합한 우리 두 사람은 마을로 이동해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비록 게임일 뿐이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다졌습니다.


술과 돼지고기를 주문했었는데
서로 돈 없다고 하다가 결국엔 주사위 게임으로 제가 돈을 냈었지요,

당시 술값은 나무 5개 값.
조금 억울했습니다.



서로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했었지요.

  “히어로경 : 쵸티경은 왜 그렇게 돈을 벌고 싶은 거지?”

나는 레어 신발을 사고 싶어서 그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럼 히어로경은 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버느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히어로경은 조금 있으면 새 대륙에서 자신만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패치가 될 거라며
그 때 집을 사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서로에 대해 많이 묻고 답하고 했었는데...
상대가 누군지도 모를 온라인상에서 신분을 가능한 숨기려던 저와는 달리 히어로 경은 솔직했습니다.

히어로경은 34살의 남자분이었고, 빵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저는 신분을 속였습니다. 저를 33살의 남자고, 현재는 건달이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그때는 왠지 히어로경을 속였던 게 은근히 재미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너무나도 크게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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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제 캐릭터의 직업은 전에도 말했듯이 나무꾼입니다.
제 가장 친한 친구 히어로경도 나무꾼.

하지만 나무꾼은 정말 지루한 직업이었습니다.
언제나 살인범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며 힘들게 일한 댓가 역시 적었구요.


그래서 우리는 해서는 안 될 짓을 계획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다른 유저들을 상대로 한 ‘사기’ 였었지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무는 무겁기 때문에 운반부터 시작해서 거래까지 상당히 번거로운 아이템입니다.

게다가 ‘교환창’에는 아주 조금씩 전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양의 나무를 거래하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만 했었지요.
(돈을 먼저주거나 아니면 나무를 먼저 떨어트려주거나...)


하지만 서로를 못 믿을 때에는 서부의 총잡이가 되어야 했었습니다.

A                             B
(나무꾼)                    (나무 살 사람)
우선 은행 안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서
A는 나무를 자기 발아래에 내려놓고... B는 돈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A.(나무를 떨어트림)          .(돈을 떨어트림) B
                  

그리고 다음 단계.
A와 B는 서로 조금씩 상대방을 마주보며 걸어 나가서
나무꾼 A는 돈을 줍고,  B는 나무를 획득하면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지요.
(아... 그때의 스릴이란 말도 못한다..살이 3킬로는 빠지는 것 같습니다..)

B (나무을 획득)               (돈을 획득) A



하지만 히어로경과 저는 바로 그점을 이용!!!
거래에서 제가 나무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그 주변에는 히어로경이 ‘투명마법’을 이용해서 미리대기!!!


C (숨어있는 히어로경)

A.(나무를 떨어트림)                         .(돈을 떨어트림)   B


제가 돈에 가까워 졌을 때
숨어있던 히어로 경이 번개같이 나타나서 나무를 주워 자기 은행 금고에 저장해 버리고
로그아웃!!!


C "짜짜짠 쏘리"        B"헉모야"                A<---이미돈을 주은 나
  (나무를 줍고 저금)                                              

저 역시 돈을 줍자마자 얼른 마법을 사용해 다른 마을로 이동!!!



비열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많은 돈을 벌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B : 내 돈 돌리 줘, 이 사기꾼들아!!!”

얼마가지 않아 우리의 악행은 종말을 맞고 말았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쉽게 부르주아가 되길 꿈꿨지만...
운영자의 집요한 추적 끝에 우리의 범죄는 밝혀졌고...
그대로 우리의 캐릭터는 블록을 먹고 그동안 모은 것의 90퍼센트를 압류당했습니다.


하루아침에 감옥에 갇힌 꼴이 되었고
또 알거지가 되어버리니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나더군요.


3일 후...

우리 두 사람의  블럭은 풀렸고,

은행 앞에서 빤스만 입고 절 기다리고 있는 히어로경을 발견했다.

  “쵸티 : 히어로경 왜 빤스만 입고 있어요?”
  “히어로경 : 아 오래만이네요. 님도 블록 풀리셨군요. 당장 가진 게 없어서 입고 있던 옷                팔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나무꾼을 빙자한 사기꾼에서 영원히 은퇴했습니다.



이 후...
각자의 길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히어로경은 용을 끌고 다닐 수 있는 ‘테이머’가 되기로 하였고..
저는 npc에게 '구걸'할 수 있는 '거지능력'과 '부동산투기꾼'이 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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