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 한참 예전에 한 친구 녀석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되게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녀석이 하나 있는데, 이 녀석이 좀 세상을 등지고 삽니다.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고, 걍 약간의 자폐 경향 정도로 해 둡시다.

(여기서 잠깐, 제가 좀 말을 심하게 하거나 해도 그냥 오랜 친구로서 넋두리 한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데에 이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그냥.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입을 열질 않아요. 딱 대화하는 상대는 어머니, 저를 비롯한 한 두명의 친구들.

그 외의 사람들은 아무리 불러도 그냥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소릴 지르고 별 지X을 해도 그냥 무시.

그래도 그나마 고등학생 때까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선생 말이라도 들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사나 했더만, 이 녀석 지금은 꽤나 골치 아픕니다.

원래는 부모님이 대학 진학이 힘들거 같아 안 보내려다가 그래도 대학은 가야 된다는 생각에 전문대에

진학했고 잘 다니는 거 같았습니다. 사는데 학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녀석의 부모님은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회생활은 힘들거 같으니, 계속 데리고 살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 그래도 집은 좀 사는 편이니.

그런데 이 녀석이 대학이라는 곳에 적응이 될 리가 있습니까. 교수는 그렇다쳐도 다른 학생들이랑도 전혀

대화조차 하지 않을텐데 제대로 다닐리가 없죠. 그래도 매일 등교는 하니까 잘 다니는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학기 초에 학교를 좀 다니다가 적응이 안 되서 매일 학교 가는 척만 하고 옆길로 샛던 겁니다.

결국 얼마전에 녀석의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고 녀석도 학교가 다니기 싫다고 학교를 안 간지 좀 됐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는 녀석의 부모님 마음도 찢어지지만, 그런 녀석을 보고 사는 저도 답답하고 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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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X 이거 저랑은 다른 녀석들하고 다름 없이 잘 놀았었는데,

이 녀석하고 놀 때는 다른 녀석들이랑은 다르게 어렸을 때처럼 그렇게 놀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른 녀석들을 만나면 피시방 가고 술 마시고 할 때, 이 녀석을 만나면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백원짜리

뽑기에서 뽑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천원짜리 건담 만들고, 운동장에 앉아서 모래성 만들고, 그렇게 좀

애들처럼 놀곤 했죠. 이 놈 아니면 언제 누구랑 그렇게 놀아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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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그 녀석을 보면 미치겠습니다.

어제부로 그 녀석이나 저나 성인입니다.

그 녀석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할 텐데, 그 녀석도 이젠 성인인데,

그 녀석은 절대 어른이라곤 될 수 없을 거 같아서 제가 다 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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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녀석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 더 미치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저 한번쯤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걸로 끝이지만, 이 녀석은 인생이 달렸다구요.

차라리 육체적인 장애라도 가지고 있으면 몸이라도 불편해서 그렇다치죠. 차라리 세상을 완전 등지고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산다면 그렇다치죠. 이 녀석은 지금 왜 이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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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병이라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이게 약 먹고 치료 받으면 낫는 병이랍니까?

그 잘난 의사놈들이 주는 약 먹으면 안 하던 말이 나오고, 초등학교 3학년 마냥 어린 녀석의 마음이

스무살짜리 대학생이 된답니까?


저 혼자 하릴없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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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고만 있다 어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없어 혼자 넋두리나 해 봅니다.

이번이나 다음 주말 쯤에 알바 하루쯤 쉬고 녀석이나 좀 만나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