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의 체계를 완성한 퇴계 이황 선생은 7세 때 사서삼경을 독파했다고 한다. 최근 인기리에 읽히고 있는 소설가 최인호의 ‘유림(儒林)’은 이러한 퇴계 선생의 학문에 정진하는 경건한 모습과 그의 천재성,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잘 담고 있다.

18세기 독일의 위대한 천재 수학자 가우스가 10세 무렵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합한 값을 산출하라”라는 문제를 듣고 그 자리에서 단번에 5050이라는 답을 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등차수열을 직감적으로 알아내고 계산을 했던 것이다. 가우스는 이후 주옥같은 원리를 규명하여 수학계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짙은 한 획을 그었다. 오죽하면 수학에 대해 누군가 천재성을 논할 때 마다 ‘죽은 가우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런 조기 천재들은 신동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고, 게임과 비슷한 엔터테인먼트인 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브라질의 펠레는 17세에 월드컵 대표로 뽑힌 뒤 축구황제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최근 국내 FC서울의 박주영이나 한국을 방문하여 그 인기를 유감없이 만끽한 ‘테니스 요정’마리아 샤라포바도 18세의 나이에 세계랭킹 1위를 석권하며 천재의 대열에 올랐다.

이러한 천재들은 어릴 때 발현된 장점을 잘 살려 성인 무렵 꽃을 피워 자기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반대로 어릴 때 주목을 받다가 명멸해간 미완의 천재들도 드물지 않다. 70년대 국내에서는 지능지수 200에 달하는 천재들이 나타나 관심을 모았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이후 행적을 잘 모른다. 샤라포바처럼 테니스의 천재로 통했던 제니퍼 캐프리오티도 14세때 각광을 받으며 프로로 전향했지만 결국 마약범으로 종말을 맞고 말았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서서히 천재들의 홀러서기가 본격화되어 가고 있다. NC소프트에서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슈퍼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송재경이 XL게임즈를 설립하여 자사의 첫 번째 게임인 XL레이스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들어갔고, 라그나로크를 글로벌 게임으로 도약시킨 김학규 프로듀서 역시 IMC게임즈를 설립,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테스트를 한창 진행 중이다.

그들은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이전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회사에서 게임인의 생각을 관철시키다 경영진과의 마찰로 회사를 등지고 자신들이 직접 개발사를 창립했다는 것이다. 송재경은 리니지의 3D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다 미국으로 좌천되었고, 김학규는 그라비티 대표이사 시절 라그나로크의 상용화를 반대하다 퇴사하고 업계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그 둘은 비슷한 시기에 업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업계가 성장하면서 내・외흉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둘의 컴백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도 솔직히 기분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직접 개발사를 차려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강한 기대와 스폰서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된다. 이래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라고 하지 않겠는가.

천재 프로듀서인 그들에게 걱정을 하는 것은 노파심일지도 모르겠지만, 홀로서기를 한 그들이 한 게암의 프로듀서로써의 성공뿐만 아니라 오로지 ‘수익으로 말하는’냉혹한 무대에서도 꽃을 피우길 기대해 본다.

이용수 기자(jeck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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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겜툰...입니다. 사실은 제가 쓴 글이긴 합니다만;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하루빨리 봤으면 하는 바람과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요..이런 글, 쓰면 안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