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실지 마실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바로 제가.


아버지라는 사람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수없이 많은 비인륜적인 짓을 하고 살아 왔습니다.

(혹자가 하는 '그래도 아버지인데'라는 말로 용서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그래도 여태까진 제와 제 누이 때문에 어머니께선 선뜻 갈라서지 못하고 그저 힘들게 살아 오셨습니다.

이젠 저도 제 누이도 클만큼 컸고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더이상 아버지라는 사람의 행동을 참지 못한다고, 필요 없다고, 갈라서기를 권유한 것은

저입니다. 어머니께서도 제가 걱정되서 말은 못하셨지만, 오래 전부터 이혼을 원해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도 이혼을 결심하시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정말 이혼해도 괜찮

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재차 물으십니다.

처음에는 호적정리도 해야 하는 데 괜찮냐고, 평생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살아도 괜찮냐고, 아버지 얼굴

안 보고 살아도 괜찮냐고.. 라고 물으시면서.. 재차 제게 이혼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 보셨습니다.

사실. 위의 것들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호적정리는 부부관계에만 적용되고, 이 나이에 아버지 없는 자식

이란 중요치 않죠. 거기다 아버지라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는 아들이니까..

은연중에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경제력이 없으니 제가 돈을 벌어야 되는데.. 괜찮겠냐는 겁니다.

이혼하게 되면 저희 집에서 돈을 벌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어머니는 오랜 지병으로 당뇨병을 앓고 계셔서 일은 커녕 약값만 줄어도 다행입니다.

저보다 세살 많은 누이는 아직까지 돈을 벌고자 하는 생각이 없으신 듯 합니다.

학비가 비싼 사립대에 다니기 때문에 학비가 곤란해서 지금은 휴학한 후 쉬고 있는 중이구요.

원래는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기로 했는데.. 그럴 의향의 없는 듯 합니다.  

결국 저 혼자 벌어야 할 듯 합니다.

저라도 벌어서 빚 갚고, 제 학비랑 누나 학비 벌고, 기타 생활비도 벌어야 할 텐데.. 제가 학생인지라

그게 쉽진 않을 것 같네요.  일단 이번 학기 끝나면 휴학하고 돈을 벌면 될것 같긴 한데.. 또 문제가..

군대라는 것..  제가 군대 가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아직까지 군대 갈 날짜는 안 정해 졌지만..


여기서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제 선택에 따라 결정하실거라고 합니다.   제게 무거운 짐을 짊어 지게 하고 싶지 않으신 거죠.

이혼을 하면, 그 저주하는 아버지라는 사람과 모든 인연을 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가족의 경제력은 모두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반대로 이혼을 하지 않으면, 제가 무거운 짊을 짊어 지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어머니께서 병이라도 없으셨다면, 누이가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갈등하지는 않았을텐데..  

차라리 아버지라는 사람이 돈이라도 잘 벌어다 주는 사람이면 이렇게 갈등하지는 않았을 텐데..

생활비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학비도 한번 준 적이 없는 데다..

그나마 반찬이 구리다고 식비나 좀 주던 사람입니다.  자기가 먹는 밥이기에 돈을 주는 겁니다. 허.

어머니께선 식비를 빙자로 돈을 얻어서 그 돈으로 저와 제 누이의 차비나 약간의 용돈을 주셨구요.  


일단은 이혼을 결정한 상태에서 현재 살고 있는 전세집을 내 놓고 조금 작은 집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혼을 그만둬야 할까요.  아니면 과감하게 이혼해야 할까요.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