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분의 좋은 글들 잘 봤습니다.  저 역시도 현재 mmorpg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중인지라 모두 골몰해본 문제들이죠.



일단 전 다른곳에 먼저 작은 딴지를 하나 짚어드리고 싶네요.  학규님께서 위에 붙인 리플중 맨 마지막 말처럼 '다른 면을 가지고 반박하려면 아마 끝없이 반박이 가능'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반박 과정에서 그런 주제는 공론화되고 보다 많은 참여자들이 그 주제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의견과 대안, 아이디어들이 솓아져 나오겠죠.
사실 지금 현재 리니지에 등장하는 공성전과 같은 기존 오프라인게임의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중요한 아이디어들은 모두 그런 주제를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어 공론화하고 과제로 삼는 의식을 가졌기에 만들어질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똑똑한 어느 한 사람만이 그 모든것을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구상한것이 아니라 어느 사람이 기반을 만들고 일을 벌이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넘기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잡고 또 어느정도 해결하고 다른 사람에게 바톤을 넘기면 또 그 사람이 더 나은 방안을 만들어가고....

그런것이 궁극적으로 수평적 혹은 수직적으로 수없이 많이 반복되어오면서 거기에서 쌓여온것이 기술과 노하우이고 그 결과가 '발전'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전 개인적으로 그런 토론과정. 갑론을박의 방식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여기에서만 하더라도 일단 학규님께선 게임에 대한 노력. 투자/보상의 곡선을 나름대로 그리며 그에 대한 방안은 단지 무한인플레로만 가능하다고 정의하셨습니다만 사실 유저들은 단지 게임머니만을 모으고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와 타격수치만을 올리기위해 게임을 하는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게임에서 기대하는것은 다양합니다.

1.강자가 되기위해
2.부자가 되기위해
3.친구를 사귀기위해
4.스토리 퀘스트를 즐기기위해
5.전투를 즐기기위해
6.함께 놀기위해

.......................

이것들은 흔히 한 사람이 한가지, 혹은 둘에만 집중하는것 같지만 실제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것들을 거의 모두 다 요구하고 있으며 모두 다 필요로 합니다.

1. 가령 강자가 되기위해!  라는 목표를 지닌 유저가 발거둥을 쳐서 엄청난 노가다를 거쳐 200랩의 지존이 됬다고 치죠.

2. 하지만 아이템빨이 안되면 랩이 높아도 소용 없습니다.  부자도 되야합니다.

3. 하지만 180랩 정도 되는 중랩들이 한 10명정도 달려들어 공격하면 결국 깨집니다. 결국 제대로 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안되고 여럿이 동료와 친구들을 만들어야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4. 강한 친구들을 여럿이 모으려면 모임의 홍보도 해야되고 그러자면 가벼운 취향을 가진 여성유저들에게도 잘 보여야 합니다. 여자가 모이면 남자도 모이는법이고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런 모임을 더욱 부드럽고 사교적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런 모임은 오프라인적으로 번져가 탄탄한 그룹으로 발전하죠.

5. 싸움하고 적을 이기는것을 즐기지 못한다면 중간에 좌절하고 말겁니다.

6.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것을 거부한다면 더더욱 좌절하게 되겠죠.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mmorpg 에서 기대하는것은 본래 rpg의 단어적 정의가 상징하는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즉 Roll Playing Game 이죠.

단지 수준높은 그들 유저들은 자신들의 성에 안차는 시시한 게임 시나리오라이터의 수준낮은 뻔하고 짧은 이야기속에서 놀기를 원치 않는것 뿐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그 모든 과정을 격고 만들어가며 즐기고 싶어하는것이죠.





무한인플레라는것은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세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적어도 현실세상과 mmorpg 가상월드가 이 점에서 같다는 점 만은 학규님의 판단이 100% 옳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그런 게임내부의 수치적인 인플레이션(능력치,데미지수치등)만으로 달성할수 있는것이라 판단하신다면 그것은 분명 지금의 유저들을 너무 쉽게 보고계신겁니다.
한국유저들의 취향은 훨씬 더 고급이고 이 점은 다른 문화컨덴츠를 공급하는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과 공연기획사들조차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헐리우드 메이저사들은 한국인들의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적 요구수준이 다른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점을 이용해 한국시장을 해외진출의 파일럿시장으로 종종 활용합니다. 한국시장에서의 성적이 미국외 전체적인 해외 문화상품 수출시장의 성적을 반영하는 성격을 띄기 때문이죠.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의 성적을 이용해 다른국가에 수출할때 가격협상의 기준을 삼습니다.)


궁극적으로 컨덴츠를 제 아무리 업데이트 해봐야 한 편의 mmorpg가 결국 5~10여년의 수명밖에 지니지 못한다는점은 #Loppa 님의 지적이 옳습니다.
국내 문화상품 소비자들의 욕구상승폭은 학규님의 예상을 훨씬 초월하는 수준이며 그에 대한 예측은 #Loppa 님의 그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제 아무리 숫자를 올려줘도 결국 때 되면 메인스트림 유저들은 다들 떠나고 서버에는 극소수 매니악한 사람들과 과거를 회상하며 들리는 사람들만이 남게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보다 성질급한 국내유저들에게는 보다 빨리 나타나지만 약간 느리게나마 그것을 뒤따라간다는 점에서는 국내건 해외건 아시아권 유저들이건 결국 다르지 않습니다.


차라리 바둑, 장기, 체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룰 중심의 컨덴츠라면 mmorpg와는 다르게 아주 오래 살아남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컨덴츠가 아니고 사람과 사람간에 놀이의 방법을 정의해놓은 하나의 룰일 뿐이죠.   그리고 그 룰의 완성도가 까탈스럽고 수준높은 유저들을 만족시킬수 있을만큼 훌륭하고 잘 만들어졌기에 그 만큼 오랜수명을 가지게된것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NC소프트의 사장님은 이것을 넘겨보면서 길드워를 추진하신것 같더군요. 뭐 실패로 끝날것같다고는 하지만 현재 리니지가 정립한 그 방향을 볼때 장기적으로는 나름대로의 이런 비전이 더욱더 멋진 작품으로 형상화될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학규님께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방향에 있어서 예상되는 난관을 넘어서는데 단지 예쁜빈칸론으로만 대응을 준비하고 계시는듯 보여집니다만..
#Loppa 님의 지적과 같이 저 역시도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여지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