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무 생각없이 "넌 가서 먹기만 해"에 룰루랄라 따라갔으나 가다보니 이게 아닌 것 같은 분위기더군요. 무려 롯데 호텔인데다가 대사관 차량이 우르르(당연히 오는 줄은 알았지만 주로 아랍계일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음) 서 있고...;;;

입구에 대사 부부가 악수해 주는 본인은 암 생각없이 어제 출판사로 갔으므로 청-_-바지에 그냥 흰티를 입고 있었죠. 난감한 본인과 난감해 하시는 대사 부부(...).  실내에서는 더 난감한게 다들 정장차림인데다 나야 아는 사람이 없는게 당연하므로 뭔가... ... ...

신데렐라류 만화에서 남자주인공에게 어쩌다 모르게 끌려온 여자 주인공의 난감함이 바로 이런거더군요. -_-;;;;; 잇힝. 잘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어딘가의 관련자로 보이는 분이 뭐라고 물어봤는데 당연히 알아들을수가 없었다지요.

뒤늦게 지연언니 오고 해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L호텔의 음식 솜씨는 별로더군요. 본 요리부터 시작해서 후식까지 맛있는게 없었음. -_-;

대신 대사관저 요리사분이 만든 모로코 요리는 최고였습니다. 여러가지 케밥이 있었는데 한조각씩만 먹어도 넘어올 정도로 양이 많더군요. 그 중에서 꾸스꾸스가 제일 맛있었어요. 무슨 곡물을 밥처럼 지은건데 뭔진 잘 모르겠더군요. 씹는 감촉은 쌀인데 알갱이 생긴건 수수같이 생겼더라고요. 요리사분이 무척 후덕하게 생기셨는데 젊더군요. 무척 뿌듯한 얼굴로 파~뤼장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모 여자 연예인이 있었는데 다들 "연예인"인 건 아는데 누군지는 모르는 분위기. 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상당히 안먹었다죠. 지연언니말이 "저 몸매 유지할려고 저거 먹냐."라고 비웃. -_-; 솔직히 그 여자 몸매가 대략 뽕넣은 본인.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키는 더 클 듯.;)...그럴거 모로코 요리 좀 팍팍 먹어주지. ~_~

참 파티의 이유(랄까)는 "무함마드 6세의 40세 생일"이라는데 참 잘생겼더군요(잇힝). 파티장에 사진이 있었어요.

모로코 대사가 모로코 민속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이거 물건입니다. 무지무지 귀여워요. 대사님도 귀엽게 생겼지만 옷이 진짜 예술 ~_~. 흰 옷인데 길쭉한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후드가 달린 긴 셔츠 안에 바지를 입었거든요. 모자는 대략 참치캔을 늘려놓은 것처럼 동그랗고 딱딱한 빨간색인데 거기에 빨간 술이 달렸답니다. 신발이 뒤가 없는 슬리퍼 같은건데 그게 뾰족하게 생긴 흰가죽제 신발인데 번쩍번쩍(!). 유독 신발만 SF였습니다. 어머 이상하네 라고 생각했더니 아드님도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더군요.

사무실에 아랍에미리트 연감하고 오만 연감밖에 없어서 모로코 복식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무지 귀여웠어요. 비슷한 옷을 입은 여자분도 계셨는데 그분 참 여리여리하니 아랍인 답지 않은 몸매에 너무너무 이쁜 분이더군요. 교수님께 어느 나라 옷이냐고 물어보니 니가 가서 물어보라고 하는 바람에 즐;;;

기타 전통 복장을 입은 분이 많았는데(대체로 아랍과 지중해 근방에서 온 사람들이었음), 봐서는 어디 옷인지 알 수가 없고 대략 생긴걸로 봐서 북아프리카 쪽이다, 아랍 반도 쪽이다만 알겠더군요.

꼬마들도 몇 명 있었는데 그 꼬마들이 저에게 말을 한 번 걸어볼까 하다가 말더군요. 아마...자기들 나이 또래로 보였나 봅니다. 하긴 덩치야 걔들 만했으니. -_-;;;; 말 걸었어도 아랍어일테니 안물어봐줘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전 그 상황에서 대사님께 "앗살람 알라이쿰"하고 인사한 이후 아랍어는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여튼 L호텔의 치즈 케이크는 정말 너무너무 아니었습니다.; 흑흑. 포도주도 아니었고...넘넘 마음 아팠어요(게다가 기껏 모로코 음식 먹어봤자 한때. 아침이면 또 배고파질...;;;). 수단 파티가 예술이라는군요. 지연 언니와 함께 다음 수단 파티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명한 사람도 몇 명 보이고, 갓쓰고 흰 모시(...)도포 입은 할아버지도 있었는데 뭐하시는 분인지 몹시 궁금.

앞으로 출판사(라고 할지 아니면 협회라고 할지)에 발목 잡힌 한은 자주 가게 될 것 같아요. 모나교수님만 안오시면 원츄인데. 모나교수님이 계속 아랍어로 물어보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