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헌 : 앞으론 저 자식이든 누구든 눈맞추지마,
            말도 하지말고 듣지도 마.
            내 말만 들어. 나한테만 귀 기울이라고!
                      ...

   삼순 : 니가 좋아졌단 말야..
            니가 좋아졌다구, 이 나쁜 자식아!
            가지마.. 지금 가면..."
            
                      ...

   헨리 : 난 희진이 주치의야! 희진인 진행성 위암이었어~


이 때부터 삼순이보다 여러 모로 잘난 희진이에게 동정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삼순이 삼식이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로 끝날 줄 알았던 이 드라마는
희진이가 삼식이를  떠난 건 진행성 위암이었다는 설정 때문에,
삼식이가 희진이와 맺어지면 삼순이가 걱정. 삼순이랑 맺어지면 미안한,
딜레마에 빠지게 합니다 -_-


우리는 이런 '신데렐라'류의 드라마가 가지는 기본적인 공식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처음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가 만나야만 하고
서로의 차이 때문에 티격태격하다 관계가 진전될 때쯤에,
사랑의 라이벌과 환경상의 반대로 쓸떼없는 갈등과 고민을 때리다
결국은 극복하고 사랑을 이룰거란 알고 있습니다.(삼순이의 전개는 어찌될지 모르겠삼-_-)


그렇지만 역시, 기본적인 공식을 맘대로 가지고 노는 작가와 PD 선생님 때문에
뻔한 이야기란 걸 알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또 내가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아니지만,
이 쯤되면 이렇게 전개가 되겠지? 예상과
움~ 역쉬 김선아...라는 판단도 합니다.


즉, 우리는 일련의 규칙 또는 형식(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을 갖춘 구조체라면
그 것을 이해하고, 응용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것을 '인지' Congnitive라 부릅니다.


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천적으로 가진 능력으로,
지금 여러분은 제가 쓴 '이 글'을 보고있고,
저는 잠시 '책'을 읽다가, 괜히 '레임풋'에 '댓글'이 붙었는지 확인해봅니다.
토요일 아침 투니버스에서 '가면라이더 드래곤'를 보고
'메가박스'에서 '배트맨 비긴즈'를  본 후,
지하철에서 'MP3'로 '윤도현:사랑했나봐' '세븐:와 줘' 'Linkin Park : Points of Authority'를
듣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좀 놀다가, '위닝'을 한 후에 집에 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라 '삼국지'를 재밌게 했던
저는 '스타크래프트'에 다크템플러가 멋있어보여 '프로토스'로 몇 번 손대지만 어려워서 포기하고-_-,
'게임방송'에서 랜덤 선택의 자유자재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놀라워합니다.
'YES24'에서 주문한 '드래곤퀘스트8' 공략집. 그리고 '악튜러스'와 '크로노 트리거'를 떠올리며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음 좋겠다'라는 상상에 빠집니다.
그러곤 역시 게임을 많이 해봐야 돼! 국민게임 '카트'를 몇 판하고
컴퓨터 끄기 아쉬워 'C++'을 공부해보려 하지만,
역쉬! 넘 어려워서 그냥 덮어버렸습니다.

''는 모두 나름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지 능력 때문에
위의 예처럼 한 번에 여러가지의 구조, 또는 상이한 구조를 동시에 다룰 수 있습니다.


>> 진헌: 그래도 꽤 오래갔네요, 3년이면...보통 유효 기간이 2년인데...

     삼순: 유효 기간요?
                          ...

     희진 : "2년이 지나면 사람에게서 사랑에 대한 항체가 생긴다는 군.
    (회상)    
              호감이 생길 때는 도파민, 사랑에 빠졌을 때는 페닐에틸아민,
              그러다가 그 사람을 껴안고 싶어지고 같이 자고 싶어지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마침내 엔도르핀이 분비가 되면
              서로를 너무 소중히 여겨서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는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게 2년 정도가 지나면 항체가 생겨서 바싹바싹 말라버린다구.
              그럼 도파민이든 엔도르핀이든 모조리 끝장이고, 아무 것도 없이
              실증난 남자와 여자만이 있을 뿐이지."


각자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들은
처음 접할 때는 기대 순위 0순위에도 올려놓고,
잡지 기사도 모으고, 웹진도 찾아다닙니다.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영화가 개봉하고,
드라마는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그러나 뜻모를 지루함.
뭔가 또다른 새로움의 갈구.

지하철에 나오다 똥이 마려워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화장실에서 향수 향기.. 2초 정도?

짧은 순간이 지나면 코는 아무 냄새도 못 느낍니다.

대신 변기에 발사하는 순간 코는 또다른 냄새를 인지하며
뷁, 어제 먹은 안주가 소화가 잘 안되구나...

하지만 그 냄새 역시 찰나.


이 것을 '적응' adaptation 이라 합니다.

우리는 구조체를 인지한 후에, 시연 Rehearsal을 계속함으로써, 그 구조에 적응해갑니다.
적응의 좀 더 정확한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연속적으로 노출될 때 그 자극을 주목/의식하지 않게되는 현상


만약, '노가다'를

'자신의 현재 수준에서 아무 생각없이 단순히 반복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서 재미가 없어졌다'라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 어떤 게임이든지 마지막은 노가다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노가다'랑 좀 다르죵?^^;;;)

전통의 장기와 바둑. 체스,칼질 리니지, 퀘스트 WoW. 싸움박질 길드워, 3명의 GE까지.
어떠한 시스템이든지 그 것에 '도통'하면 그 것은 노가다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카펜님 曰 :  <제가 내린 근본적인 원인은 "너무 게임을 오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신경계는 구조체의 시스템을 파악해버리고는
더 이상 자극을 받을 수 없어 그 게임을 노가다라합니다...

사랑이.. 변하니?


>>>  희진 : 그런데
      (회상)  옥시토신은 남녀가 애정행각을 부릴때 외에도
                 엄마가 아기한테 수유할때도 나와..
                 여성에게 모성과 사랑은 똑같다는 연구도 나왔구..
                 더 재밌는건 세로토닌이야.
                 세로토닌은 상대방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을 눈멀게 하거든..

                                 ...

         진헌 : 그러니까 그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그 사람은 자기 몸의 화학적 원리에 충실히 반응한거니까

         삼순 : 지금 그 새끼 편드는 거예요?

         진헌 : 난 그 사람보다 그쪽이 더 이해가 안되요

         삼순 : 내가 왜요?

         진헌 : 얼마나 우습고 가벼운건지 그렇게 겪고도 너무나 쉽게 사랑에 기대를 또 하잖아요

         삼순 : 누가 뭘 쉽게 하는데요
                  난 단 한 번도 사랑을 쉽게 해본 적 없어요.
                  시작할 때도 충분히 고민하고 시작하고,
                  끝날 때도 마찬가지에요.

                  호르몬이 넘치건 메마르건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구요.
                  진심으로요.


시스템에 '적응'했다고 해서, 지루해서 그 게임을 당장 멈추지 않습니다.
그럼 왜?
저는 그 것이 일종의 관성이자, 욕구 그리고 중독에서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성 : 구조체에 어느 정도 만족해서 새로운 자극의 처리를 거부하고, 습관적으로 행동.  
욕구 : 매슬로우의 5단계설에서 자아실현 또는 소속, 소유의 욕구
중독 : 인간욕구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박적이고 습관적인 모든 행동
         무엇인가에 자기도 모르게 '집착' 하며 '강박' 증세에 빠져있는 상태.(- 제럴드 메이)
       (담배, 충동구매같이 일상에서 약간의 피해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생활형 중독
        알콜, 마약 중독같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 PC방에서 인생의 끝을 보는 파멸형 중독)

* 중독에 걸려있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그것을 빼면 아무렇지 않은가, 매우 힘든가를 테스트해보는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으면 중독이 아닙니다.
  그것을 빼면 매우 힘들다, 라고 여겨질 때 그는 그것에 의해
  중독되어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금.단.현상  


말하자면 습관적인 관성,(리니지는 노가다야! 하면서 실상은 계속하는 것)
다모/미사폐인같이 소속감, 레벨을 어디까지 올려보겠다는 자아실현
남들을 이겨보겠다는 경쟁의식같은 '가벼운' 욕구
그리고 생활형 중독이 게임을 하게하는 이유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적응'은 인위적으로 조절(개인의 동기가 중요하겠지만)이 가능합니다.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골든컵 제도로 적응의 주기를 빠르게 해서 가요계 비즈니스가 돌아가게 합니다.
요즘 골든컵은 3주지만 '가요 TOP 10'이란 옛날 프로그램은 5주 연속이었고,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은 SBS 인기가요 15주 연속 1위를 했고,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가 13주 연속으로 1위를 하자 골든컵 제도가 생겨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조절하는 방법은 아시다시피

1) 비연속적 자극 :
   주로 업데이트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여 도전과 보상간의 밸런싱.
   확장팩, 패치, 새로운 레벨 디자인, 새로운 아이템, 버전업.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모르는 게이머의 도움 또는 PK 등
   '갱신'으로 새로운 적응을 유도한다.
        

2) 연속적 자극 :
    구조체의 최초 형태 설계에 포함된다. 주로 '혁신'
    두뇌가 쉬지않고 연속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장기, 화투, 바둑, 체스, 턴제 전투,테트리스, 카트라이더 등.
    장시간 플레이는 불가능하며(중독되면 가능함...당구, 도박)
    승부에 변수가 영향을 끼치는 극적 요소가 있다.
                                          
이런 수단을 통해서 게이머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때, *단, 여태 적응한 자극보다 크다고 느낄 때(=식역수준 이상의 자극)*
부분적으로나마 새로이 '적응'을 하면서 게임의 수명이 더 연장되지만...
절정기만큼의 인기나 재미는 불러오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게이머 자신의 '현재 수준'에서 인지적인 자극을 받지 못하고,
식역 수준이상의 자극을 계속적으로 못 받으면
어떠한 게임이라도 노가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것을 알면서 우리는 게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의 새로움, 더 나은 것을 만들고자는 욕망.
만들어 낸 새로움에 대한 적응, 다시 시작되는 새로움의 욕구
수용자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는 욕망.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 다시 시작되는 새로움의 욕구

이 것 때문에, 인류는 발전해왔겠죠?
반복으로 인한 노가다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당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라는 자본주의처럼..)
이상 인지심리학의 몇가지 개념과 접목해본 사이비 이론이었습니다^^
(우웁, 허무한가-_-;;;)


난 게임을 쉽게 접는 게 힘들어요.
시작할 때 충분히 고민하고 시작하고,
접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신경계가 적응하건 말건
진심으로 재미있게 즐겨보려고 노력했다구요.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