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무른모'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1990년대였든가, 개인 컴퓨터(PC) 관련 산업이 물밀듯이 유입되던 시절,
몇몇 사람들은 IT용어들을 한글화 하자고 주장했었습니다.
그것도 한자어가 아닌 최대한 '순 한글화'를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무른모입니다.
무른모는 소프트웨어(SOFTWARE)를 한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신조어였습니다.
참고로 하드웨어(HARDWARE)는 굳은모..
컴퓨터는 '셈틀'이었든가..
지금은 C언어의 #도 모르는 컴퓨터언어 문맹입니다만,
예전에는 관심이 있어서 베이직도 배우고 C언어도 배웠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당시 나왔던 '한글화 언어'가 있었는데, 바로 '씨앗'이란 언어였습니다.
마침 검색을 해보니, 이 사이트에서도 한번 언급된적이 있고, (링크, 그림은 깨져서 안보이는군요.)
다운로드 받아 볼수도 있는 것 같군요. (링크, 이 링크가 뭔가 문제가 된다면 덧글로 남겨주세요. 지우려고..)
아무튼 이러한 시도는 금새 시들해졌습니다.
아마도 유입되는 용어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살릴 수 있는 대체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그랬겠죠..
세월이 지난 지금은 IT용어들의 한글화는 고사하고 통일화도 잘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두가지는 좀 성격이 다른 문제이지만..)
그나마 신경쓰고 있는 곳은 마이크로 소프트(미쿡법인 회사).
나름 별도의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더군요. (링크) 그렇다고 소프트웨어를 무른모라고 번역하고 있진 않습니다.
한편,
미쿡게임회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중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라'(이하 와우)는 게 있습니다.
아마 한글로 서비스하고 있는 MMORPG중에 유일하게 'FIREBALL'을 '파이어볼'이 아닌 '화염구'라고 써놓은 게임은,
와우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정식출시를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서 FIREBALL을 화염구라고 번역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더랬습니다.
'나는 이전부터 계속 봐왔던 파이어볼이 더 좋다'와 '나는 화염구가 더 직관적이라서 더 좋다' 정도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뭐, 게임용어와 IT용어는 좀 성격이 다릅니다만,
결국에는 한글화한 신조어(또는 전혀 새로운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그 뜻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1. 한때 IT용어의 한글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들하다.
2. IT용어의 한글화는 그렇다해도 통일화도 안되어있다.
3. 억지로 한글화하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정도입니다.
일단 '통일화'작업이라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선 요새 뜨고 있는 단어인, '어플'
소위 '어플'이라 하면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의 줄임말로 쓰고 있는데,
애플의 앱스토어의 영향인지, '어플'대신 '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어플 혹은 앱의 영문 원어인 'Application'을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요.
웃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윈도우폰 어플리케이션 마켓에 가보면, '앱'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application은 '응용프로그램'이고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의 약자인 app은 '앱'이고..
뭐 과도기라서 그러려니 합니다.
원어에 대응되는 우리말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많이 해보면 다양한 어휘가 존재하는 게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만약에 "원어를 그대로 읽는 게 낫다"고 한다면 "우리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존감도 없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eg)'화염구'->'불공' 어때요?
음... 요약 1번에 반박하자면 아직도 꾸준히 IT 용어의 한글화가 국립국어원에 의해 이루어 지고는 있습니다.
몇일전에 이슈가 된 맞딸, 대딸, 딸친... 이 아니고, 딸림벗, 따름벗의 경우도 그렇고,
QR코드는 정보무늬, USB메모리는 정보막대로...
개인적으론 이런짓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개인적인 의견인데,
한글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국어(원어)에 대한 연구보다는,
한국어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해요.
한국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기때문에, (그리고 현실에서도 자주 사용하고 있고)
일부러 한자어를 피할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일괄적인 '순우리말화'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중에, 무리하게 순우리말을 도입해서
반대로 압축성이 떨어지거나, 죽은말(사어)에 가까운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하는걸 보기도합니다. (사어의 발굴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화염구와 같은 합성어를 만들경우에는, (화염+구, 또는 불+공)
실제로 발음할때의 느낌도 고려해야, 그 용어를 퍼트릴 때 더 유리할 것이기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이 보통 2자이고, 성까지 합치면 3자니까, 2~3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좀 더 익숙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긴 단어를 압축할때 2자 혹은 3자로 압축하는걸 발견할수 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 뿌나, 최고의 사랑 -> 최사 등등)
그리고 예로부터 4자성어 같은걸 듣고 자랐으니, 4자까진 많이 익숙하겠군요.
물론 자주쓰다보면 익숙해지는게 '말'의 특성이긴한데,
이미 시기가 늦은 점도 있고,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분위기가 외래어를 사용하면 좀 더 박식해보이기 때문에,
IT용어의 '순우리말화'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덧글이 길어져서 덧글의 요약
1. 무리하게 순우리말을 가져올필요는 없는 것 같다.
2. 말할때의 느낌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3. 2~4자로 압축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접속사 '의/ 과' 등의 사용으로 5자 이상 길어지는 것은 괜찮음)
4. 문화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좀 아닌듯함)
기술 어휘는 웬만하면 기술표준을 처음 제창한 곳의 기준에 따라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순 한글화 내지는 한자화를 진행하더라도, 일반 대중을 위한 어휘이지 기술자 수준에서 의사소통 내지는 교육중에 현지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봅니다.
- 패킷을 보쌈이라는 단어로만 배운 사람이, 해외 서적을 읽을 때 패킷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중적인 예를 들자면 병원에서 감기라고 불리는 병명이 있지만 실제로 진단서에는 감기라고 안 쓰여있다 라는 점이 있겠습니다.
기술적 용어는 통용되는 용어를 따라갈 필요가 있지요.
기술 교류에도 필요하고, 용어 자체가 기술방식을 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용어 외에 다른 부분에선 한글화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가능하다면 표준으로 지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국산 기술이라면, 순 우리말로 지어보는 것도 재밌는 시도가 될거 같습니다.
덧. Fire Ball 은 '불공' 보다는 '불덩어리' 쪽이 표가 더 많았던거 같습니다. 저도 '불덩어리'가 왠지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군요 ^^
센스있는 3줄 요약이네요.
컴퓨터 용어 이외에도 전문용어(?)의 한글화와 통일화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자어를 기피하고 순 우리말 이라는 것을 써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언어라는게 어떤 한 사람이 만든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것인데 순우리말만 가지고 용어를 만들면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사용되어 어감이 더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른모, 굳은모, 셈틀은 영어를 너무 그대로 번역해서 만든 용어 같군요. 소프트웨어가 정말로 무르거나 부드러운것도 아니고 현재에는 컴퓨터도 단순히 계산을 하는 도구는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