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말년에 군량미나 축내며 인트라넷에서 기생하고 있었을 때..

어느 양지바른 곳 밑의 음습한 등하불명급 게시판을 찾아내여 군읭여의 위엄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그 게시판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운영하였는데, 운영간부님이 대인배였는지, 정말 등하불명이었는지

읭여인구와 정상인구가 잘 비벼진.. 음.. 뭐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이게 글은 실명을 써야하는 곳인데 댓글은 실명제한 없어서 나름 댓글 읭여링이 쩔었죠.

주말간에 누군가 헬스에 대해 물어보는 글에다 위병근무자로 추정되는 2인이 여자구입드립치다가

헌병대 끌려갈뻔한 적절한 사건사고도 터지고 뭐 그랬죠.

그러다가 어느날 비실명 글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짜여진 게시판이라 글쓰기 버튼 누르고 글쓰는 페이지로 이동시에만 실명을

불러온다는 것을 캣치, 소스를 훌텨내어 실명으로 고정된 부분을 고친 다음, 로컬에서 그 파일을 열어

글을 작성하여 서버로 send 하는 기법.

이것은 나름 말라가던 인트라넷의 건기에 한줄기 빛을 뿌리는 악마의 빗방울.

인트라넷의 특성상 공유하지 않고자 하면 정말로 안되는 곳이었기에 소위 말하는 네임드들이나

그 트릭으로 닉네임을 실명 대신 썼습니다. 대부분 와갤러..

저도 그 게시판에서 눈팅이나 하고 댓글로 읭여력이나 좀 발산하다가.. 겨우 그 방법을 터득하여

놀던 중.. 말년도 다 되얐고 사람도 아닌 군인낚는 어부가 되어보고자

그 소스와 상세한 사용법을 퍼트립니다.

하지만 그 소스에는 함정이 있었지요. 바로 이름칸에 뭘 쓰건 중간에 히든 인풋으로

이름에 '돗돔' 이라고 나오게 되는 거였습니다.


설마 하고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잠잠하던 게시판이 10분만에 돗돔으로 넘쳐났습니다. 평생 보기힘든 희귀어가 대량으로 살포되어

게시판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되나?" 같은 류의 제목이나 "ㅋㅋㅋ 이제야 글 쓰는구나"등

찔러보기부터 거침없이 자신의 포부를 마구 드러내는 글까지 다양했지만 그들 모두의 이름은

돗돔.

저와, 뒤늦게 사태를 알아챈 네임드들은 오전 9시경부터 10시까지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숨죽이고

혹은 미친듯이 웃어제꼈습니다. 참으로 억울한 것이 그때 제가 간부님이 옆에 계셔서 차마 크게

웃지 못하고 똥마려운 환자처럼 끕끕거리기만 했었지요.. 아 정말이지 마음껏 웃을 수 있다면

군생활 한 열흘쯤은 늘어나도 좋으리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그 후로 수백을 낚은 후 수질오염을 염려하여 떡밥을 긴급 수거하였으나, 정신없는 누군가가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아예 파일로 만들어 그것을 올려버렸고, 누구나 그것을 받아서 뻘글을 싸대기 시작해서

결국 게시판이 거진 막장화 되었습니다.

네임드들은 제 2의 거주지를 파서 거기서 오손도손 놀았지요. 구 게시판을 망쳐놓은 자는 아하

낚시는 하되 양식을 하면 안되는구나 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나서부터 그런 음지의 게시판에 늅뉴비를 칭하는 새로운 단어로 돗돔이 전격 발탁되었습니다.

그 사태까지 보다가 전 전역했지요. 아직도 그러는지 궁금합니다.


요약 : 군대도 읭여가 많다. 다만 그 읭여력을 터트리지 못했을 뿐이다.

요약 2 : 낚시쾌감을 진짜 온몸 떨리게 체감한 말년이었습니다.


그당시 제 아이디는 아이뭐 였습니다. 아니뭐 로 아이디를 대충 치고 그건 이러저러 하다고 쓰려다가

오타나서 아이뭐 했는데 쓰다보니 굳어서..


결론 : 밀리터리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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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