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손 발에 감각이 없어지고, 미각도 점점 둔해지는 것.

당뇨를 앓으신 지 오래 되서 뭐..



효자 컨셉 잡는 건 아니구요. 정말 가끔 반찬 하실 때 맛을

못 느끼겠다고 저한테 맛 좀 보라고 하시면 가슴이 내려 앉다

못 해 화가 납니다. 화가 나. 언젠가는 정말 아무 맛도 느낄

수 없고, 손 발에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는 그 날이 올텐데.

그 날이 어쩌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무섭습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어떤 감각이 사라진다는 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그걸 옆에서 지켜 봐야 된다는 건 또 얼마나 무섭고 화가 납니까.


괜하게 효자인 척 하고 싶진 않은데, 그냥 무섭습니다.

그런 무서운 날이 언젠가 올 것만 같고, 얼마 남지 않은 것만

같아서 그냥 무섭고 화가 나네요.


일단 손발 감각이나 미각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잘 안 보이시는데

안경도 안 쓰셔서 안경이나 하나 해드릴려는데, 어르신들 안경은

애들 안경이랑 다르게 비싸다고 걍 치우라는데, 그래도 한 20이면

된다고 해서 통장에 있는 나머지 돈이랑, 전역하고 나서 1월 남은

월급 들어온 걸로 맞추면 하나 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안경이라도

해드려야지. 아..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