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한주간의 이슈를 정리했던 이구동성과 달리 최근 게임메카의 UCC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게이머 VS 개발자`의 토론을 정리했습니다(※ 아래의 편지글은 UCC존의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국 개발자는 맞춤형 온라인게임 개발하는 `꼭두각시`




-게이머의 편지-

요즘 게임들 어쩌면 하나같이 다 똑 같은 게임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국내 개발자들은 마치 유저들이 해달라는 데로 맞춤형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주는 꼭두각시 같다.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원하는 데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욕을 한다며 우리 탓만 한다.
어떤 개발자는 국내 유저들의 눈이 낮아 이런 게임 밖에 만들 수 없다고 한탄한다.
어떤 개발자는 노가다 게임이든 초딩 게임이든 돈이 되는 게임을 만들어야 회사가 운영된다고 말한다.
또 어떤 개발자는 자신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힘들게 개발하고 있는지 직접 회사를 다녀보라며 화를 낸다.

정말 이상하다. 재미난 게임을 찾아내기도 힘든 와중에 왜 내가 그들이 회사나 시장에 휘둘리는 것까지 이해해줘야 되는지 모르겠다.

`회사와 유저 때문에 이런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개발자들.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키울 생각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과연 지금 이 모습이 그들이 꿈꿔왔던 게임 개발자의 진정한 모습일까?



“도대체 당신들이 원하는 게임이 무엇입니까”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UCC존의 격렬한 토론 속에서 한 개발자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게임을 원한다`고 구체적이고 명쾌한 답변을 해줄 줄 알았던 게이머들이 예상 밖의 답변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게임이 재미있다, 없다를 판단하지 이 게임이 `왜` 재미없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저가 원하는 게임이 뭔지 물어보기 전에 개발자 스스로 유저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길 바란다.” (홈월드X2)



“우리는 그저 재미있는 게임을 소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무엇인 우리가 원하는 `재미`인지 고민해야 할 사람은 개발자들이다. 왜 우리가 뭐가 재밌는지, 어떤 시스템을 넣어야 하는지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하는가.” (억새풀)



UCC존에 글을 남긴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의 재미를 분석하는 일은 유저가 아닌 개발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편 개발자는 이런 게이머들을 향해 항변합니다.

Ghoubie 님은 “개발자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게이머가 추구하는 방향과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게이머들은 스스로 게임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기를 바라는지 확실히 알고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건의와 지식이 개발자들이 더욱 발전적인 게임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Ellor님 또한 와우의 예를 들며 “게이머들은 와우는 재밌는데 왜 너희들이 만든 게임은 재미가 없냐고 무조건 비난하고 있다. 와우의 이런 시스템이 재밌었는데 한번 적용시켜보면 좋겠다며 애정어린 아이디어로 질책해주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라고 아쉬워했습니다.

보수적인 국내 유저, 게임계 발전은 없다




-개발자의 편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작은 개발사지만 입사 전날 머리 속으로 그려왔던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내 꿈은 첫날부터 산산조각 났다. 회사에서는 성공할 게임,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만들라고 했다. 가장 유행하는 장르를 선택한 후 성공한 게임들의 장점을 모조리 분석했다. 물론 우리의 창의적인 콘텐츠가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선배들은 절대 선을 넘지 않았다.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내가 밤을 새워 짜낸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사장되었다.

그렇게 개발한지 1년. 회사의 돈이 드디어 바닥나기 시작했고 예정보다 빨리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시켰다. 내 실력은 이게 아닌데, 미완성인 게임을 내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해 게시판을 보는 것 자체가 악몽이었다. 회사에서는 서둘러 유료화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를 압박했다.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했지만, 오픈 후 돌아오는 시선은 싸늘했다. 유저들을 위해 내 아이디어가 모두 버려졌는데, 회사의 무리한 일정에 월화수목금금금을 일해왔는데… 나는 더 이상 개발자로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UCC존에서 한 개발자의 주장이 수많은 게이머들의 돌을 맞았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은 보수적이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의 성향에 따라 우리는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창의적인 실험작들은 대부분 실패했고, 국내 개발사는 천천히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방향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비난할 일인가?”

게이머들은 `보수적인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이 게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개발자의 주장에 `한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님은 “와우 이전에 서양 MMORPG가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와우는 국내에서 성공했다. 반면 유행을 쫓은 게임이 실패한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유저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유저 탓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Loverchan 님은 “개발자들은 유저들의 눈높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그래픽, 직업명, 스킬명만 바꿀 뿐 정작 유저들의 변화는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재미없는 게임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개발자들은 게이머들과 상반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보수적인 국내 유저들 탓에 실력이 있어도 무시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외칩니다.

foriris 님은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진 기획자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외게임 개발을 취미로 하고 있다. 아무리 개발자가 애를 써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시당한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ellor님은 “우리는 게임메카 유저뿐만 아닌 일반 유저 모두를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에게 맞춰서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눈높이가 높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국내 게임의 수준도 상승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개발자는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알려달라고 말하고, 게이머는 알아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개발자는 유저들의 성향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고 말하고, 게이머는 유저들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개발자들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고 말합니다.

게이머와 개발자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건 `재밌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놓여있는 개발자와 그 `결과`만 접하는 게이머들은 서로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꼭두각시 개발자와 보수적인 유저가 만들어낸 합작품. 2007년 한국 게임시장입니다.

출처는 캡파 사이트 매니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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