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느린것에 너무 조급해 했다.

좀더 빠르게, 빠르게... 그런 조급함이 화를 불러왔다.

온갖 속도 증가 프로그램은 다 설치하곤 막 실행 시켰다.

그러곤, 컴퓨터가 바보가 됬다.

화가 났다.

난 쉽게 '포맷을 해버릴까?'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 나는 컴퓨터를 산 이후로 한번도 포맷이란걸 내 손으로 해본적이 없다.

제대로 할줄 모른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못했다 라기 보다는 안했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컴퓨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들어있다.

게임들, 낙서들, 라그하면서 찍었던 스크린 샷들, 그리고 배경 화면과 화면의 색들, 마우스 포인터,

어딧는지도 기억 안나는 다운로드 받다가 버려둔 파일들.

포맷을 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포맷이란 걸 할 엄두가 안난다.

결국 포맷이란 건 포기.



예전에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그때 컴퓨터란 걸 샀다.

16램에 하드는 1.96GB.

그땐 CPU란게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좋았다.

컴퓨터를 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날. 난 컴퓨터를 고장냈고 컴퓨터를 고치러 온 아저씨는 포맷이란걸 해야 한다고 했다.

포맷이란건 컴퓨터안에 있는 모든걸 지워 버리는 거라고 했다.

싫었다.

1.96GB...

지금은 작다고 여길지 모르는 그 공간에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아 놓았었다.

오락기가 고장나 컴퓨터로 했던 슈퍼 마리오.

친구 녀석이 재밋는 거라고 들고 왔던... 추억이 된 라스 더 원더러.

그림판에서 한 낙서들...

게임 잡지를 사면 주던 데모 게임들...

이 모든게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난 그때 섭섭함인지 안타까움인지 약간의 눈물이 났다.

그러곤. 컴퓨터는 처음 샀을때와 같이 그렇게 텅비어졌다.



난 다시 시작했다.

텅 빈 컴퓨터를 다시 내 손으로 채워나갔다.

난 아직도 그 컴퓨터를 쓰고 있다.

물론 내가 주로 쓰는 컴퓨터는 얼마전에 산... 예전 컴퓨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컴퓨터지만..

가끔 그때의 그 컴퓨터를 하기도 한다.

그때의 그 컴퓨터가 나에게 더 익숙한것 같다.

에뮬 게임도 왠지 더 잘 돌아간다는 느낌도 들고 도스 게임도 하기 좋고.



아직도 그 컴퓨터는 나의 과거를 담고 있다.



지금은 용량이 몇십GB지만 자주 용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실상 내 컴퓨터엔 무엇이 있지?  하고 찾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20~30GB가 날라간 느낌을 받는다.

뭔가 허전하다.





                  


                  『1.96GB 그 작은 공간에 그 수많은 것들을 담을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