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에서 37살의 휴대폰 판매원인 폴 포츠란 자가 영국의 한 탤런트 뽑기 프로그램에서 감동적인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받아서 볼 때까지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 폴 포츠가 낡아 빠진 양복을 입고 나왔을 때,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 없는 표정이었고 마이크 앞에 서 있을 때 당당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약간 삐뚤어진 고갯짓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저런 프로그램에 나갈 때는 어느 정도의 연기를 준비하고 나가야 대중 앞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게 되는데, 아마추어리즘을 극상까지 끌어 올리는 프로그램인가- 라는 조소도 들었다.

폴포츠가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했을 때, 심사 위원들 모두 심드렁 한 표정이었다. 관객들은 별반 반응이 없었다. 나도 '역시 조금 잘 불러주면 분위기 역전 되면서 박수치고 그럴테지' 라고 생각하며 그의 노래를 기다렸다.

폴포츠에겐 아까우리만치 웅장한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연주곡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아, 하필 투란도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곡인데 저 자가 망칠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연주곡이 흘러 나오고 이어 폴포츠가 첫 소절을 부르자, 심사위원들이 폴포츠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번째 소절이 끝나갈 무렵 방청객들이 일어서서 환호 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나도 UCC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일어날 뻔 했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세번째 소절에서 가수로서, 또는 성악가로서의 기량을 시험 받게 된다. 나는 그의 세번째 소절을 기다렸고 심사위원들과 관객들도 주목했다.

폴포츠는 세번째 소절에서 시작 할 때의 자신 없던 표정과는 완전히 딴판인 극적으로 흥분 되고 감정에 찬 표정으로 멋지게 마무리를 했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쳤고 심사 위원들은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37살의 다 늙어가는, 가수로서 데뷔라는 것은 상상도 해 볼수 없을 것 같던 평범한 세일즈 맨이 자기 앞의 몇 백명의 사람들을 오직 자신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동시킨 순간이었다.

................... 오래간만에 흥분 되어 잠을 이루지 못 할것 같다.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2005년에 상암 경기장에서 공연을 했을 때도 비싼 표를 구입해 가며 보러 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곡이었기 때문에 솔직이 이 사람이 부른다고 했을 때 어느정도는 코웃음 쳤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곡을 니가 부르냐' 라는 생각도 깔려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행색이 너무도 초라하고 가수 같은 걸로 나서기엔 너무 많은 나이에, 직업이 천박하게 생각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열정적인 표정에서 뿜어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모든 가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순간은 오직 폴 포츠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투란도트의 절정 부분에서 흘러 나오는 곡으로 사랑에 대한 절절한 감정의 표출 없이는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곡입니다.

사람의 뛰어난 재능이 모든 계층과 상식의 선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끌어 당길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서 사람을 감동 시키는 것...

그저 웃기기 위한 것이나 돈 벌기 위한 재능과, 사람의 마음을 감동 시킬 수 있는 재능은 다르다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