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아내가 재봉술질을 시작해서, 저도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원단의 신세계를 살짝 옅보게되었습니다..
퀄트의 천국(?) 영국산 원단중에,
'리버티'라는 회사에서나오는 나염 원단이 있는데..
가격이 참.... 비싸더군요.
천을 살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가 '마'인데,
1마는 대략 90cm. 대충 1마 산다고 하면 1제곱 미터쯤 되더군요, 원단의 폭에 따라 달라지겠죠.
의류용으로 사용하는 원단중에 나름 비싸다해도 1마에 1만원을 넘는게 거의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리버티 원단'은 (나염 무늬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마에 4~5만원선...
약 1제곱 미터 정도 넓이의 천이 5만원정도 하는거죠..
재미있는 것은 그것도 없어서 못판다는 것입니다.
특정 무늬의 원단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이라고 할정도.
어느 매장에 잘나가는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면 순식간에 팔려나간다고..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영국산'천을 사용해서 한복을 만든다는거죠.
더욱더 재미있는 사실은.. 조만간 저희집에도 그런 한복이 하나 생길 예정이라는 것..
허허허..
그래도 완성품을 직접 사는것보다는 싸지 않겠냐고 저 자신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원단의 세계는 정말 신세계죠..
그렇게 비싼건 대부분이 수작업 및 염료가 비싼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그런거 아니더라도 특정 무늬다라고 해서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니...
등골브레이커 같은 옷들 보면 왜 저리 비쌀까 하지만 대부분이 원단가격인 경우도 많은 ( __);;;
그냥 원달 말고 신소재 원단의 가격은 정말 산으로 가버리죠..
한 5-6년전인가에 쿨맥스 소재의 운동복을 하나 살려했지말입니다.
티셔츠 한장 가격이 25만원이었지 말입니다.
그려서 그냥 1만원에 3장 짜리 입기로 했지 말입니다.
20세기 초(대략 1930여년)에는 서양의 재단사들이 전통 문양이 그려진 비단을 보고 그 매력에 흠뻑 취해 동양 사람만 보면 "그러한 원단을 구해주면 공짜로 양복을 맞춰주겠네." 라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원단의 매력은 대단한 거 같습니다.
실제 잘 알고 지내시는 분 중에 한복을 제작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은 현역 일선에서는 은퇴하셨고 소일거리 삼아(?) 주로 최고위층의 인사 분들이나 국빈 및 귀빈 분들의 한복을 제작하시는 분인데, 하루는 그분께서 만드신 한복의 원가표를 보니까 총 가격에서 원단 가격이 90% 더군요.
제가 화학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론 '신소재'에 대한 회의감이 많습니다. 색깔을 내는 '안료'도 마찬가지.
물론, 원단의 프린팅에 대한 디자인(지적 재산권)이나, 프린트 불량률(복잡하고 색이 많을 수록 높겠죠) 같은 걸 계산해보면,
가격이 비싸질거라 생각합니다만..
'공학도'로서의 편견때문에 자꾸 원자재 가격이 떠오른다는거죠 뭐..
그런의미에서 '비싼 원단'에 대해 마냥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는거고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옷에서 원단의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좋은 원단이라 하면, 음식으로 치면 좋고 신선한 식재료이고,
사람으로 치면 성품이나 학식이고, 게임으로 치면 게임 엔진 같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의류 디자이너로서 적절한 원단을 고르는 것도 의상 디자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니까요..
조선시대에 한복도 최고급품은 청나라에서 들어온 비단으로 만든것이니까요
한복은 수입원단을 써서 만들어도 이상한것이 아니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