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요? 오락실 연습 많이 했어요!"  
[오마이뉴스 김혜원 기자]지난 5월 23일 초등학생이 자동차를 훔쳐 타고 주행을 하다 4중추돌 사고를 냈다는 뉴스를 접하고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제 주변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과 종종 마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네. 분명히 지하 2층에 주차해둔 걸로 기억하는데 아침에 보니 차가 지하 1층에 있는 거야."

"나도 가끔 깜빡 깜빡하는데 그게 다 아줌마들 건망증 때문이지 뭐."

"나는 분명히 앞으로 대놓고 내린 것 같은데 차가 뒤로 파킹되기도 하고… 어떤 땐 누가 긁었는지 밤새 차가 긁혀있기도 해서 경비 아저씨한테 잘 좀 보시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

이런 수다 속에 명철이 엄마가 끼어듭니다.

"그게 아닐 수도 있어요."
"뭐가요?"

"근식이 엄마가 그러는데 애들이 밤에 몰래 차를 몰고 다닌데요."
"애들이요?"

"근식이가 몰래 몰고나가다 이웃한테 들켜서 잡혔다더라구요."
"어머 애들이 웬일이래?"

이런 이야기를 중고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해보았습니다.

"부모님 몰래 운전 해 본 사람 있니?"
"네. 있어요."



▲ 아이들이 즐긴다는 운전게임  

ⓒ2005 김혜원

예상 외로 여러 남자 아이들이 손을 듭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해?"

"오락실에서 연습을 많이 해서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해보면 진짜 되구요."

"엄마랑 아빠 주무실 때 몰래 키를 가지고 나와서 해 본적 있어요."

"나도 해봤는데 후진하고 직진하고 T코스 정도는 쉽던데요."

"도로 주행하는 애들도 있어요."

"엄마가 키 주면서 차에 가서 뭐 가져오라고 시킬 때 있잖아요. 그때 한번씩 시동 걸고 움직여 보기도 하는데 재미있어요."

놀라운 것은 어른들 몰래 운전을 해본 아이들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몇몇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운전을 해보았다고 해서 물어보는 저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고 난 적은 없니?"

"제 친구 중에 사고 낸 애도 있어요. 부모님이 잘 해결해 주셨다는데 무지 욕먹고 다시는 운전 안 한다던데요."

"오토바이도 많이 몰아요. 알바하는 친구들이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친구들이 한번 씩 몰아보거든요."

"저는 오토바이 타다 넘어지는 바람에 무지 다친적 있어요. 허벅지랑 한쪽 팔이랑 완전히…."

아이들은 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에게 오히려 운전은 별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락실에서 직접해보면 다 똑같아요. '이니셜D'는 핸들이나 기어, 액셀 모두 똑같아요. 어른들도 운전면허시험 보기 전에 게임으로 연습한다던데요."

"오락실에서 오토바이랑 자동차랑 게임 좀 해 본 애들은 한번쯤 실제로 운전을 해보고 싶어해요. 진짜로 될까 궁금하니까요."

"실제로 운전을 하면 이니셜D처럼 드리프트가 되는지 해보고 싶어요."

게임처럼 드리프트를 하고 싶다는 한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공감을 표시하며 환성을 지릅니다.

"우와아. 진짜. 나도 나도."

청소년들의 특성상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컴퓨터게임이나 오락실 출입을 금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혼동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되면 자동차와 운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이며 시동은 어떻게 걸고, 기어와 브레이크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질문이 많이지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오락실의 드라이빙 게임에 빠지는 시기도 이럴 때쯤입니다.

아이가 처음 운전에 관심을 가질 무렵부터 어른들은 수시로 안전 운전에 대해 가르쳐야 할 것이며 혹시나 아이가 부모 몰래 차를 운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그동안 함부로 던져두었던 자동차키를 잘 간수해야 할 것입니다. 또 주정차 후 차를 비울 때 문을 잠그고 키를 소지하는 것은 차량도난과 이에 따른 또다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량소유자들의 의무일 것입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영악해지고 그에 따라 어른들의 할 일도 점점 늘어만 갑니다.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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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초등학생이 사고낸적있죠
그때 게임으로 연습했다.. 라고 하길래 대부분이 '카트라이더' 로 생각했었습니다만..
'이니셜디' 로 오늘 기사 뜨는군요;
근데 저 기자분은 참.. 실제 차량 운전이 이니디와 같나.. 저걸로 연습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