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의 방에 학규님이 쓰신 목적과 결과........ 라는 글에 댓글로 붙인 글입니다만..

한국군대의 군 문화.

이것 자체도 나름대로 이야기해볼만한 꺼리가 될것같아 여기에 붙인 제 리플만 한번 퍼와봅니다.

바로 그 글의 메인인 학규님의 목적과 결과......... 라는 철학에 근거해서 이 문제도 한번쯤 이야기 해봤으면 하는군요.



Neolith의 방에 쓰여진 본문  http://www.lameproof.net/zboard/zboard.php?id=bbs2&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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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님의 군대문제라는것은 뭘 말하시려는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저 역시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전경으로 강원도 산골짜기의 인원 십수명 남짓한 파출소에서 대부분의 군 생활을 보냈습니다. 뭐 비교적 소규모의 조직체인지라 공무원사회 특유의 부조리나 문제들이 많긴 했습니다만.. 나름대로 스스로 분위기를 많이 바꿔볼수가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큰 조직이라 해도 결국 원칙대로 성실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당장 눈에 띄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그 존재를 증명해줍니다.
단기적인 꼼수나 편법, 눈가리고 아웅하는짓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 드러납니다. 이런것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결국 다 눈에 띄게되고 도태되버리고 말죠. 물론 똑같은 편법을 써도 역시 목적을 제대로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런게 드러나도 별 문제가 안되긴 합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밀리터리 매니아이기도 한지라 한국군의 군대문화같은것에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현재 한국군의 군대문화는 전형적인 징병제에서 파생된 일본식 군대문화를 따르고 있는것이죠. 징병제 군대와 모병제 군대는 그 배경과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미 해병대의 경우 전원 지원자들만으로 구성되죠. 미 해병대의 훈련소 캠프에는 훈련장 가운데에 종이 하나 있습니다.
가혹한 해병대의 신병훈련 과정에 '난 도저히 여기서 더 못버티겠다..' 싶을경우 누구나 그 종을 뚜드리고 훈련소를 퇴소할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해병대에서는 구타나 가혹행위의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군대다보니 전혀 없는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이 누군가를 자살에 이르게하고 일생동안 거부감을 일으키게 만들정도로 심각한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해병대의 해병대원. 전원이 자신의 자발로서 자신의 능력으로서 자신의 의지로서 남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징병제 군대는 그런게 없습니다. 군대가기 싫어하는사람 강제로 끌어와서 그 손에 총을 쥐어줍니다.
그리고 사람 죽이기 싫은데 사람을 죽이라고 합니다. 강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강압적인 폭력과 가혹행위를 수반하고 이것을 하나의 전통과 문화로 만들어 이것을 대물림하게 만듭니다. 인간의 생각과 의지와 개개인의 능력, 적성등은 모조리 무시되고 단지 군대의 목적을 위한 폭력. 군사력의 확보를 위해 인간을 그 도구로 전락시킵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있는 군대는 어느나라 군대건 다 같은 문제를 갖고있습니다. 단지 한국군만이 그런 문화를 갖고있는게 아니죠.
다만 나라마다 상황마다 조금씩은 다릅니다. 가령 미국같은경우만 해도.... 사실 미국 역시 징병제를 채택하고있는 국가죠.
다만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시민들 누구나 총을 흔히 접하고 쉽게 쏘게되는 국가다보니 의무적인 군사훈련이나 현역복무를 필수조건으로 하고있지 않을 뿐입니다. 평소에는 지원하는 사람들만 현역복무를 하다가 의회가 인정하는 전시상황같은 특별한 상황하에서만 징병제가 발동되고 단계적으로 병력이 소집되죠.

일본의 기습으로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의 경우 곧바로 징집령이 발동되어 징병위원회 등록 첫날에만 1631만 6908명의 미국인들이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체검사등 여러 이유로 탈락된 사람들을 제외한 1002만 2367명의 사람들이 입대명령을 받았죠.
그런데 그중에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은 32만 8217명이었다죠.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서류기입 위반이 문제였다고 하는데.. 그래도 겨우 3% 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라면 몇% 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등록을 해서 지금 막 터진 전쟁터에 뛰쳐나갈까요?

그러한 원인과 민주주의 국가. 군대의 운영방식과 구조를 일일이 분석적으로 말하자면 글이 한도끝도 없을테니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것은 군대라는 조직은 국가를 지킨다는 매우 분명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것이고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주의적인 국민 개개인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국민들 한명한명까지 제대로 확산되어있지 않다는점.
그 괴리에서 이런 일본식 강압적 군대문화가 존재하게 될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를 말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당연히 국민 개개인이 그 지도자보다도 먼저 자발적으로 총들고 뛰쳐나가는게 민주국가입니다.
시민민주의의 기반을 닦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카르타고부터 영국, 프랑스, 미국 모두 전쟁이 터지면 지도자보다도 먼저 국민이 총들고 전쟁터에 뛰쳐나갑니다.
한마디 더 하자면..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많은분들이 다 알고계실 병역특례제도는 영국에서 최초로 생겨난 제도입니다. 왕립학회에 등록되어있는 아주 저명한 젊은 과학자 한명이 크림전쟁이 터졌을때 자발적으로 총들고 전쟁터에 뛰쳐나갔다가 총맞고 꽥~~ 해버리는바람에 그 분야의 과학발전이 수십년 뒤쳐져버리는 큰 문제를 일으켜서 이런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못나가도록 막기 위해 만들어진게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는 이 병역특례 제도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미국처럼.. 영국처럼.. 프랑스처럼 되면 우리의 지금 이 일본식 폭력적 군대문화도 바뀌게 됩니다. 사실 이미 군 내부의 문화를 바꿔보기위해 군 수뇌부 역시도 일본적인 문화를 청산하고 미국적인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있죠. 누구 말마따마 한명의 지원병은 열명의 끌려온 징병보다도 앞서는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군대 이전에 그 군대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군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해야만 가능한것이죠.
그렇지 않는이상 무엇을 위해 군대에 들어가는줄도 모르고 끌려온 어리버리한 민간인들을 살인병기로 개조하기위한 폭력과 강압을 주입하는 현재의 군 문화는 바뀌지 않을겁니다.

결과와 목적. 학규님이 제시한 문제입니다만.. 군대문제에 관해 B님이 제시하고싶은 문제가 어떤것일지 궁금합니다.
(혹시나 이 글에 이미 해명이 되어있는 문제라 할지라도.. B님이 생각하시는 문제를 한번쯤 들어봤으면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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