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왼손잡이 입니다. 글씨를 배울때엔 오른손으로 교정을 받아 글씨만 오른손으로 씁니다. 왼손잡이로 살다보면 우리나라의 룰이 얼마나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는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의 표를 넣는 곳도 오른쪽에 있고, 버스요금을 내는 방향도 오른쪽입니다. 은행 현금자동지급기도 카드를 오른손으로 넣게 되어있고 유명마트의 계산대 또한 오른쪽에 위치하는 등 사회 거의 대부분의 시설들이 오른손잡이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오른손잡이들은 별로 신경 쓸 문제가 아니죠. 문제는 대부분의 왼손잡이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실제 생활에서 불편하지만 자신이 오른손잡이가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불편한 걸 모르죠.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오른손잡이는 그만큼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오른손잡이들은 그걸 전혀 의식하지 못합니다.
왼손잡이에게도 맞는 사회가 되려면 아직 좀 멀었지 싶습니다.


처음부터 얘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남자만 군대를 가는 이유가,

여자는 제대로 할줄 아는게 없다, 그리고 여자는 지켜줘야 하는 대상이다 라는 이데올로기가 아직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최초로 여성이 남자와 같은 참정권을 가지기 시작한 게 아직 80년이 채 안된 얘기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성이 사회주류에 들어오기 시작한게 그만큼 밖에 안되었다는 거죠. 그 이전의 여자들은 시민취급을 못받았다는 겁니다.

아테네 시민사회 시절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국가는 그 구성원인 시민에게 의무를 부여합니다. 또한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병역의 의무(이자 권리)를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는 남성의 소중한 재산이자 종속물이어왔기 때문에 여자에게 나가 싸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죠.

유격훈련에서 조교가 '애인 있습니까?' '애인이름 부르면서 xx!' 라고 하는 건 무의식적으로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럼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도 남자랑 다를게 없으니까 여자도 군대가면 되겠네? 하시는 분들...
맞습니다. 정말 다를게 없다면 여자도 군대 보내면 됩니다. 하지만 왜 여자는 군대를 안보낼까요?
정확히는 고용주인 정부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능력을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아직 여성비하가 남아있다는 얘기죠.

다른 예를 들자면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그러니까 90년대 중반까지 저희 학교에서는 총학생회선거에 여자가 출마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단과대학생회 선거에도 여자가 정후보로 나간 적은 딱 한번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이후로도 그런 풍토는 계속 될거라 생각하는데, 저희 학교만이 아니라 그 당시 대학들의 공통된 풍토입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능력자체가 의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남자들은 거의의식하지 못하겠지만요.

다시 말하자면 남자가 군대를 가는 이유는 그 능력이 범사회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병역이 빡씨고 월급안주는 건 남녀차별이 아니라 국가에서 그만큼 착취하고 있는겁니다. 아예 인간으로 취급을 안해주죠. 그건 정부가 착취하는 거지 남녀차별이네 어쩌네 하면서 남녀끼리 쌈붙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탓하려면 정부를 탓하고 그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탓해야겠죠.


같은 맥락으로 남녀차별을 얘기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공격대상은 남성이 아닙니다. 정부와 사회이데올로기죠. 교묘한 말돌리기로 '남성을 여성이 공격한다' 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정부와 구성이데올로기의 방어책입니다.




첨언. 좀 이슈가 지나갔지만 군 가산점 문제, 저는 없어져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착취당한 것은 보상받는게 물론 당연하지만,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남성이 얼마나 된다고 그거 가산점 주는 건 공무원시험 준비 안하는 남성들에게도 큰 차별입니다. 군대에 대한 보상은 이뤄져야 하고 그건 남성전반에게 혜택이 가야 할 것이며 여성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는 영역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군대가서 몸 다 버리고 나왔는데 보상 못받는 공무원 시험 준비안하는 예비역의 입장에선 좀 억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