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슈] 용산상가-비디오게임업체 ‘정면충돌’ 조짐
[경향게임스 2004.08.25 10:44:06]

“오프라인 죽이기” VS “불법복제 막기 위한 조치” 용산상가와 비디오게임 업체간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비디오게임 업체가 신작 게임을 온라인 쇼핑몰에만 먼저 공급한 게 화근이었다. 게임업체가 새로 발매하는 타이틀을 미리 공급하는 것은 업계의 관례.

때문에 비디오게임 업계의 ‘오프라인 매장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마진이 좋은 온라인 쇼핑몰에만 특혜를 줘서 오프라인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다.

선판매 관례마저 무시해 불만 높아 지난 15일 오후 2시 용산 도깨비상가 내부. 주말을 맞은 도깨비상가 내부는 게임CD를 고르는 게이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인근 미군기지에서 온 듯한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띠었다. 그러나 상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

상가 입구에 위치한 G매장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면서 “주말이니 이정도지 평일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도깨비상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두꺼비상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몇몇 매장이 텅 빈 채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대로 가다가는 상가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몰아쉰다.

요즘 이곳에는 또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상인들에 따르면 신작 비디오게임의 경우 발매전에 미리 공급받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비디오게임 업체들이 이같은 관례마저도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SCEK는 최근 ‘소콤2’의 공급을 예정보다 늦게 공급했다. YBM시사닷컴도 기대작인 ‘사쿠라대전’을 발매 전날 용산상가에 배포했다.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예약특전 등을 통해 미리 배포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용산상가 업주들을 중심으로 비디오게임 업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한 상가 관계자는 “소니의 경우 국내 진출 초기만 해도 재래시장을 배제한 채 할인마트 위주로 사업을 했다”면서 “할인마트에서 별재미를 못본 소니를 군소리 없이 받아줬는데 우리를 제외시킨 게 말이 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비디오게임 업계는 발매 이전에 제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E사의 경우 지난 4월 신작을 오프라인 매장에 미리 공급했다가 낭패를 봤다. 발매도 전에 와레즈 사이트에 해당 게임이 뜬 것. 이로 인해 E사는 목표량인 1만장의 30%도 되지 않은 3천장만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SCEK의 한 관계자는 “제품이 발매일보다 앞서 오프라인 매장에 공급되면서 불법복제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같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용산상가 업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비디오게임 업계의 이같은 조치 이면에는 오프라인 상가를 죽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나진 12, 13동 상우회 관계자는 “차이는 얼마 없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보다 마진이 낮은 게 사실이다”면서 “현재로써는 비디오게임 업체가 마진을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죽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진 높이기 위한 오프라인 죽이기(?) 사정이 이렇자 비디오게임 업체에 대한 상인들의 불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업주의 경우 해당업체 제품을 받지 말자는 볼멘 소리까지 내뱉고 있다.

상우회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이같은 의견에 상당수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비디오게임 업체들이 얼마 안되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YBM시사닷컴 관계자는 “이번 사쿠라대전의 경우 예외적으로 온라인에만 예약을 받은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차별할 뜻은 아니었다”면서 “향후 화보집이나 자켓이미지 등의 특전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CEK와 YBM시사닷컴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경우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경우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비디오게임 업계의 용산상가간 전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