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게임메카 김광택 [04.08.25 / 18:18]

온라인게임 개발사에 근무하는 K씨는 최근 국내 굴지의 게임개발사인 N사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N사의 개발팀장이 면접관으로 들어와 전직장의 게임소스코드를 제출해야만 입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안을 받은 K씨는 고민 끝에 전직장에서 자신이 맡아오던 신규프로젝트의 게임소스를 넘기고 결국 N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K씨는 전직장에 대한 죄책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개발자의 양심을 짓밟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개발사 상당수가 개발자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상대 개발사의 소스코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수한 소스코드를 분석하거나 그대로 인용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임개발사들이 경력직 개발자를 뽑으면서 소스코드를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비교적 규모가 큰 개발사의 경우 가장 빈번한 변명거리로 내세우는 것이 새로 뽑는 개발자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는 것.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프로그래머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앉은 자리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짜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외에 `플러스알파`로 전직장에서 만들었던 게임소스코드를 보고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곳 역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코스닥에 입성한 개발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주가부양 차원에서 차기작의 런칭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게임소스를 요구하는 경우다.

이런 회사들은 게임엔진 설계를 앞당기고 빠른 시일내에 차기작을 선보이기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대부분 엔진설계에 참여한 개발자 2~3명을 통째로 빼오곤 한다.

마지막으로 경쟁사의 게임출시를 늦추거나 개발 자체를 취소시키기 위해 개발자를 빼오는 경우로, 최근 J사 핵심개발자들이 W사로 대거 옮기면서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게임소스 유출, 막을 방법이 있나

게임소스가 경쟁사로 줄줄이 새어나가더라도 중소개발사들에게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핵심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날 때 일종의 각서를 받고는 있지만 막상 경쟁사의 게임이 자사의 게임을 베낀 의혹을 발견했더라도 해당게임의 소스를 보지 않는 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Y사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작업하는 모든 프로그래밍 작업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게임소스를 집에 있는 개인PC에 따로 백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N사와 같은 큰 규모의 개발사들은 게임소스 유출을 막기 위해 개발자들의 MSN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게임기획 내용이나 핵심파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CEO가 직접 나서 직원들의  MSN 대화내용을 감시하는 개발사가 있는가 하면 개발자가 하루동안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고 어떤 파일을 주고받았는지 일일이 모니터링 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력직 개발자를 모집하는 개발사에서 먼저 발벗고 나서 게임소스를 요구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당수 게임이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게임소스 유출과 무관하지 않다”며 “베테랑 개발자의 경우 여러 게임의 소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