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는 블리자드 노스의 전 부사장이자 현재 플래그쉽스튜디오의 CEO로 근무하고 있는 빌로퍼와 단독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6월 말 갑작스럽게 블리자드를 떠난 빌 로퍼는 회사의 대외홍보업무를 담당하며 전세계 각지에서 블리자드의 이름을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 블리자드 노스는 당초 선소프트를 위해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 포스’라는 게임의 포팅작업을 진행하던 콘도르(Condor)라는 이름의 개발사로 자금상의 문제 때문에 개발을 중단했던 ‘디아블로’를 블리자드와 함께 완성하며 최고의 명성을 누린 회사다.

이번 인터뷰에서 빌 로퍼는 “플래그쉽스튜디오가 갖춘 맨파워는 새롭게 설립된 회사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막강한 수준”이라며 “2005년쯤에 선보일 신작이 게임계에 몰고올 파장을 기대해달라”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게임메카: 국내의 수많은 퍼블리셔와 계약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빛소프트와 계약을 맺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


빌 로퍼: 블리자드에 있는 동안 한빛소프트와 많은 일을 해왔으며 한빛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을 좋아했다. 특히 우리가 한국에서 거둔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급사를 찾으면서 이러한 오랜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한빛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게임메카: 남코(남코홈테크, 북미퍼블리싱)와 한빛소프트(아시아 퍼블리싱)라는 동양의 퍼블리셔를 플래그쉽스튜디오의 파트너로 최종 결정했다. 같은 조건으로 이뤄진 계약인가?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퍼블리싱 판권을 한빛소프트에 일임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빌 로퍼: 난 우리가 계약서에 사인한 이 두 회사들이 게임을 퍼블리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우리가 바라던 것은 퍼블리셔가 게이머의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지식과 관계를 이용하고자하는 두 가지의 개별적인 조건에 사인하려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부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두 회사가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계약조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밝히기 어렵다.

게임메카: 블리자드에서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언제부터 사퇴를 결심하고 팀을 꾸리게 됐는지?

빌 로퍼: 사실 블리자드를 떠나는 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비벤디 유니버셜의 게임사업 매각가능성에 대해서 적정수준의 참여를 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를 원했다. 매각문제에 블리자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며 장기 연봉 및 고용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들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어려웠다.

때문에 우리의 삶과 직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의사결정자들과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기를 원한 것이며 결국 비벤디는 우리의 요구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사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떠나기로 결정한 날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서 새로운 개발스튜디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데이브 브레빅, 에릭쉐퍼, 맥스쉐퍼, 그리고 내가 다음날 데이브의 집에서 만났으며 새로운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플래그십의 캐릭터팀이 제작한 컨셉 아트웍


게임메카: 현재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인원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빌 로퍼: 지금은 13명의 정직원과 1명의 임시직원이 있다. 나와 데이브, 에릭, 맥스에 이어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켄 윌리엄이 공동창립자로 합류했다. 플래그쉽스튜디오의 다른 주요창립자들은 기술 디렉터인 타일러 톰슨과 피터 휴, 그리고 아트 디렉터인 필셩크와 데이브 글렌이 있는데 이들은 블리자드 노스에서 함께 일했던 최고의 개발자들이며 모두가 우리에게 연락하고 새로운 모험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최근에는 게임업계에 오랜 베테랑급 게임 개발자이자 인사 전문가인 매트 하우스홀더와 수석 아티스트 벤 부스가 합류했으며 둘 다 블리자드 노스에서 디아블로를 함께 개발했다. 또한 아티스트인 제이슨 펠리스와 정보기술 매니저인 밥 모슬리를 기용했으며 둘 다 각각의 분야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회사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타일러의 부인인 페이지 니틀러를 언급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해질 것 같은데(^^) 고맙게도 생화학 박사학위를 마무리하면서 시간을 내 켄과 함께 회사를 원활히 운영해줬다.

게임메카: 플래그쉽스튜디오의 핵심개발진의 대부분이 전 블리자드 개발자들로 이뤄져 있다. 아무래도 비슷한 색채의 게임이 나오지는 않을까?

빌 로퍼: 비록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롤플레잉이긴 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다. 우린 분명히 롤플레잉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디자인 컨셉이 바로 우리 작품의 중요한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놀랄 것이며 전작들의 오랜 팬들도 굉장히 재밌고 빠져들 만한 게임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게임메카: 개발사의 설립발표 이후(표면에 드러난 시기) 약 10개월이 지났다. 게임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이 될 것인가? 내년쯤엔 대략적인 내용을 볼 수 있을까?

빌 로퍼: 신작의 개발은 일반적인 게임제작에서 거치는 반복적인 과정에 도달한 상태다(많은 부분이 완성된 상태라는 뜻). 분명히 이것이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을 확정짓기는 힘들다. 게임을 보여주는 시기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게임이 우리에게 보여줄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을 공개했을 때 게이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가지는 어떠한 질문에도 게임을 보고 플레이함으로써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년이 되기 전에 게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게임메카: 이곳저곳에서 입수한 풍문에 의하면 MMORPG가 아닌, 상당히 독특한 형태의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알고 있다. 공개된 아트웍을 미루어 짐작하자면 상당히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혹자는 패키지로 발매된 후 배틀넷과 같은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디아블로 시리즈나 최근 아레나넷에서 제작중인 길드워 스타일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빌 로퍼: 우리는 분명히 어둡고 침침한 곳을 선호하고 이러한 분위기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서비스의 정확한 영역과 내용을 결정짓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전용의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 우리 게임을 사는 사람들이 쉽게 접속해서 온라인에서 플레이하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메카: 플래그쉽스튜디오의 게임도 블리자드의 철학과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가?

빌 로퍼: 우리가 블리자드에서 추구해 온 주요한 개발철학의 핵심은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며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플레그쉽스튜디오에서도 이를 고수할 것이다.

게임은 배우기 쉽지만 마스터하기 어려워야 하고 강력한 멀티플레이에 엄청난 반복플레이성를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 또한 게임 커뮤니티에 귀 기울이고 이들과 강한 유대를 지속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게임메카: 과거 디아블로 원작을 제작한 클릭엔터테인먼트의 ‘쓰론 오브 다크니스’를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디아블로 2’를 물리칠 가장 큰 경쟁상대로 이 작품이 물망에 올랐었는데 결과는 참패에 그쳤다. 이러한 전례를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빌 로퍼: 새로운 개발 스튜디오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음속에 그리고, 만들고, 내놓는 일 자체가 큰 성과다. 미래에도 개개인의 노력으로 게임을 계속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며 함께 일해 온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들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게임메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한국에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빌로퍼 씨의 의견을 묻고 싶다. 또 블리자드에서 제작 중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과연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그리고 플래그쉽스튜디오에서 제작중인 게임과 상충되는 면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빌 로퍼: 스타크래프트는 간단히 말해 판타지 게임이다. 그것이 언제 한국게임시장에서 완전히 수명을 다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역동적이면서 한국 게이머들이 빠져들 만한 게임이 나타나면 인기가 시들 듯 하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에 참여한 것에 보람을 느끼며 특히 엄청난 게이머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게 해주어서 매우 기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가 과거에 만들었던 것들이나 한국에서 인기 있는 다른 MMORPG와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다. 블리자드는 정말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게임 안에 쏟아 넣었으며 우리들도 베타테스트를 즐기고 있다. 새로운 게임을 시장에서 받아줄 지는 좀 기다리고 지켜봐야겠지만 블리자드의 명성은 항상 이들이 만드는 게임에 의해 증명되어왔다.

게임메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는?

빌 로퍼: 우리는 한 가지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갖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메카: 한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과거 블리자드게임이 성공했을 때처럼 유저대비 게임의 수가 현저하게 모자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나 국내정서와 다른 해외온라인게임의 성공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한 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한국에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있지만 훌륭한 게임은 오히려 많은 유저들을 찾아낼 것이다. 비록 우리가 헌신적이고 충성스런 그룹이라 할지라도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게이머들은 언제나 굶주려있다.



나 자신도 재미없는 게임 보다는 주로 재미있는 같은 게임을 계속하려고 하지만 나의 열정을 발휘할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때에는 즉시 새로운 게임으로 옮겨가려고 한다. 한국 온라인게임 커뮤니티의 크기가 커지고 있으며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힘을 받아야 한다.

게임메카: 개인적으로 즐기고 있는 게임이 있는지? 존경하는 개발자는?

빌 로퍼: 나는 모든 장르와 플랫폼을 막론하고 엄청난 양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긴다. 최근에 PS2 게임 ‘그랜드씨프트오토: 바이스시티’를 플레이했으며 동시에 ‘MVP베이스볼 2004’에서 S.F. Giants로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하고 있다.

내가 따르고 싶은 이상형은 없지만 확실히 게임 산업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드마이어, 피터몰리뉴, 마크 자콥스, 알렌 아담, 게이브뉴웰, 존 카멕, 팀 쉐퍼, 스티브 메레츠키, 윌 라이트, 미야모토 시게루, 히로노부 사카구치, 토루 이와타니, 리차드 가필드, 리차드개리엇, 데이브 하그레이브, 개리 지작스, 데이브 아네슨, 스티브 잭슨 등이다.

게임메카: 남코와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남을 가진 결과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 방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빌로퍼 당신은 게임의 과금방식, 부분유료화와 정액제, 그리고 패키지발매방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는가?

빌 로퍼: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임은 게임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최선의 방식에서 유동적으로 시장을 반영하는 형태이다. 몇년 후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내놓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를 오늘 정확히 아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게임메카: 플래그쉽스튜디오에 한국인 직원이 있는가? 추후 선발할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빌 로퍼: 여기에는 아직 한국인 직원들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게임 커뮤니티와 강한 유대관계를 지속시키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빛소프트와 밀접하게 일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또한 문화를 접하고 게이머들과 접촉을 하기위해 한국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한국게이머들과 유대관계를 구축한 것은 매우 행운이며 이러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게임메카: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신규게임은 한국과 동시에 발매(혹은 서비스)될 예정인지? 또 베타테스트에 있어 (한국에) 특별한 혜택이 주어질 것인가?

빌 로퍼: 베타테스트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블리자드에서 많은 국가에 게임을 동시에 런칭한 경험은 우리 회사와 게이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게임메카: 게임이 서비스된다면 한국에 서버를 따로 구축할 계획인가? 아니면 특정 국가에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할 것인가? 현재 비벤디유니버셜게임즈처럼 지사가 설립될 가능성도 있는지 묻고 싶다.

빌 로퍼: 글로벌 네트워크와 공동서버, 그리고 지사에 대한 장기간의 세부계획이 현재 임박해있다. 한 가지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회사가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게임을 개발하며 우리의 방대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한빛소프트와 남코라는 훌륭한 파트너를 찾음으로써 우리 회사가 가진 전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