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둠3(Doom III)’가 출시된다. 지난 94년 출시된 ‘둠2(Doom II)’의 후속작 이니 횟수로는 11년만이다. 개발사인 ‘ID소프트웨어(ID Software 이하 ID)’ 의 둠3 개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기점으로 보면 기획기간 2년, 개발기간 3년이다. 아직까지 변변한 데모 버전 하나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게임 전문 미디어가 주는 상이란 상은 다 받았고, 매년 열리는 게임쇼에서 쥐꼬리만큼 공개되는 정보들로 각종 어워드를 휩쓸다시피 했다. 5년 여의 기다림에 지칠 만도 하건만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은 늘 둠3의 새로운 정보에 갈망했고, ID는 늘 여유로운 태도로 유유자적해왔다. 그러나 ID가 언제 내겠다고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 발매 연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냥 좀 오래 걸린 것뿐이다.

이런 둠3가 오는 8월 3일(예정)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된다. 앞으로 2주가 채 남지 않은 시간이다. PC와 Xbox 두 가지 플랫폼을 채택했으며, 국내에는 YBM시사닷컴 게임사업부(이하 YBM)가 PC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Xbox를 유통한다. PC버전에 대해서는 출시일, 한글화 등에 대한 언급과 구성에 대한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으나 Xbox 버전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한 언급이 없다. 사실 1인칭 액션 슈팅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PC 버전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둠3 PC가 국내에 정식 유통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다. 둠3의 전 세계 배급을 맡고 있는 ‘액티비전(Activision)’이 작년 한국지사를 철수시키고, 메가 엔터프라이즈(Mega Enterprise, 이하 메가)가 ‘콜오브듀티(Call of Duty)’ 등 액티비전 게임들의 국내 유통을 전담하면서 둠3 유통사로 유력하게 점쳐져 왔었다(메가는 지난 5월 자사 게임 홈페이지에 둠3 제품 소개를 업데이트했었다) 하지만 둠3의 국내 배급 계약권은 AP(Asia Pacific) 지역 배급에 대한 선계약권자인 일본의 사이버프론트제넥스(Cyberfront Genex)가 가지고 있었고, 또한 메가는 기존 액티비전 타이틀들의 유통 계약 과정에서 둠3를 포함한 패키지 계약을 맺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 개런티로 인해 유통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상황들에서 액티비전과 직접 테이블에 앉은 YBM은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바 대로 ‘최소 지급 보증 수량(Minimum Guarantee)’ 4만장에 국내 유통 계약을 맺었다. 개당 개런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워낙 소비자가가 비싼 제품이라 $20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퍼블리싱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즉 적어도 10억 원짜리 게임으로 국내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둠3의 네임밸류에 비하면 턱없이(?) 싼 것이 분명하나 문제는 국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PC패키지를 유통하는 ‘여러 이유들로 게임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둠3PC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제로(0)로 점쳐왔고, 오랜 기다림 속에서 지쳐 떨어져나간 팬들과 미디어도 많았다. 즉, 게임은 훌륭하나 국내 흥행과는 무관한 게임. 둠3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 국내 게임 유통 전문가들의 의견.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 게이머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로는 둠3를 제대로 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둠3의 권장 사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난무했으나 ID가 밝힌 권장 사양은 P4 3.4Ghz, 2GB RAM, ATI Radeon X800 XT PE 등. 단언컨데 분명 국내에 저만한 사양을 가지고 있는 PC방과 PC 게이머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즉,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컴퓨터가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5만원짜리 PC게임 때문에 70만 원짜리 그래픽카드를 붙일 수는 없을 것이고) 다행인지 둠3 최초의 리뷰가 실린 PC gamer 9월호에서 밝힌 권장 사양은 P4-2Ghz, 512M RAM, ATI Radeon 9800 정도. 리뷰 환경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개발사의 권장 사양의 범위가 더 넓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의 특성 상 권장 사양에서의 최적 환경이 아닌 플레이가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 지적은 높은 소비자 가격이다. 현재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예약 판매 가격은 $54.99. 아마존저팬(amazon.co.jp)의 예약 판매 가격은 8,450엔이다. 각각 66,000원, 91,000원에 이르는 초고가 이다. 역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4만 9천원에 소비자 가격을 책정했으나 불황을 겪고 있는 PC게임 시장에서 4만원 후반 대의 가격이 얼마나 큰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 번째는 미비한 멀티플레이 지원과 그로 인한 정품 구매도 하락이다. 둠3의 경우 최대 4인밖에 멀티플레이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싱글 플레이에 치중되는 게임이라는 특성이 굳이 멀티 플레이를 즐길 필요가 없다는 식의 불법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의 경우 멀티플레이 위주의 게임이 아닌 경우 구매율이 떨어지는 국내 시장의 특성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심의 문제이다. YBM은 둠3의 한글화 진행 여부에 대해 ‘ID의 프로그램 수정 불가 방침’을 이유로 무삭제 방침을 발표했으나, 게임 사용 등급 심의를 맡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입장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신이 찢겨지는 장면이 포함된 ‘솔져오브포츈2(Soldier of Fortune II)’, 화면 전체를 피로 얼룩지게 했던 ‘시리어스 샘2(Serious Sam2)’ 등이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것을 감안할 수 있지만 위의 게임들과 비교할 수 없는 둠3의 네임밸류와 전반적으로 잔인한 게임 분위기, 시체를 뜯어먹는 장면 등은 이용 불가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예약판매 중인 오늘(21일)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 둠3의 심의 등급 신청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이 둠3의 실패를 확신한다고는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둠3가 가지고 있는 게임성에 성공 가능성의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PC Gamer 9월호 리뷰에서 ‘둠3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며, 예술품이다.’ 라는 평과 94점이라는 점수는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국내에서 지적된 단점들 역시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고 혹은 Xbox 용으로 즐기기 위해 10만원 대 중, 후반의 Xbox 를 구매할 수도 있다. 둠3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49,000원의 소비자가는 무리가 아닐 수도 있으며, 멀티플레이 지원의 경우 이미 ‘퀘이크(Quake)’ 시리즈를 통해 최적화에는 이골이 나있는 ID인 만큼 원활한 멀티플레이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잔인함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솔져오브포츈2도 심의를 통과한 만큼 둠3의 심의 통과 가능성 역시 낮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즉, 단점으로 지적되는 점 대부분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10년을 기다려 온 세계 최고의 FPS. 둠3. 과연 그 기다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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