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3일. 게임홍보에 열을 올리는 게임업체 마케터들의 빗나간 상혼이 김선일 씨를 두 번 죽였다.


고인의 피살사건 보도 이후 온국민이 정신적인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인 23일 오후,
몇몇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 안에서 일종의 ‘추모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게임업체에선 게임홍보에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심없이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렇다면 굳이 보도자료까지 돌려가며 생색내기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이 업체는 최근 만두속 파동이 있었을 때 이와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했고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역시 게임 내에서 ‘탄핵 이벤트’를 펼쳤다.


다른 게임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와 같은 이벤트는 더욱 많아졌다.


온국민이 안타까워하고 걱정할 때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 게임에 활용해볼까’ 하고 궁리했다.


졸속으로 준비한 이와 같은 이벤트가 사안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을 리 만무하다.


게임업체들의 ‘이슈 편승 이벤트’는 2002년 말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반전시위로 이어지고
이런 와중에 몇몇 게임업체가 온라인게임 내에서 반전시위를 전개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이 이것을 흥미로운 사건으로 기사화했고
해당 게임업체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 마냥 어깨를 들썩였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라크전으로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미국의 많은 시민들은 부시 대통령을 ‘백악관의 무허가 거주자’라고 비아냥댔고 게이머들 역시 여기에 동참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C&C: 제너럴이나 아메리카 아미와 같은 전쟁게임을 부시에게 보내 ‘전쟁에 대한 판타지’를 대리만족시켜주자고 했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부시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이 전쟁이라는 체험해보지 못한 사건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폭력성, 선정성 등을 부추기는 사회악은 아니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국내에선 게임업체들이 반전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아이템을 나눠줬는가 하면 미군과 미군 장갑차를 몬스터로 등장시켜 ‘우리게임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애원했다.


사회적인 이슈를 이용해 한몫 잡아보겠다는 의도로 아이템 이벤트를 펼치는 게임업체와,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부시에게 전쟁게임 보내기’ 사이트를 만들어 반전운동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진실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최근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추이를 살펴보면
3차대전이 일어난다면 이것까지도 게임내 이벤트로 활용할 ‘과감함’이 있어 보인다.


정말 고인의 명복을 빌고자 한다면 게임업체를 대표해 빈소라도 한번 찾아가는 것이 맞다.


출처: 게임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