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서 폭탄테러..카디로프 대통령 피살(종합4보)

[연합뉴스 2004-05-10 03:24]

=푸틴, 테러리스트에 대한 보복 다짐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9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포함한 32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했다.

사망자들 중에는 체첸 의회인 국가위원회의 후세인 이사예프 의장과 엘리 이사예프 재무장관 등 체첸 고위 관리들 외에 아들란 카사노프 로이터 통신 기자도 끼여 있다고 관리들이 말했다.

그러나 당초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체첸을 포함한 북(北)카프카스 지역 주둔 러시아군 사령관인 발레리 바라노프 장군은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으나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첸 내무부는 이날 폭탄 테러로 카디로프 대통령을 비롯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46명이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러시아 서남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 대표는 사망자가 6명이라고 발표하는 등 희생자 집계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 연방 정부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친(親) 크렘린계 인물인 카디로프 대통령은 폭발 사건 뒤 30여분 만에 숨졌으며, 다른 많은 사망자들은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일부 러시아 언론은 카디로프 대통령 생존설을 내놓는 등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으나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디로프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날 폭탄 테러는 오전 10시 35분께(현지시간) 그로즈니 시내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카디로프 대통령을 비롯한 체첸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2차대전 승전 59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던 중 귀빈석 밑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며 발생했다.

체첸 비상 당국은 VIP석 밑에서 아직 터지지 않은 2번째 폭탄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승전 기념일은 옛 소련을 비롯한 연합군이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사건 당시 디나모 스타디움은 군사 퍼레이드와 기념 음악회를 보기 위한 군중들로 가득 찼었다.

NTV를 포함한 러시아 TV 방송들은 폭탄 테러로 폭삭 주저앉은 귀빈석 주변과 피를 흘리는 부상자, 매몰 부상자 구출 장면, 길을 서성대며 울먹이는 시민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자임하고 나서는 단체는 아직 없으나, 그동안 체첸의 완전한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 투쟁을 계속해온 체첸 무장 단체가 저지른 것으로 관측된다.

체첸 보안 당국은 폭발물이 귀빈석 밑 콘크리트 바닥에 설치됐던 것으로 보고최근 스타디움 보수 공사를 했던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중이다. 3개월여에 걸친 스탠드 보수 공사는 하루 전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 사건 직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1999년 이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2차 체첸전이 앞으로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2차 대전 참전 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늘 우리와 싸우고 있는 자들에 대해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응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첸 정부도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우리의 테러와 투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에 체첸 반군은 범죄적 테러리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혀 향후 체첸 무장 세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크렘린 당국에 의해 임명된 카디로프 대통령이 이날 폭발 사건으로 사망함에 따라 향후 체첸 사태가 더욱 복잡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디로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연방 정부의 지시로 투항하는 무장 저항 세력을 사면하고 전화로 부서진 주택들의 보수를 서두르는 등 1994-96년 1차에 이은 1999년 이후 2차 체첸전 등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체첸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같은 유화 정책도 체첸 상황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joon@yonhapnews.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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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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