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아낄려고 피검사 안했는데 할 걸 그랬습니다.

글고 아무래도 걍 부탁해서 차 얻어타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시이가 마취 풀리면서 너무 힘들어서 꾸엑꾸엑 토하고. 숫컷이라 마취도 약하게 했는데 이 정도인지라 레이가 걱정되네요.

원래 1시에서 2시 사이에 가기로 했는데 시이랑 같이 팔베고 자는 바람에 5시 좀 넘어서 송파에 도착했습니다. 송파에서 병원을 못찾아서 좀 더 헤매고. -_-; 한 5시 30 좀 넘어서 병원에 간 것 같네요. 예방 주사에 대해서 물어보고 몸무게 재어보고 (3.9) 바로 마취에 들어갔습니다.

"애 착해요?" 라는데 "시이는 소심해서 물줄 몰라요." "원래 주인들은 다 그렇게 말해요." 라며 혈관 주사를 맞았습니다. 정말 얌전히 앉아서 마취제를 맞았습니다. 주사 맞은 후 바로 애들고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불과 수 초 사이에 축 늘어지더군요.

한 15분 정도 있으니까 나오더군요. 시이를 데려와서 대기실 테이블에 눕혔는데 잠시 후에 제가 안았습니다. ...눈도 뜨고 마취됐지, 근육은 다 풀렸지... 딱 드는 생각이 "고양이 양탄자". 눈동자가 자꾸 말라서 침을 계속 발라줬는데 이것도 몇 분이지, 마취가 정말 안풀리더군요. 한 30분 더 걸려서 마취가 조금씩 풀렸는데 이 녀석 살이 쪄서 마취가 잘 안풀린다고 하더군요. 선생님도 어덜트 사료로 바꾸라고 하고, 얼굴이랑 다리 봐서는 살찐 줄도 모르겠는데 배가 장난 아니라고 놀리고. ㅡㅠ

몸에는 힘이 전혀 안돌아오고, 그냥 훅 불면 눈을 감으려고 좀 찡그리는 정도. 이 갈이가 하도 늦어서 보여줬더니 "그냥 지금 뽑을까?" 하길래 말렸습니다 -_-;;;;;; 다른 녀석들은 다 3~4개월에 가는데 애가 늦되다고 또 놀리고.;;;; 시이 이빨 본다고 입을 벌리고 봤더니 확실히 의식은 돌아온 듯 모르는 사람이 입 벌리는게 싫어서인지 온 힘을 다해 입을 닫더군요. 의식이 돌아오면서 턱이 풀리니까 침이 질질. (...) 샘은 또 마취풀리면서 토하는 애는 봤어도 침흘리는 애는 첨 본다고 놀리고 ㅜㅠ

일단 샘들이랑 다 퇴근하는 분위기라 시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에 가는 차에서 먹으려고 KFC에 가서 주문을 하는데 그 사이 힘이 좀 더 돌았나 보더군요. 부들부들 떨면서 팔로 이동장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다가 그냥 도로 눕더군요.

버스 정류장도 가까웠는데 하필 1117이 안오고 1117-1번이 먼저 와서 좀 고민하다가 탔는데 이 버스 너무 많이 돌아서 가더라고요. 나도 멀미가 나니, 시이는 오죽했을까요. 버스에 타고 일단 코트부터 벗어서 거기에 둘둘 말아서 안고 있다가 시이 앞발에 침 흐른 자국을 보니 피가 섞여 있더라고요. 입 안을 벌려보니 시이가 싫다고 온 힘을 다해서 손을 떼어내고. 어 이제 좀 움직일라나 싶어 쓰다듬어주니 속이 안 좋은지 창가 쪽에 얼굴을 들이대고 누워 있더군요.

광주 앞의 터널에서 시이가 헛구역질 하고,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기 싫은 도도냥이라서 토하고 싶으면 토해도 되는데 꾹꾹 참더군요.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마취가 거의 깨서 다리도 좀 움직이더군요. 그렇게 되기까지 2시간 걸렸어요. -_-;

그리고 집에 와서 내려놓으니 갈짓자로 걸으면서 방안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바구니 안에 들어가더군요. ^^ 그러다가 자리가 불편한지 여기에 누웠다가 저기에 누웠다가.

1시쯤 수술할 예정이어서 어제 새벽부터 굶어서 먹은 것도 없는 애가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한참이나 누고 다섯 번쯤 침만 개워내고 지금은 마취도 다 풀리고, 토하느라 힘도 빠져서 뜨거운 바닥에 발랑 누워자고 있습니다. 거의 의식이 없는지 눈까지 뜨고 있네요. -_-;

땅콩은 수술하기 좋게 털도 밀렸고, 양쪽에 0.5m 정도 칼자국이 있습니다. 꼬매지는 않았고, 특별한 후처치 없이 약도 안 줬구요. 다만 진통제인지 소염제인지 주사로 한 대 맞고 왔습니다. 먹으려고 하면 12시쯤 밥주라고 했는데 물도 안 먹고 누워있네요 ㅠㅜ

다른 애들도 시이가 아픈 건 아는지 건드리지도 않고. 레야가 시이 땅콩에서 이상한 냄새(소독약)가 나니 핥아주려고 하다가, 못하게 했더니 그냥 가더군요. 잠깐 자다가 시이 토하는 소리에 깼는데, 지금은 보니 누가 핥았는지 핏자국하고 깨끗하게 없네요. 좀 걱정돼서 소독약으로 소독해 줬더니 정말 아픈데 반항할 기력도 없는지 손을 미는 뒷발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요.

내 욕심이었는지...
시이 아침에 주려고 캔도 두 개 사왔는데 그때에는 좀 기운을 차려야 할텐데요.

그래도 원망않고, 내 가슴에 기대어 자면서 너무 힘들면 뽀뽀해 달라고 조르는데 정말정말 미안했습니다. 얼른 나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