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 22일 쏟아진 '노대통령 개구리 비유 발언'이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지자 청와대가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마당에 어떻게 4자회담을 하느냐"고 말했다. '개구리 발언'이 노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여한 4자회담 성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악재로 돌출한 것이다.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 풍경은 이랬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은?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슬피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옮겨 놓은 게 아니다. 22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쏟아진 발언들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서 출범 6개월을 맞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 작업의 내용과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생긴 게 똑같다" 등의 인신공격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예상된다.


김병호 홍보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시중 얘기 중에 개구리와 공통점 다섯 가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올챙이 적 … ", "시도 때도 …" 등을 꼽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이 "가끔 슬피 운다" 등 나머지 세 가지를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끼어들었다. 이에 당황한 홍사덕 총무가 급히 손을 흔들며 "그런 얘기는 간담회 때 하자"고 박 사무총장의 말을 제지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웃었다.


회의 직후 당의 한 주요 당직자가 기자를 찾아와 "그냥 농담처럼 한 얘기이니 기사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주요 정책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당 사무총장과 홍보위원장이 한 발언이라는 점과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주천 사무총장은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4년 6개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고언을 하겠다"며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세력의 대변인이 되서는 안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노무현 정권 출범 반년 평가서를 발표하고, 이러한 내용 등이 담긴 책자를 만들어 추석 귀향객 등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박진 대변인은 평가서 내용과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 신망을 잃었고,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며 "평가서에는 초심을 생각해 심기일전해서 분발하고, 실정과 비리는 사죄하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극도의 불쾌감 "이런 마당에 4자회담 하겠나"


청와대는 한나라당 당직자회의 '개구리' 발언내용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출하며 최병렬 대표의 4자회담 제의 자체를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이같은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처음에는 "심하네요..."라며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4자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자 "당시 (최 대표가) 제의를 할 때도 비난이 너무 많아서 제의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내부조직을 개편하고 있는 정무수석실의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응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당직자들이 그런 말을 했다니 4자회담 등 청와대와 야당 관계에 크나큰 악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준 기자 (235jun@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