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가만히 살펴보면, 만유인력의 법칙과 에너지보존의 법칙, 질량보존의 법칙, 엔트로피(무질서도) 증가의 법칙, 광속도 불변의 법칙 같은 물리법칙들은 오늘의 과학을 있게 한 위대한 발견들이지만, 동시에 하나같이 자연현상을 규제하는 금지령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체가 저절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으며, 에너지보존의 법칙은 한 번의 충전으로 전기자동차가 영구히 도로위를 굴러다니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질량보존의 법칙은 물질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사라지지 못하게 하여 이를테면 신약성서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같은 기적을 불가능하게 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아주 먼 미래가 되긴 하겠지만, 언젠가 이 우주가 열평형 상태에 이르러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밋밋한 죽음의 세계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고, 상대성 이론은 우주선이 빛의 속도를 넘는 것을 금지하여 우리가 항성간 여행을 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중략)
이렇게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편리함을 얻은 대신 많은 가능성들을 잃었다. 무엇보다 과학 그 자체가 권위화된 것이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즉 과학 이론이란 본래부터 가정에 근거한 하나의 가설(假說)이나 추론에 불과한 것이어서, 언제든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실제 과학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현재의 정설(定說)이라는 것에 과도하게 절대시하여 다른 대안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기존 이론을 수호하려는 태도로만 일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창조의 원동력인 많은 상상력들을 억압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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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구절이 인상깊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과학의 발달이 과학의 발전을 방해 한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