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창업자 울리는 "체인점 사기"  
2000년 대기업에서 희망퇴직한 뒤 3억6천만원을 들여 체인점(프랜차이즈) 사이버리아 PC방 점포를 연 金모(47)씨.

  
金씨는 최근 이 체인점 본사의 尹모 사장이 체인점 지원 등에 써야 할 운영자금 3백억원을 갖고 태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尹사장의 해외 도피 이후 본사 재산에 가압류가 되고 2백명에 달하던 직원수가 30명으로 줄어들면서 7백개 가맹점의 PC.인테리어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등 본사 경영지원이 중단됐다.

金씨는 "장사가 잘 안돼 본사에 점포 이전을 요구했던 일부 점포는 본사가 풍비박산 나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金씨는 본사가 낸 가맹점 모집광고를 보고 창업한 케이스다.

입지선정부터 경영지도까지 받는다는 조건으로 PC 70대를 시세보다 대당 50만원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매장 70평의 인테리어 비용도 시세보다 평당 70만원이나 더 들었다.

金씨는 "당초 준비했던 자금 1억5천만원 범위에서 컴퓨터 40대를 갖춘 PC방을 열려고 했으나 尹사장 등의 권유에 끌려 가족 돈을 빌리고 은행 대출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체인점주 협회 코아에 따르면 해외로 도피한 尹사장은 1990년대 후반에도 육영탕수육.와그너치킨.돈가야 우가야 등의 브랜드를 만들어 수백개의 가맹점을 모집했다.

그러나 이 본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났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들은 현재 본사의 경영지원 없이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꾸려가고 있다.

尹사장은 이 부도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다른 사람을 사업자 대표로 등록시켜 사이버리아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사이버리아 관계자는 "많은 가맹점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며 새로운 업체에서 ㈜사이버리아를 인수해 애프터 서비스 등 본사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잠실 등에 1백개 이상 가맹점이 있는 안동 참찜닭도 지난해 말 본사가 문을 닫아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안동 참찜닭의 한 가맹점주는 "지난해 말부터 본사 연락이 안된다"며 "이미 낸 가맹비 등 피해가 크지만 자체적으로 원부자재를 조달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폐업 후 가족 명의로 또 다른 브랜드의 체인점 본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마치 떴다방처럼 브랜드만 만들어 가맹점을 모은 뒤 종적을 감춰 버려 창업자들을 울리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가맹비.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본사가 경영지식을 바탕으로 점포 입지 선정부터 브랜드 광고.종업원 교육, 매상관리 등까지 해주는 사업방식이다.

프랜차이즈협회의 민중기 상근부회장은 "사이버리아가 지난해 회원가입을 요구했으나 평판이 나빠 거부했다"며 "대부분의 본사는 건전하지만 몇몇 부도덕한 사람들이 엉터리 브랜드를 만들어 업계를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비 창업자들이 부도덕한 본사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사 사업내용 등을 적어 놓은 정보공개서를 열람하면 된다.

정보 공개서에는 임직원의 이력.가맹점 연락처.수익 산출의 근거 등을 밝히도록 돼 있다.

월간 창업&프랜차이즈의 이상헌 이사는 "정보 공개서를 제시하지 못하는 본사엔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