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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매거진] ‘로또 당첨자’ 신원을 알려달라?
  
▲사진설명 : 로또복권 열풍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사진은 최근 국민은행 서울 광화문지점에서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 기다랗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정경렬기자

“로또 복권 상금 65억원에 당첨된 사람있지? 그 사람 연락처 좀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한 선배의 간결한 지시에 기자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사람 연락처 알아내는 게 뭐 그리 어렵겠냐며.

‘초보 기자’의 전화를 받은 국민은행 직원 H씨. “농담하시는거죠? 복권당첨자 신원은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그제서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막막한 가운데 “그래 꼭 찾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복권 당첨자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의 24평 아파트에사는 40대 회사원. 고등학교 진학하는 아들과 어린 딸이 하나 있는 사람이었다.

남양주시 전화번호부를 뒤져 조건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나이와 직업 등을 확인하기 시작한 지 5시간. 유력한 후보자 J씨가 떠올랐다.

J씨가 정말 ‘그 사람’일까? 도박하는 심정으로 국민은행 H씨에게 전화를 걸어 “J씨와 연락이 닿았으니 취재하러 가겠다”고 했다. H씨는 “어떻게 아셨냐?”며 화들짝 놀랐고, 얼마 뒤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회사에서 발설된 게 아닌 걸로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확인 완료.’ 기자는 의기양양해졌다. 거액복권 당첨이후 소시민의 체험한 삶의 변화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의도였다.

“띵동~”

“아니라는데, 자꾸 왜 그러는거요. 나 지금 자야되니 그만 나가주시오.”

지난달 19일 밤 남양주로 찾아가 만난 J씨는 어이없다는 듯 자신이 복권 당첨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자신은 버스 운전사이고 딸 없이 어린 아들만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수소문했지만 “복권 당첨된 사람이 A아파트에 산다더라. 그게 아니라 B아파트에 산다더라”고 소문만 무성할 뿐 뚜렷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J씨가 틀림 없어. 얼마나 어렵게 알아내고 확인한 것인데…’

기자는 근처 여관에서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 그 아파트를 다시 찾아갔다. J씨는 이미 출근했고 집에는 할머니와 예쁘장한 어린 아이만 하나 있었다. 내 눈엔 여자아이로 보였다. 사내 아이가 아니라면 J씨가 당첨자다.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저… 손주 바지 좀 내려주실 수 있을까요?”

미친 놈 취급을 하는 할머니를 간신히 설득, 아이가 남자라는 ‘팩트(fact)’를 확인하고 돌아서는 기자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중에 다시 통화한 H씨는 “나도 내 직업윤리를 다한 것 뿐”이라며 무안해했다.

수습기자로 처음 도전한 취재에 실패했지만, 그 사실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물러섰다면 아마 더 후회했을 것이다.

(장준성기자 peac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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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이름 : 김현철 아이디 : khcd0428 등록일 : 02/07/2003 15:39:39
조선일보, 그리고 장기자 정말 잘못한 겁니다.. 이번에 로또 당첨되는 사람, 장기자 같은 사람들 때문에 목숨 잃을수도 있습니다.. 신원 확인하는 방법까지 신문으로 뿌렸으니, 어떻게 수습 하렵니까 ?

154 이름 : 손병오 아이디 : kasiryonan 등록일 : 02/07/2003 15:17:12
미친놈 아니냐? 언론기관의 횡포가 가관이다.

153 이름 : 조광준 아이디 : iron89 등록일 : 02/07/2003 15:05:53
기자로서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이 있는 것이요.... 안그래도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힘들 그분 더이상 괴롭히지 마시오.. 이런 기사하나하나가 그분 가슴에는 비수입니다.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