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남편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귤을 샀다.
주머니에 잔돈을 넣다가 손을 빼는데 바지주머니에 들어 있던 십원짜리가 두개가
아파트화단으로 굴러들어 갔다.
쫀쫀한 울 남편, 십원짜리라고 그냥 올리가 없다.
내가 가끔 쫀쫀 하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그럼 십원짜리 돈은 휴지통에 넣고 살아? 그것도 돈이야"
말이야 맞는 말이지..... 쩝--
어쨌든 아파트 화단을 허리를 숙여 걸으며 십원짜리를 찾고 있었다.
그 때, 친절한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 등장--
"뭐 잃어버리셨어요?"
" 아, 네-- 돈을 잃어버려서요"
스윽---- 다가오더니 경비아저씨왈,
"이쪽은 제가 찾을게요"
남편은 조금 당황했으나 그냥 계속 찾았다.
이어 이웃집 평소에 조금 참견잘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뭐찾아요?"
경비아저씨 " 이분이 돈을 잃어버리셨대요"
"어머! 그래요? 찾아야지, 그래. 어두워서 찾을라나? "
하며 얼른 뛰어가더니 손전등까지 들고 오셨다.
더욱 당황한 남편, 십원짜리니까 괜찮아요. 하고 돌아오기에는
이미 늦은 것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착한 학생
경비아저씨를 비롯, 아줌마 아저씨들이 뭘 찾고 있으니 다가와서 하는 말.
"뭐 찾으세요?"
아줌마 " 어, 이 아저씨가 돈을 떨어뜨리셨다"
"그래요?"
또 합류, 이때쯤 남편은 포기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또 묻더니 "돈은 찾아야지.... " 하며 합류했다.
"어두워서 찾겠나..."
모두가 허리를 있는대로 굽히고 자세히 화단을 뒤지고 있었다. 너무나 열심히..
친절한 우리 아파트 주민들....
남편은 더욱 당황했다.
남편은 모인 인원을 파악했다
경비아저씨, 참견 아줌마, 학생둘, 지나가던 아저씨, 그리고 남편
인원이 6명....

정말 남편으로서는 빨리 상황을 접어야하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몰래 튀어버릴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차라리 그게 나았을까.
속으로 정말 고민하던 남편,
역시 똑똑한 학생들, 좀더 잘 찾기위해 물었다.
" 아저씨, 얼마짜리 몇개에요?"
윽--------
정통으로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러게 빨리 상황을 수습했어야지.
남편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십....십원짜리... "
경비아저씨 큰소리로....
"얼마라구요?"
남편.. 용기내서 좀 큰 소리로...........
"십원짜리 두개요......."

쉬이이이이이이이잉----------------------

남편의 한마디, 그후 일어난 상황.
1. 손전등 불빛이 딱 꺼지고 아줌마 노려본다
2. 학생들 "뭐야?" 하면서 키득키득- 절라 웃긴다...
뭐라뭐라.... 하면서 가버리고
3. 아줌마 말없이 가면서 확인하듯 한 번 더 울 남편 보고...
4. 지나가던 아저씨 머쓱한 얼굴로
"젊은 사람이 알뜰하구만...." 하면서 사라지고....
쪽팔림과 당황+황당+얼굴화끈의 정상에 서있던 우리 남편.....
더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경비아저씨 안타까운 표정으로 왈---
" 더 찾으실래요?"
남편은 고개를 숙이며 얼른 그자리를 떠났다.

그후, 남편은 경비아저씨를 보면 늘 피해다닌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한달을 이렇게 말한다.
"만원짜리라고 그럴걸.... 아니 오천원짜리라고 그럴걸......
아니 십만원짜리라고 그럴걸......"
그때 모인 친절한 주민들... 그사람이 내 남편인 거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