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와 기획 의도 >>>>

    위에서 설명했던 것이 게임의 외형적인 부분에 대한 기획의도였다면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기획의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악튜러스의 스토리에 대한 세평을 제가 들은 것들을 분류해본다면 ‘신과 종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혁신적인 스토리’ 라는 호평도 있는가하면 ‘기존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 라는 평도 있었고 ‘스토리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아쉽다’ 라는 평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사항을 게임 그 자체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이런 식의 부연설명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아직 저와 저  희 스탭들의 역량이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설명을 안하면 표현이 안될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본적인 게임내부에서의 세계를 보는, 종교를 보는 관점을 표현한다면 니힐리즘(nihilism) 이 저변에 깔려있는 세계관, 신관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게임의 탈을 벗기고 보면 악마숭배사상이 깔려있는게 아니냐, 특정종교 모독이 담긴게 아니냐라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게임을 하다가 성경 인용한 동영상 나오는 부분에서 게임을 끄고 언인스톨해버렸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라비티 내부에 악마숭배사상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악튜러스의 기획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3 가지 모티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악마의 속성과 창조와 피조의 재귀적 순환성, 그리고 심판의 정당성과 회피가능성의 3 가지 입니다.

    악마의 속성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악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언제나 저에겐 흥미있게 다가온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악마의 의미를 설정하는데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떤 종교든지 악마적 존재에 대한 언급은 반드시 존재합니다만 그 악마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하는 것은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 세상은 신이라는 절대성의 카테고리 밖에 있는 악마라는 존재가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등장한 최초의 악마인 뱀은 인간에게 원죄를 부여했습니다. 어느날 문득 저는 뱀이 인간에게 선악과를 권하는 대목을 연상하면서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이라는 지혜의 빛을 전해준 죄과로서 영원히 돌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심장을 찍히고 있는 것처럼 뱀 역시 인간에게 선악과라는 지혜를 전해준 죄과로 어디선가 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독교적인 발상으로 본다면 프로메테우스야말로 악마중의 대악마로 생각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악마라는 것은 신의 변덕스러운 또하나의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되었습니다. 게임내에서는 편의상 조로아스터교의 형식을 빌어 기독교적 구성과 반기독교적 구성을 서로 엇갈리게 해서 배치했었습니다.

그러나 악튜러스에서는 사탄의 역할을 아후라 마즈다가, 신의 역할을 아흐리만이 맡게하여, 각각의 최고신을 숭배하는 두 종교를 등장시켜 서로 대립하게 하여 서로의 역할에 대해 주장하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악튜러스 자체를 악마주의적인 사상 내지는 반기독교적인 사상이 담긴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결국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각각 창조자로써의 신과 악마였으며, 신이건 악마건간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라는 말입니다. 인간은 결국 나를 해하려하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나를 감싸주는 존재에게 손을 벌리는 이기적이고 나약한 존재이지 않느냐라는 것입니다.

창조와 피조의 재귀적 순환성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말이 다소 복잡하게 되어있습니다만 그렇게 복잡한 개념은 아닙니다. 예전에 고등학교때쯤에 생각했던 소설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던 어떤 사람이 가상사회를 시뮬레이션해줄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가상의 지능을 가진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한다. 그 사람은 자신이 꾸며놓은 사회안에서 사람들끼리 번식하고 생각하고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만족해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경악하게 된다. 그 인공의 인간들은 그 안에서 다시 인공적인 인간들을 만들어내어 창조주로서의 행세를 하고 드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놀란 이유를 단다면 어떤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기 자신도 그런 식으로 창조되어버린, 창조자의 유희의 대상이겠구나라는 점을 깨달았을때의 놀람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개체들이 재귀적, 귀납적(recursive)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나는 누군가에 의한 피조물이고 그 피조물은 누군가를 창조할지도 모르고, 그 피조물은 또 다시 누군가를... 이라는 방향과, 나를 만든 창조주는 누군가에 의한 피조물이고 그 창조주의 창조주는 다시 누군가의 피조물이고.. 라는 방향이 있는데, 그러한 두 개의 방향은 서로 반대방향의 양극을 향하여 가는 것 같지만 어디선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는 점입니다. 흔히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사영평면기하학이라는 수학의 한 분야에서는 두 개의 무한함의 방향이 한점으로 수렴하는 예를 도식화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창조와 피조의 상대성으로 도출되는 존재의 니힐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했습니다만 게임에서는 내용이 개그에 묻혀서 의도했던바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심판에 대해서입니다. 바로 위에서 창조주에 대한 허무주의적인 접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악튜러스의 테마를 한마디로 집약해서 말한다면 신이 자신이 창조한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피조물을 말살하려 할 때, 피조물은 악마에게 도움을 청해서 심판을 면할 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정당한가, 부당한가라는 점입니다. 악튜러스에서는 그 선택을 게임안에서 강제적으로 고정을 했습니다만 (아후라마즈다의 힘으로 메시아를 물리치는 것으로 게임은 간단한 해피엔딩을 향하게 됩니다) 좀 더 여력이 있었더라면 여기에서도 플레이어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분기를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위에 신과 악마라는 것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언급한바와 같습니다.

    이러한 테마를 유저가 거부감없이 소화시키기 위해서 악튜러스라는 게임의 시나리오는 3 개의 파트로 나뉘어진 구성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1 장은 모험편, 2 장은 전쟁편, 3 장은 종교편으로 구성하여 지루함을 없애고 새로운 분위기와 각도에서 악튜러스의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승전결의 요소를 위해서 서장과 종장을 분리하게 되었고요. 악튜러스를 해본 사람들이 많이 비판하는 점은 3 장과 종장에서 무의미한 전투가 많고 너무 일방적인 진행이다라는 것이 많은데 저로서도 아쉬운 부분중의 하나입니다.

    후반의 진행은 초반에 비해 핵심적인 내용이 책 형식의 아이템이나 도서관을 통해 전달되는, 유저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진행을 다소 요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내용을 이해시키기에는 좋은 표현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짧은 진행중에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 했기 때문에 생긴 무리수인데 유저가 성전 아베스타나 가이아이론 등의 아이템을 찾아내어 그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이해했다면 어느정도는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에게는 초반과 같은 퀘스트 형식으로 스토리를 전달하지 않았던 것에 많은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반부분은 제대로 밸런싱 테스트를 할 기회도 없었고 데이터들도 나온 것만 이어넣기에도 바빴기 때문에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은 비평3입니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