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1&article_id=0000174474 (이들 기사들이 인용한 11월 외신은 비즈니스 위크입니다)

비즈니스 위크를 아직 안 읽어 봤지만 비즈니스 위크가 세컨드 라이프를 주목한 이유는 결국은 현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컨드 라이프의 현거래는 획득한 아이템 판매보다는 유저가 만든 컨텐츠를 소모하는 방식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게이머는 현거래를 하면 안된다는 순결주의 게이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현거래가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현재의 wow역시 현거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매우 많은 수의 유저들이 현거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물론 원천적인 입장에서 '게이머'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산업적인 입장에서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고객'임에는 분명하고, 이들이 현거래를 한다고 해서 회사로서 당연히 버려야 하는 고객이 되는 것도 아니죠.

사실상 부분 유료화 모델이나 캐주얼은 이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지만(그런데 아는 분이 팡야에서 쿠 웨딩 드레스를 결국 못 구해서 현으로 사셨다고 들었음) 게임이 현실에 기대고 있는 한 치트키를 쓰고 싶어하는 유저는 항상 있을 거라는 겁니다.

즉 비난하는 건 쉽겠지만 배제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런 이중태도는 또 아동 게이머나 혹은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연령 게임에서도 나타나는데, 가장 쉬운 말로 "코묻은 돈"이라는게 있죠. 그런데 이들의 구매력은 상당하며, 역시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객입니다. 게.다.가. 어리다고 해서 재미없는 게임을 속아서 플레이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대상의 게임은 그 게임성이 상대적으로 쉽게 폄훼되는게 사실입니다.

현거래가 옳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지금 냉정하게 현거래가 있는 현실을 보라는 겁니다.

비즈니스 위크의 보도를 보건데, 이후 투자자들은 더욱 가시적으로 현거래 가능성을 투자 기준 중의 하나로 두게 될 것이고, 이런 경우 순결주의 게이머와 투자자(혹은 회사 중역)사이에 낀 개발자들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논쟁은 항상 게이머 입장에서만 진행될 뿐 게임을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이뤄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판을 짜는 사람은 개발자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개발자이고요. 우리는 유저가 우리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최고의 방식은 아닐겁니다.

개발자들은 유저가 원하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유저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통계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참고 자료 이상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루X웹같은 게시판은 전혀 도움이 안되죠. 아마 루X웹에서 글 쓰고 있는 유저들이 전부 게임을 사서 플레이 해보고 쓰는 글이라면 제가 아래 링크 같은 건 안 올려도 됐을 겁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대표유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한 번도 대다수의 게이머를 대표했던 적이 없고 루X웹에 존재하는 유저만을 대표하는 표본일 뿐입니다. 모든 유저를 만족시키겠다는 욕심이야 말로 어쩌면 개발자들에게 퍼져 있는 불치병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

현거래 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원하지 않는 개발자도 있을 겁니다. 현거래를 원하는 유저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유저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둘 중 어느 한쪽이 나쁘다라는 절대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임 제작이 아닐까 싶네요. 요즘 wow에서 현거래가 성행한다고 해서 wow가 나쁜 게임이 된 증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을 하나의 잣대로 재려고 했던 시도야 말로 그 병의 원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