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전에 사는 고1 기획 지망생입니다. 이곳을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아, 주로 오래된 글들을 되살펴 보곤 했는데요. 몇 가지 여쭈고 싶은 것이 생겨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우선 이전의 글들에서도 여러번 주제거리가 되었던, '기획자도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을 배워야한다.'의 부분입니다. 그래픽이라면 중학시절 만화동아리 활동을 하며 익힌 잡다한 지식과 가벼운 포토샵, 페인터 등의 능력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일러스트레이션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또 되지 못합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라면 더욱 무지한 편입니다. 전문적 부분을 접해본 것은 지난 여름방학, 2개월이 채 못되게 컴퓨터학원에서 도스 창을 가지고 C언어의 기본만 적당히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동인게임계 활동을 하면서 아스키 사의 쯔꾸르 시리즈 라던가, 기타 언더그라운드의 조작이 비교적 간단한 프로그램들은 몇 차례 다뤄본 경험이 있습니다. 게임 기획을 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걸까요? 예를 들어, 기획서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여기 프로그램은 어쩌구 여기 그래픽은 어쩌구...'하는 식의 세부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가요?

  두번째로 궁금한 것은 게임 기획을 위해서는 꼭 게임스쿨이나 기타 대학의 게임학과를 가야 하는가 입니다. 열정과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수리적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문과 계열을 지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문학과를 지망한 뒤, 전산 등의 게임 제작에 필요한 부수적 공부는 비전공이나 학원 등을 통해 배워볼 생각입니다만.. 국문과를 나온다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요?

  마지막 질의입니다. 게임 기획의 기초적인 틀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만약 포트폴리오를 판단기준으로 든다면 어떻게 써야 옳은 걸까요? 예제 따위를 제시해 주실 순 없는지, 궁금합니다. 글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상소설이나 일반 문학(소설, 수필 등..) 따위를 잘 쓴다고 해서 기획에 크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딱딱한 일반 문학보다 이모티콘이 대거 삽입된 인터넷 소설이나, 기타 판타지소설이 더 잘 먹히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겠지요. 어쨋든 이 부분은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걱정해 온 부분인지라, 어설픈 저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올해로 열일곱이나 먹은 소년입니다만, 여지껏 '아, 내 꿈은 게임기획이야. 커서 게임을 만들어야지.'라고 하면서 정작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기억은 없는 듯 합니다. 주제에 뭔가를 해본답시고, 여기저기 동인게임계를 들쑤셔 보기도 하고, 잡다한 것들을 모으고 조작거려본 일은 있지만, 뭔가 크게 헛돌고 있는 느낌이 들어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 그런 걱정을 하기엔 어리다, 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고지식한 저로서는 목표한 바가 확실히 비추어지지 않는 것이 두렵고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앞 서 동인게임을 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을 시작한지 반 년이 되가는 지금도 특별한 성과나 결과물은 없는 듯 합니다.
  부모님께서 특별히 게임 제작이라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못마땅해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쪽의 공부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은 쉽게 수긍하고 이것저것 도와주시는 편입니다. 동생이나 친구들도 요즘 덧없이 늘어난 제 걱정을 듣고 나면 '니가 뭘 놀고 있는 것 같다는거야'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남들 눈엔 내가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작 당사자인 저는 거둔 수확이 없어 걱정입니다. 제가 앞으로 게임제작에 있어 '자랑스럽다,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까마득히 어린 이 후배에 심도있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