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임묘미의 비밀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대한 학설 두 가지와 고전적인 명작 게임 세 개를 인용해 설명했습니다.

먼저 로제 가이요와의 '놀이의 4분류'. 게임에는 4종의 놀이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퐁], [브레이크 아웃],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세 작품을 예로 들어 게임이 자극을 증가시켜가는 것을 해설했습니다. 그리고 폴 D.마크린의 '3층 뇌 모델'. 게임은 인간의 다른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알기 쉽게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쟁, 모의, 운, 현기증이 응축된 놀이기 때문이다. 놀이란 싫증이 나는 것이지만 자극의 양을 늘리는 것, 또한 '말 뇌'와 '사람 뇌' 양쪽을 자극함으로써(자극의 질적 변용도 일어나서) 게임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늘까지 계속해서 즐기게 만들고 있다.

막상 정리해보니 너무 관념적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라는 점도 깨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제가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입니다.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라는 테마는 지금까지도 연구자가 진지하게 도전해온 테마였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의 대부분이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게임 플레이어의 신체적인 변화를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학자는 게임을 하고 있는 인간의 맥박을 쟀습니다. 또한 어떤 과학자는 뇌파를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사람이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는 몰랐습니다. 뇌파를 조사하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과학으로서는 3층 뇌의 어디가 자극을 받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따라서 [테트리스]의 재미도, [삼국지]의 재미도 똑같은 파장으로 계측됩니다.

단지 알아낸 것은 게임을 하고 있을 때에는 알파파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 본론에서 벗어난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게임의 재미는 플레이어의 신체적인 실험으로는 증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제작자측의 개발방법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를 말함에 있어 '게임 심리학'이 아닌 '게임 디자인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게임 묘미의 메커니즘은 게임 디자인 자체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입니다만 게임의 소비자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게임 플레이어의 심리가 아니라 게임 디자인을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

2. 그래픽은 충분조건

설령 여러분이 게임 작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해도 게임 디자인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자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게임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최근에 '고도의 그래픽'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16 비트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도의 그래픽 게임'처럼 말이죠. 고도의 그래픽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요합니다. 그래픽이 좋으면 확실히 게임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래픽의 향상이 결코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즉, 고도의 그래픽은 좋은 소프트를 만드는 충분 조건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요 조건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좋은 예가 있습니다. 약 11~12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면 그것은 무서우리만치 '지금'과 비슷했습니다.

88년 11월, 세가는 가정용 게임으로는 최초로 고급 16 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를 발매했습니다. 그 뒤를 좇듯이, 그 해 12월 NEC가 PC 엔진 전용 CD-ROM 드라이브인 CD-ROM2를 발매했습니다. 차세대 게임기 전쟁이라는 표현은 이 때부터 이미 존재했으며, 게임업계는 새로운 하드웨어 판매 전쟁에 몰두했습니다.

88년을 보내고 89년 1월을 맞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쇼와 천황이 죽고, 연호가 헤이세이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게임업계는 헤이세이 시대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89년 '연초 판매 전쟁'이 끝났습니다.

최대 히트 상품은 무엇이을까요? 메가드라이브도, CD-ROM2도 아니었습니다. 보기에도 애처로울 정도로 궁상맞은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패미컴 소프트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테트리스>였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최초로 웃은 게임 비즈니스 맨은 <테트리스>의 게임 디자이너인 알렉세이 파지토노프였습니다.


메가드라이브나 CD-ROM2의 설계자와 마케팅 담당자는 당시 열심히 비즈니스를 했습니다. 그러나 게임 시장은 솔직하고 정직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무자비합니다. 이 당시의 유저는 고성능 기계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테트리스>는 러시아 과학자 연구실에 있는 인도제 IBM PC 호환기로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이것은 블록을 조작하는 게임이지만, 그 그림 모양은 퍼스널 컴퓨터의 열쇠 괄호 [ ]를 연결해서 그렸다고 합니다. <테트리스>의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긴 봉은 여러분이 갖고 있는 워드프로세서로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3. 마법의 숫자 '7'

<테트리스>의 제작자인 알렉세이 파지토노프는 고교 시절에는 수학을, 모스크바 대학 시절에는 심리학을 전공한 엘리트 엔지니어였습니다. 당시의 그는 과학 연방 아카데미에 근무했으며, 컴퓨터를 사용한 심리 테스트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도형의 모양을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조합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하는 지능 테스트의 컴퓨터 판과 같은 것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구와 개발에 몰두해야만 하는 그였지만, 갑자기 마음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심리 테스터가 왠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것이 게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가 본업과 병행해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테트리스>였습니다.

<테트리스>가 히트한 것은 알고 계시지요? <테트리스>는 모스크바에서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드디어 미국,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누가 어떻게 가져갔는지 북한에서도 <테트리스>를 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런 세계적인 히트작입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2천만 명 이상이 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테트리스>를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플레이했을까요? 물론 게임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재주입니다. 그래픽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알렉세이 파지토노프는 천재일 겁니다. 그는 처음으로 하는 게임 제작인데도 굉장한 테크닉을 사용해서 사람들이 기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예가 있습니다.

빈 틈에 요철을 끼워가는 이 게임에는 여러 개의 블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블록의 종류에 주목해 주십시오. 그 수는 7개였습니다.


사실은 이 '7'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50년대의 일입니다. 하버드의 심리학자인 죠니 A. 밀러는 <마법의 숫자 7>이라는 논문에서 획기적인 인간의 심리를 발표했습니다. 그것은 인간은 동시에 '7' 종류를 기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실험에 의해 그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만, 가만히 보면 우리들은 '7'과 매우 친합니다. 미국의 전화 회사인 AT&T가 전화 번호를 일곱 자리로 한 것도 이 설에 따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비밀의 숫자를 정교하게 다루어서 알렉세이 파지토노프는 블록 수를 7종류로 한 것입니다.

<테트리스>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이밖에 많이 있지만 우선 여기서는 '7'에 관한 이야기만을 해두겠습니다.

멍하게 바라보고 노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알지 못하는 '재미의 비밀'을 담아 두는 것이 게임 디자인입니다. 게임의 소비자는 그런 '재미의 비밀'을 사고 있는 것입니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그래픽이 깨끗하다'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 러시아어 '테트리스'에는 '4개의'라는 의미가 있다. 즉, '4 개의' 칸을 연결시키면 그것이 우연히도 블록 조합의 수는 '7' 종류가 된다. 즉, '7'의 비밀의 근본은 '4 개의' 블록에 있는 것이다.


4.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게임에는 보통 플레이를 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재미의 비밀'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테트리스>의 블록 수가 왜 7 종류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재미의 비밀'에 대해서 다른 게임을 들어 얘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교재 테이프를 들어 보겠습니다. 자, 정신을 집중해 주십시오.


그 유명한 <수퍼마리오 브라더즈>를 떠 올리십시오. 그리고 마리오를  점프시켰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정말 현실감 있는 동작을 하는군요. 마치 진짜 현실과도 같은  자유 낙하 운동.



이번에는 걸어 가면서 점프하십시오.

네, 마리오는 예쁜 포물선을 그렸습니다. 당신의 이미지 속에서 마리오는 물리학에 충실하게 움직입니다. 자, 이번에는 마리오의 눈 앞에 함정이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점프해서 넘으십시오.

됐습니까?

네,  점프!

앗! 큰일입니다!

도약하는 타이밍이 너무 빨라서 구멍에 떨어졌군요

자, 눈을 뜨십시오.

여러분은 마리오가 구멍에 떨어질 것 같았을 때, 재빨리 뒤를 돌아 보고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즉, 컨트롤러의 조작으로 말하면, 십자 키를 왼쪽으로 입력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오는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 자유낙하 포물선 운동은 그렇게 현실적인데도 공중에 떠 있는 마리오가 본래의 장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내막을 밝히자면, 이 마리오의 운동이야말로 게임의 간직한 '재미의 비밀'입니다. 마리오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 때의 점프는 물리의 법칙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심리를 생각하면 때로는 물리의 법칙을 무시하는 쪽이(*) 오히려 현실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슈퍼마리오브라더즈>의 제작자인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는 "게임  디자인이란 현실과 허구의 조합에 의해 성립되었다" 라고 말합니다.

보십시오. 마리오는 기노코라는 나라의 피치양을 돕기 위해서 싸웁니다. 이것은 허구입니다.


등속 운동을 하는 마리오는 활 모양을 그리며 포물선 운동을 합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도약을 다시 하고 싶을 때는… 허구입니다.

적에게 닿으면 타격을 받습니다. 현실입니다.

머리로 블록을 가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허구입니다.

현실과 허구가 완벽하게 계산되어 조합되어 있습니다. '재미의 비밀'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까닭에 <수퍼마리오 브라더즈>는 뛰어난 게임 소프트로 완성되어 판매되었던 것입니다.

즉, 마리오는 '도약을 잘못해도 원래로 돌아갈 수 있는 넓이뛰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거의 똑같은 것을, <더비 스탈리온>의 제작자인 게임 디자이너 소노베 히로유키는 '게임은 초상화다'라고 한다. '특징은 잡아야 하지만,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물론,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 <패밀리 스타디움>의 투수, 포수 사이는 평면적이고 허구지만, 타자가 치는 공은 입체적으로 날아가 현실이다.


5. 게임은 합법적인 마약

'일반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을 게임 유저 또는 게임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결코 워처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게임은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노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속은 깊습니다. 결코 표층으로 보고 받아 들이는 외관만이 게임이 아닙니다. 무심코 플레이하고 있는 <테트리스>나 <수퍼마리오 브라더즈>에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재미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문장에 있어서의 기승전결이나 체언 맺기, 영상에 있어서의 페이드 아웃이나 컷 백 등의 꾸미기 기법과 통합니다.

예를 들면 그것은 '7의 기법', '허구와 세계의 편집 기법' 등으로 명명할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게임의 세계에서 아직 이 기법들은 체계조차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게임 디자이너들은 무의식 중에 이 기법들을 구사하여 비술을 만들어 즐거움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그 다채로운 테크닉에 도취되어 사람은 의식적으로 게임에 열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술에 의해서 생겨난 즐거움을 의식적으로, 필사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굳이 위험한 표현을 한다면, 뛰어난 게임은 마치 합법적인 마약과 같습니다(*). 미야모토 시게루나 알렉세이 파지토노프와 같은 천재나 업계의 스타를 향해 마약의 비유는 위험한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해온 것은 타인의 정신에 들어가, 즐거움을 주입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혹은, 사람의 정신을 충족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숭고한 디지털 종교가일까요? 그렇게 말하면 모니터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은 뭔가를 기원하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어찌됐건, 게임을 사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을 강하게 흔드는 상품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이 원칙에 따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전반에서는 자극의 양과 질, 개념적인 것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그것을 지탱하는 개인의 창조력 일부분을 이야기했습니다. 게임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눈도, 귀도, 손도, 오감을 전부 동원하는 놀이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는 '거기에는 어떤 놀이가 있는 것일까?'라는 논의가 적습니다. 그런 까닭에 장을 바꾸어 차세대 놀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티모시 리얼리는 컴퓨터를 카운터 컬처의 일종이라고  해석하고 '환각제는 사라졌다. 하이 테크놀러지는 들어 왔다"고 선언했다. 그는 약을 이용한 정신실험으로 감옥에 들어가 <마인드 밀러> 등의 게임도 개발했다.

컴퓨터와 약을 동시에 말하는, 그의 뒤를 잇는 학자는 매우 드물다


출처: 게임메카